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to Bercianos del Camino
혼자 걷고 싶어 하는 나. 그런 나를 보고 불만을 표현하는 K군을 뒤로 하고, 가방을 메고 혼자 조용히 나온다.
나는 현재의 그룹과 같이 걷는 것이 좀 잘 맞지 않는 듯하다. 모라고 딱히 말 할 수는 없으나… 함께 있을때 나의 감정적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알베르게에서 만나게 되니까 걷는 건 그냥 편하게 알아서 걷기를 원하고 있고, 그래서 되도록 아침에 혼자 나오려고 한다. 그렇게 혼자 나와도 카페에서 만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같이 걷게 되니까, 되도록 내가 가장 사랑 하는 여명의 시간만큼 이라도 혼자 조용히 걷고 싶은 마음인 거다.
외모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나는 거울을 사용한다. 외모를 예쁘게, 깔끔하게 하려고 매일 깨끗하게 닦고, 뭔가를 발라주는데, 내 마음을 닦고 마음이 성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모두 자기만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명상도 하고, 토론도 하고, 기도도 하고....
다들 각자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 수많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의 정신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여긴다.
나도 많은 방법들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마음을 닦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거다. 내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내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마음인지..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만약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해결점도 찾아보려 하고, 찾을 수 없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의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범위도 더 넓어지고 깊어 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을 안고 까미노 길을 걷는다. 이 길을 걷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이 길을 걷기 시작한 뒤에 많은 순례자와의 소통을 통하여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꼭 아픔이 있어서 걷는 것이 아닌 사람도 많다. 글쎄.. 어떻게, 왜, 이 길에 왔던지, 나는 그저 이 길에서는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길에서 만큼은 그 아픔과 슬픔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이 길을, 오롯이 이 순간을 즐겼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내가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어야, 내가 견디고 받아들여야 하는 슬픔과 아픔을 딛고 잘 살아 낼 수 있지 않을까?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그 고통을 견딜 만한 뭔가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힘겨움도 슬픔도, 아픔도 언젠가는 치고 올라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자신에게 맞는 행복해 지는 법을 알았으니까 그 행복을 갖기위해 어려움 속에서도 모든 걸 현명하게 그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 주저리주저리 해 본다. 그리고 언제나 답은 개인의 몫이다.
이 길에 있는 나는 상상 이상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 아이였던가 하고 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전 이제는 기억도 하기 힘든 시절로 되돌아간다. 물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때에도 내가 이렇게까지 행복하지는 않았었던 같기는 하다. 어떻든 그동안 나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지 까맣게 잊고 살았던 거다.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행복해 질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 나는 지금 이곳에서 하나 하나 본질적인 나를 만나고 있고, 그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맘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혹여 이 길 위에서 나를 만나 나와 함께 이 길을 걷는다면 나는 이 행복을 같이 걷는 그 순례자들과 나누고 싶다. 그렇게 나눌 수 있을 때 행복은 몇 곱절 더 커지니까… 슬픔 또한 서로 나누어, 그 슬픔을 줄일 수 있다면 그 슬픔이 줄어든 자리에는 행복과 희망이 차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내가 행복해야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고, 만약 나와 같이 있는 그 누군가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러면 그냥 같이 웃을 수 있기만이라도 바라고 있다.
때로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기도 하니까…
이런 모든것이 내 욕심인 걸까??
현재 우리 팀 순례자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나의 행복과 기쁨이 전달 되기를 바랬으나, 내 전달력의 부족인지 아니면 내 감정이 너무 지쳐서인지 전혀 전달이 안 되는 듯하다. 깊이 없는 대화속에 말을 하면 마치 반사판을 맞아 튕기듯 각자의 대화가 공중에서 튕기고 있으며, K군의 징징거림과 짜증을 받는 데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몇번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언제나 나를 피하는 C, 늘 알 수 없는 불만이 가득한 C양과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안절부절못한 S군, 짝궁인듯 짝궁이 아닌 짝궁, 그들의 불편한 에너지와 S군의 부정적인 시각, 그리고 나를 너무 의지하는 듯하지만 진심을 전혀 알 수 없는 Y언니, 그녀의 가슴 가득한 화와 부정적 마인드…
그래 그냥 우린 다를 뿐이다. 알고 있다. 인정하고 있다. 다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이런 분위기에 내 감정적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끼는 거다. 분명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것일 거다.
처음에는 몰랐는데...나의 행복 에너지가 전달 되는 것 보다도 모두의 부정적 에너지가 나에게 전달 되는 것이 점점 더 커지는 거 같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감정적 소모에 나는 지쳐가고 있음이었다.
Bercianos 알베르게는 제일 처음으로 도착한 순례자가 되었다. wifi를 쓰려고 Bar를 찾다가 마을로 들어오는 미겔 일행을 만났다. 엄청 반가워하는 미겔의 얼굴이 참 밝다. 내가 공립 알베르게에 있음을 알려주고, 나는 Bar로 향한다. 인터넷을 다 쓰고 나오려 하는데, Bar 입구 테이블에 Y언니와 싸운 캐나다 아주머니들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녀들에게 다가가 합석해도 되냐고 물으니 의자를 밀어주며 앉으라고 말하는 그녀들. 나는 Frómista에서 너무 미안했다고, 상황이 그렇게 안 좋아 질 줄 몰랐다고 용서를 구했다. 괜찮다고 다 지난 일 이라고 말하는 그녀들… 나의 사과를 받아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해 보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어색하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서 다른 이야기들이 조금씩 오고 가고 나는 이제 그녀들을 편히 쉬게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얼른 그곳을 떠났다. 그녀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고,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다.
볕이 유난히 잘 드는 공립 알베르게 뒷마당. 한의쌤은 모든 가방과 모든 짐을 다 펴서 햇빛에 말리고 있었다. 배드버그로 벌써 몇 날 며칠을 고생하고 있는 한의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가렵고 안타깝다.
순례자들이 함께 저녁을 만든다고 하여 나와 한의쌤은 야채를 씻고, 양파 까는 것을 도와 드렸다. 그냥 아무 말 없이 먼저 부엌으로 가서 양파를 집어 드는 한의쌤의 모습은 또 다른 반전이었다고나 할까.. 브르고스에서 혼신을 다해 와인을 따시던 모습이 겹쳐진다. 같이 양파를 까며 포르투에 대해 처음 들었다. 포르투 왠지 꼭 가 보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다. 어떤 곳일까...
오늘 저녁의 모든 요리는 미겔 일행이 했다. 요리를 엄마에게 배웠다는 미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요리를 참 잘한다. 오래전에 삼겹살 먹어 보고 싶다고 문화 교환을 하자고 했었는데... 미안하다. 삼겹살 못 구워줘서…
그 많은 인원의 설거지를 K군과 다른 몇 순례자가 함께했다. 참 착한데… 걸을땐 왜 그리 짜증을 낼까…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니 얼마나 많은 양의 설것이를 맨 손으로 했는지 자랑을 하는 K. 그래 충분히 자랑할 만한 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