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 _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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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silla de las Mulas to León

한의쌤은 오늘이 우리들과 마지막 걸음이다. 작년에 처음 까미노를 시작하였으나 건강의 이유로 많은 까미노 구간을 걷지 못하였고, 그 걷지 못한 길들을 마저 다 걸으시려고 다시 이 길에 오셨다. 레온을 끝으로 우린 한의쌤과의 이별을 하고 레온부터는 각자 간다. 정확히 어떻게 시작된 분리 였는지 잘 모르겠다. 어떻든 우린 각자 잘 걷기로 했다. 난 이 사실만으로도 너무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과연! 정말! 각자! 그렇게! 알아서! 잘! 걸어! 갈! 것이라고! 믿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적어도 나는 자유롭게 조금은 조용하게 까미노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나의 마음을 아주 가볍게 했었다. 그러나, 결코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데는 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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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Y언니, K군, S군, C양 한의쌤 그리고 나. 우리 6명의 마지막 동행의 걸음을 시작하는 아침이 밝았다.

가는 길에서 놀이터를 발견. 우린 몇가지 놀이 기구를 타고 웃으며 시간을 조금 즐겼다. 오늘 이 놀이터에서 우리 6명은 처음으로 다 함께 웃었다. (우리 6명이 다 함께 웃은 처음이자 마지막 인곳.) 동네가 너무 조용하고 우리는 갈 길도 멀고.. 오랜 시간은 보내지 못하고 그곳을 떠나온다. 우리가 다 같이 처음으로 웃었던 곳이라 그런가...아쉬움이 더 남는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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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에 도착하여 모두 같이 점심을 먹고 각자 볼일을 보기로 했다. 난 유심을 사러 가려하는데 C양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C양과 나는 꽤 오래 그룹으로 같이 걸었는데 C는 워낙 말수가 적었고, S군이나 K군을 제외한 다른 사람과는 별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 나도 여러 번 대화를 시도했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먼저 딱 한 번 말을 걸은 적이 있었는데 그땐 여성용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녀가 오늘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C는 조용한 목소리로 언니 잠깐 저 좀 보실래요.. 여기…
뜨아악!! 그녀가 보여준 곳으로 엄청난 물집이 마구 잡혀 있었다. 그 엄청난 양의 물집들을 보고 나는 기겁을 했다. 그저 보기만 했음에도 내가 다 쓰리고 아프다. 그 수 많은 물집 들을 보자 마자 순간 나도 모르게 버럭! 넌 이렇게 될 때까지 말도 안하고 뭐했냐고, 나 한테 말 못하면 S군 한테라도 말을 해서 약이라도 먹던지 했어야지 어떻게 이 상태가 되도록 참았냐고… 나의 버럭에 놀라는 C. 나는 서둘러서 한의쌤과 S군을 찾아 C양이 아픈 사실을 알렸고, 우리는 C양을 데리고 약국을 찾아 헤멨다. 토요일이라 문을 연 곳이 없었는데 지리 감각 뛰어나신 한의쌤 문을 연 약국을 딱 찾으시는 것이 아닌가! 모두 약국 안으로 얼른 들어간다. C양은 약사에게 상태를 보여 주고, 약을 사고, 결국 C양과 S군은 병원엘 가기위해 León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나는 대상포진을 본 적이 없다. 그날 레온에서 처음으로 대상포진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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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저녁때가 되었고, 유심을 사러 간 곳은 마침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사지 못하고 따뜻하게 입을 체육복 하나만 사서 돌아오는데 알베르게를 찾을 수가 없었다. 두시간? 아니 세시간은 헤맨 거 같다. K 군이랑 같이, 갈 때는 참 쉽게 갔는데 돌아 올때는 엄청 고생을 해야만 했다. 오늘이 한의쌤과 마지막 날인데…헤메느라 한의쌤과 대화 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려서 더 슬픈 밤이다. 그래도 다행히 다 모여 아주 짧은 시간 와인 한잔하면서 남은 여정을 잘 가라고 위로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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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익숙해질 수 없는 걸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며칠 뒤 산티아고로 가시면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 되는 건가? 그룹에서 유일하게 내게 위로를 주셨던 분이신데…나는 고맙다는 말도 못 했는데…

시간이 짧았나? 그래 시간도 짧았다. 그룹으로는 같이 걸었으나 한의쌤과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도 듣지도 못했다.

순례를 처음 시작할때 생장에서 만났던 할아버지는 팜플로냐까지만 시범 삼아 조금 걸어 보고 다음에 다시 오신다고 하셨었다. 그리고 우린 걸으면서 중간중간 꽤 자주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팜플로냐도 아니고 수비리 들어가는 날 잠시 쉬는 카페에서 초코바를 건네시면서 하시는 말씀 “ 왠지 이게 마지막 같아서… 이제 다시는 못 볼 거 같네…” 부산 청년과 나는 할아버지가 건네시는 쵸코바를 받고 인사를 한 뒤 헤어졌다.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는 할아버지 말씀을 우린 믿지 않았다. 카페를 나오면서 부산 청년과 나는 그랬다. 할아버지 내일모레 가시지? 아뇨, 팜플로냐에서 며칠 더 머무신다고 했어요. 걷는 속도 비슷해서 내일 또 만날 것 같은데요. 응 그럴꺼 같아…. 그러나 우리는 할아버지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팜플로냐에서 할아버지께서 주신 쵸코바를 먹으며 부산 청년과 나는 궁금했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다시는 못 볼 거라는 그 어떤 느낌이 있으셨던 걸까? 아니면 그냥 하셨던 말씀이셨을까? 아마도 아시지 않으셨을까...

내가 그렇게도 다시 만나기를 원하는 패트리시아와 부산 청년은 Zariquiegui에서 헤어진 후로 단 한 번도못 봤다. 그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내 마음이 쓰리다. 하지만 그들은 벌써 내가 쫓아가 만나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있고, 하루하루 더 멀어져 가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멀어져 가면서 나의 마음은 더 아파온다.

오늘이 한의쌤과의 마지막이라고? 정말 마지막 이라고? 아쉬움 인걸까? 마지막 이란 것을 내 마음이 전혀 인정하지 못하는 이 이별에 나는 그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