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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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to Bercianos del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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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고 싶어 하는 나. 그런 나를 보고 불만을 표현하는 K군을 뒤로 하고, 가방을 메고 혼자 조용히 나온다.

나는 현재의 그룹과 같이 걷는 것이 좀 잘 맞지 않는 듯하다. 모라고 딱히 말 할 수는 없으나… 함께 있을때 나의 감정적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알베르게에서 만나게 되니까 걷는 건 그냥 편하게 알아서 걷기를 원하고 있고, 그래서 되도록 아침에 혼자 나오려고 한다. 그렇게 혼자 나와도 카페에서 만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같이 걷게 되니까, 되도록 내가 가장 사랑 하는 여명의 시간만큼 이라도 혼자 조용히 걷고 싶은 마음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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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나는 거울을 사용한다. 외모를 예쁘게, 깔끔하게 하려고 매일 깨끗하게 닦고, 뭔가를 발라주는데, 내 마음을 닦고 마음이 성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모두 자기만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명상도 하고, 토론도 하고, 기도도 하고....
다들 각자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 수많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의 정신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여긴다.
나도 많은 방법들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마음을 닦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거다. 내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내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마음인지..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만약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해결점도 찾아보려 하고, 찾을 수 없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의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범위도 더 넓어지고 깊어 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을 안고 까미노 길을 걷는다. 이 길을 걷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이 길을 걷기 시작한 뒤에 많은 순례자와의 소통을 통하여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꼭 아픔이 있어서 걷는 것이 아닌 사람도 많다. 글쎄.. 어떻게, 왜, 이 길에 왔던지, 나는 그저 이 길에서는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길에서 만큼은 그 아픔과 슬픔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이 길을, 오롯이 이 순간을 즐겼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내가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어야, 내가 견디고 받아들여야 하는 슬픔과 아픔을 딛고 잘 살아 낼 수 있지 않을까?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그 고통을 견딜 만한 뭔가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힘겨움도 슬픔도, 아픔도 언젠가는 치고 올라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자신에게 맞는 행복해 지는 법을 알았으니까 그 행복을 갖기위해 어려움 속에서도 모든 걸 현명하게 그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 주저리주저리 해 본다. 그리고 언제나 답은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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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 있는 나는 상상 이상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 아이였던가 하고 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전 이제는 기억도 하기 힘든 시절로 되돌아간다. 물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때에도 내가 이렇게까지 행복하지는 않았었던 같기는 하다. 어떻든 그동안 나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지 까맣게 잊고 살았던 거다.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행복해 질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 나는 지금 이곳에서 하나 하나 본질적인 나를 만나고 있고, 그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맘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혹여 이 길 위에서 나를 만나 나와 함께 이 길을 걷는다면 나는 이 행복을 같이 걷는 그 순례자들과 나누고 싶다. 그렇게 나눌 수 있을 때 행복은 몇 곱절 더 커지니까… 슬픔 또한 서로 나누어, 그 슬픔을 줄일 수 있다면 그 슬픔이 줄어든 자리에는 행복과 희망이 차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내가 행복해야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고, 만약 나와 같이 있는 그 누군가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러면 그냥 같이 웃을 수 있기만이라도 바라고 있다.
때로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기도 하니까…
이런 모든것이 내 욕심인 걸까??

현재 우리 팀 순례자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나의 행복과 기쁨이 전달 되기를 바랬으나, 내 전달력의 부족인지 아니면 내 감정이 너무 지쳐서인지 전혀 전달이 안 되는 듯하다. 깊이 없는 대화속에 말을 하면 마치 반사판을 맞아 튕기듯 각자의 대화가 공중에서 튕기고 있으며, K군의 징징거림과 짜증을 받는 데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몇번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언제나 나를 피하는 C, 늘 알 수 없는 불만이 가득한 C양과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안절부절못한 S군, 짝궁인듯 짝궁이 아닌 짝궁, 그들의 불편한 에너지와 S군의 부정적인 시각, 그리고 나를 너무 의지하는 듯하지만 진심을 전혀 알 수 없는 Y언니, 그녀의 가슴 가득한 화와 부정적 마인드…

그래 그냥 우린 다를 뿐이다. 알고 있다. 인정하고 있다. 다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이런 분위기에 내 감정적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끼는 거다. 분명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것일 거다.

처음에는 몰랐는데...나의 행복 에너지가 전달 되는 것 보다도 모두의 부정적 에너지가 나에게 전달 되는 것이 점점 더 커지는 거 같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감정적 소모에 나는 지쳐가고 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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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cianos 알베르게는 제일 처음으로 도착한 순례자가 되었다. wifi를 쓰려고 Bar를 찾다가 마을로 들어오는 미겔 일행을 만났다. 엄청 반가워하는 미겔의 얼굴이 참 밝다. 내가 공립 알베르게에 있음을 알려주고, 나는 Bar로 향한다. 인터넷을 다 쓰고 나오려 하는데, Bar 입구 테이블에 Y언니와 싸운 캐나다 아주머니들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녀들에게 다가가 합석해도 되냐고 물으니 의자를 밀어주며 앉으라고 말하는 그녀들. 나는 Frómista에서 너무 미안했다고, 상황이 그렇게 안 좋아 질 줄 몰랐다고 용서를 구했다. 괜찮다고 다 지난 일 이라고 말하는 그녀들… 나의 사과를 받아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해 보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어색하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서 다른 이야기들이 조금씩 오고 가고 나는 이제 그녀들을 편히 쉬게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얼른 그곳을 떠났다. 그녀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고,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다.

볕이 유난히 잘 드는 공립 알베르게 뒷마당. 한의쌤은 모든 가방과 모든 짐을 다 펴서 햇빛에 말리고 있었다. 배드버그로 벌써 몇 날 며칠을 고생하고 있는 한의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가렵고 안타깝다.

순례자들이 함께 저녁을 만든다고 하여 나와 한의쌤은 야채를 씻고, 양파 까는 것을 도와 드렸다. 그냥 아무 말 없이 먼저 부엌으로 가서 양파를 집어 드는 한의쌤의 모습은 또 다른 반전이었다고나 할까.. 브르고스에서 혼신을 다해 와인을 따시던 모습이 겹쳐진다. 같이 양파를 까며 포르투에 대해 처음 들었다. 포르투 왠지 꼭 가 보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다. 어떤 곳일까...

오늘 저녁의 모든 요리는 미겔 일행이 했다. 요리를 엄마에게 배웠다는 미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요리를 참 잘한다. 오래전에 삼겹살 먹어 보고 싶다고 문화 교환을 하자고 했었는데... 미안하다. 삼겹살 못 구워줘서…

그 많은 인원의 설거지를 K군과 다른 몇 순례자가 함께했다. 참 착한데… 걸을땐 왜 그리 짜증을 낼까…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니 얼마나 많은 양의 설것이를 맨 손으로 했는지 자랑을 하는 K. 그래 충분히 자랑할 만한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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