Copedruzo to Santiago de compostela
(글이 다소 무겁거나 우울하실 수 있으니 피하실 분들은 미리 피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산티아고에 입성하는 날 (상)
평소보다 눈이 더 일찍 떠졌다. 또 다른 일행은 저 구석에서 벌써 짐을 싸고 있다. 밤을 완전히 새었나 보다. 새벽 3시 30분. 다른 일행이 깰까 봐 아주 조심히 침낭 속에서 빠져나온다. 어제 마신 와인 탓인지 정신이 바로 들지 않아 씻어야 겠다는 생각에 샤워실로 들어가 후딱 씻고 나오니 K가 벌써 일어나있다.
“누나!!! 혼자 가지 말고 같이 가. 기다려요. 금방 씻고 나올게"
순간 뜨끔 했다. 어차피 산티아고에서 만날 테니,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깨울 수도 없고, 분명히 나는 혼자 나왔을 거다.
“어. 알았어. 아직 이른 시간이야. 천천히 해”.
침낭을 정리해서 넣는다. 이거 하나를 제대로 못 해서 처음엔 말았다 풀기를 반복하며,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었는데.. 이제는 제법 빠른 속도로 한 번에 척척 잘도 만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니 이별이구나.
K와 나는 평소보다 더 일찍 알베르게를 나왔다. 여전히 아름다운 별이 쏟아져 내리는 하늘을 보며 한발 한발 옮기는 발걸음은 덤덤함이 나와 함께 했다. 같이 걸어가는 K는 드디어 산티아고에 들어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쉬지 않고 많은 다른 말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는 정신이 조금 사납다. 내 마음에도 전혀 집중이 안 되고... K의 이야기에도 전혀 집중이 안 된다.
“K야 미안해 부탁이 있어. 미안한데, 우리 지금부터 딱 1시간만, 아니 30분만 조용히 걷자. 누나가 조금 조용히 걷고 싶어.”
“응! 알았어~ 천천히 와"
“ 그래. 고마워"
대답을 하고 저만큼 먼저 걸음을 옮기는 K. 정말 고맙다.
이렇게 해서 잠시 조용하게 걷는 마지막 새벽길…
내가 지나온 길들이 영화 필름을 돌리듯이 지나간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스타카토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또 이 길에서 만나 나와 소통한 모두의 이름도 한명 한명 불러 본다. 참으로 감사한 만남이었다.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사실'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그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고 나는 다시 견디어 내야 한다.
아빠를 잃었을 때도…
아빠를 잃고 변해가는 엄마를 바라만 봐야 했을 때도…
사랑이 끝났을 때도…
엄마가 수술대 위에서 생사를 오가실 때도...
교통 사고가 나서 누워 있어야만 했을 때도…
그리고... 또…
또...
....
마치 누군가가 아빠의 잃음을 시작으로 알리는, 나는 듣지도 못하는 북소리를 울리고,
나에게 견디기 테스트를 하는 거 같았다.
이래도 네가 꿈을 꾸는지 보겠어. 흠... 이래도 네가 웃을 수 있을까?
좋아. 그럼 이건 어때? 견딜 수 있겠어? 이런데도? 이렇게 되어도? 어라? 그럼 이건?….?...?...?...
언제나 뜨거운 가슴으로 수많은 꿈을 꾸던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실들로 인해 그 작은 꿈들을 하나씩 지워야만 하는 것이 너무 아팠고 지쳤었다. 그 꿈들을 하나, 둘 지울 때마다 내 열정도 하나, 둘 죽어가는 듯했다.
열정이 하나둘 꺼져가면, 그 자리엔 두려움이 차고 들어왔고, 그 작았던 두려움은 점점 나를 삼켜 먹어야 할 듯이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내 심장을 뛰게 하던 작은 꿈들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아픈데 그것을 두려움이 먹고 커져서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를 조금씩 삼켜갔다. 그리고 그렇게 먹힌 나는, 서서히 좀비가 되어 가는 듯했다.
언제나 늘 크고 작은 꿈과 행복으로 가득히 뛰던 내 심장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른 가시나무가 되어 나를 찌르고 내 주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찔렀다. 그리고 그 가시 심장에 찔린 사랑하는 이들 모두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처음 그 비명을 들었을 때, 나는 차라니 내가 미치기를 바랐으나, 나는 너무도 멀쩡히 아무렇지도 않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가 너무 밉고, 싫어서 이제는 가시를 더 심하게 나에게 찔렀다. 다시는 뺄 수 없을 만큼…
가시가 깊게 박혀 갈수록 나는 더 죽어가는 듯했고… 그렇게 죽어 갈수록 내가 견디기 위해 잡았던 많은 것들은 하나, 둘 영혼 없는 공허한 소리 없는 웃음과 함께 사르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미치게 슬프지도, 끝없이 허망하지도, 죽도록 아프지도 않았다. 웃음도 눈물도 기억나지 않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내가 더 무서웠다.
죽.었.구.나.
내 몸을 고치기 위해 먹어야 하는 약들이 어쩌면 나를, 내 영혼을 서서히 죽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내 심장은 이미 가시 심장이 되어 벌써 스스로 찔려 죽은 지 오래인듯했다. 내 몸도 마치 말라 비틀어진 고목 나무처럼 죽어 버린 거 같았다. 내가 조금이라도 크게 숨을 쉬면 나를 향한 날카로운 긴 가시 하나가 내 심장을 더 정확하고 깊게 관통하여 내 온몸이 사르르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생각에 때로는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고통도 없는 좀비가 된 내 손으로 죽은 내 가슴을 파헤쳐 바싹 말라 비틀어 가시가 된 내 심장을 후벼 파내어 바닷물에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파내기 전에 부서져 버릴지도 몰라. 내 몸도…
짜디짠 바닷물이라도 흡수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이 심장이 부서지지 않을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다.
죽은 좀비로 견디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나로 나 자신으로 살아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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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민낯을 보여 드리는 것 같아서 글을 올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산티아고 편을 먼저 올리는 글이었으면, 아마도 “나를 찾아 걷는 길"을 올리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히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이 글들을 추석 연휴가 끝나기 전에 후다닥 다 올리고 그냥 잠수를 탈까? 뭐 이런 생각도 해보았으나... 그러기에는 올려야 할 분량이 너무 많아서 저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네요 ㅠㅠ
또한, 부족한 저의 글을 계속 읽으시며 저와 마음으로 동행하시는 분들께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용기를 내어 민낯의 글을 올립니다. 너무 개인적이고 상징적으로 쓰여 있어서 역시나 제 감정을 이해하시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일단 너무 길어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