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 _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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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Cebreiro to S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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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년은 벌써 산티아고에 들어갔다. 페트리시아도 벌써 들어갔고… 게이타노 역시 벌써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다. 쓰라리다….

한의쌤은 16일까지만 산티아고에 있을 것 같다고 하시고, 아마도 S와 C도 그 날짜에 맞추어서 산티아고에 들어갈 거 같다고 하고.... K도 나보다 더 앞에 가고 있는데 어디까지 갔는지는 모른다. Y 언니는 아직도 쉬는 중. 남은 건 나. 내가 앞으로 걸어야 할 거리를 살펴본다…. 하루에 30KM씩은 걸어야 16일 날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지금부터 달려야 하는 건가…
못 만나고 이별하는 것보다는 육체적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보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부산 청년과 페트리시아, 게이타노와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진 것이 이렇게 아픈데… 이 아픔을 또다시 만들어 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 무식한 일정을 한번 만들어 보자. 이런 생각으로 결국 난 내 몸을 혹사(?) 하기로 하고 오늘 34KM가 넘는 사모스까지 가기로 한다. 사모스는 우회를 해야 해서 5KM넘게 더 걷지만 그래도 사모스는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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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안개 자욱한 O Cebreiro. 확실히 안개가 O Cebreiro를 더 신비하게 만드는 듯하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이 너무 멀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데... 너무 어둡다. 헤드 랜턴이 없어서 절대 혼자 갈 수가 없는 상황. 그때 나타난 르단이. 내가 헤드 랜턴이 없는 것을 알고 같이 가자고 한다. 내가 떠날 준비가 될 때까지 한참을 기다린 르단이와 함께 산에서 내려간다. 까미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O Cebreiro를 뒤로 하고 떠나는 마음이 무척 서운하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밝지도 않은 어둠 속에 한발 한발 떼어 놓는 길. 낮게 뜬 회색 구름 속에 가려진 일출. 무엇을 두고 왔기에 어떤 미련이 남아있기에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것일까?? 일출도 볼 수 없는데…. 나는 계속 오세브레이로를 돌아보았다. 너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오세브레이로의 모든 것을 다 기억 하고 싶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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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를 할 수 있는 순례자가 아닌 많은 대부분의 순례자는 르단이를 매우 불편해했다. 프랑스어, 영어 그리고 가끔 스페인어를 섞어 말하는 그의 대화를 알아듣기란 보통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짧은 영어 속에 섞인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가끔 세 나라 언어를 마구 섞어서 빨리 말할 때는 도무지 어디까지가 영어였고, 어디서부터가 프랑스어, 스페인어였나 헷갈렸다. 그러니까 네가 하려고 하는 말이 이러 이러하다는 거지? 라고 늘 되묻거나 아니면 르단이가 말한 단어들과 상황의 앞뒤를 잘 분별하여 이해하고 전달을 해야 했다. 마음이 언제나 열려 있는 르단이는 꽤 잘 듣고 아주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런 르단이가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있으면서 살짝 삐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상황을 보면 르단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순례자들이 조금 무례하게 대했을 때였다. 어떤 순례자는 정말 너무 무례해서 옆에서 본 내가 다 미안할 정도였다. 그래도 워낙 밝은 르단이는 눈치로 상황을 잘 파악하고 받아넘기거나, 넘기기 힘들땐 서로 불편하지 않게 자리를 피하기도했다. 순례자들은 르단이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나의 눈에 비친 르단이는 다 아는 듯했다.
르단이는 눈치가 꽤 빨랐고, 속이 꽤 깊은듯했다. 배려심이 많고, 늘 밝고 긍정적이며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다. 자유로운 영혼이란 말은 르단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걸음이 무척 빠른 르단이는 언제 같이 걸음을 맞추어서 걸어야 하는지 아니면 또 언제 혼자 걸어가야 하는지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안다.
많은 순례자가 르단이를 피곤해하고 피했으나, 어쩐 일인지 르단이는 전혀 나를 피곤하게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꽤 예의 바르고, 다른 순례자들에게 권하는 이상한 많은 것들도 나에게는 전혀 권하지를 않았다. 왜였을까? 언제나 분명한 나의 의사 표현 때문이었을까? 르단이는 내 의사를 꽤 존중해 주었고, 나는 그런 르단이가 참 편했다.
역시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 통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 안 통하는 것도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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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스가는 길은 멀고도 먼 길이었다. 아마 걸어 오른 산의 길을 따지면 40KM는 족히 될 것일 거라고 지나던 순례자는 이야기한다. 겨우겨우 사모스에 도착했을 때 난 침대에 드러누워야 했다. 16세기 건물인 수도원을 보러 가야 하는데 침대 위에 그야말로 뻗은 내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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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한참이 지난 뒤 배가 너무 고파서 침대에 붙은 내 몸을 겨우 떼어내 본다. 밖에 나와 수도원을 돌아보다가 걸을 때 잠시 인사를 나누었던 한국인을 만났다. 갑자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서, 식당을 찾아 들어가 음식을 먹는 중에 갑자기 튀어나온 연애 상담.
아…. ‘사람을 잘못 봤어요. 나는 연애 상담을 해줄 경력이 못 되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내가 그렇게 말한들 이 분이 연애상담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 복잡한 마음을 어디에 물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이야기하는 것일 뿐 딱히 조언을 바라는 것도 아님을 알기에 그냥 조용히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역시 난 연애를 할 수 있는 세포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친구들 말대로 성격을 바꿔서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것이 연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역시 자리를 튼다. 어떻게 저 많은 생각을 하며 연애를 해야 한단 말인가? 역시 어려운 것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연애 상담이라니…이론만 아는 나에게 실전을 물어보시면 어쩌나... 괜히 미안해 진다.
그래도 설렘 가득한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이니까 열심히 듣는다. 내 생각들이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을 알면서도...

((산티아고 길을 걸은 지 오래 되었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저는 항상 까미노앓이를 합니다. 그러다가 9월, 10월이 되면 그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그리움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죠. 그래서 9월이 오기 전 뜨거운 여름에 빨리 글을 다 올리려 했는데 잘 안됐네요.

까미노앓이가 심해져서 글을 올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감정이 너무 예민한 것은 결코 좋은 건 아닌 거 같아요. ^^

정확히 2년 전 오늘 어두운 새벽 가슴 떨리는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 심장이 까미노를 이렇게 강렬하게 흡수해 버릴 줄은 전혀 몰랐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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