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 _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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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lafranca del Bierzo to Ambasmes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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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유난히 더 어둡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이 가을이 깊어져 가나 보다. 알베르게 앞 하늘에 밝은 달과 별이 알베르게를 비추고 있다. 너무 귀엽다. 달과 별 둘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까? Villafranca에 어떤 순례자들이 왔는지...또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을까? 해가 뜨면 순례자들이 나와 조금 이동 후 해가 지면 사라지고 또 다음날 다시 나오고를 반복하고 있다고 할까? 한참을 알베르게 앞에 서서 달을 보다가 다시 천천히 길을 걷는다.

걷다가 K를 만났다. 이 아이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이렇게 잘 안단 말인가? 프랑스에서 온 한국인 여학생과 같이 가는 것이 잘 맞지 않고, 불편해서 Foncebadon 에서 바로 헤어졌다는 K. 그녀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한국팀과의 이야기도 한다. 다른 한국 팀에게 K는 마치 이방인 같았던 모양이다. 그럴 수 있지. 그 팀은 꽤 오래 같이 걸었으니까... 더군다나 모인 사람들 모두 서로 잘 맞는 거 같던데... 갑자기 나타난 K가 왠지 모르게 불편했을 수도 있었겠지. K는 은근히 그들의 끈끈함을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K역시 우리가 만난 팀이 무난하지는 않다는 걸 느끼는 거 같다. 그나저나 K가 이곳저곳에서 많이 치인 것 같아 조금 안쓰럽다. 그래도~ 혼자 걷고 싶은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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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다른 말 중인 K. 조용히 그 아이의 말을 듣는다.

“K야. 난 오세브레이로에 내일 갈 거라서 오늘 엄청 조금 밖에 안 걸어… 그러니 나와 맞추지 말고 너 갈 길을 가. 그게 누나 마음이 편할 거 같아”. 그렇다. 나는 오늘15KM 밖에 걷지 않는다.

차가운 나의 태도 때문이었을까? 엄청난 서운함을 표현한 얼굴로 조금 퉁명하게 말을 하고 K는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한다. K의 표정이 아주 안 좋다. K가 혼자 걸어가면서 독립심이라는 것이 조금 더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걷지만 결코 혼자 걷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를 바라는 것도 지나친 내 욕심일 거다. 그래도 혼자 간 것을 보면 K에게는 아주 많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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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난 이제 편히 혼자 갈 수 있다~ 앗싸~ 점심 먹고 천천히 올라가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카페로 향한다. Trabadelo 라는 마을의 네덜란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가서 얼른 라면을 주문한다. 한국인 순례자가 많아서 유투브 동영상을 보고 라면 끓이는 것을 배운 주인은 점심때가 되면 카페를 열고 라면을 끓여 판다. 탄수화물과 나트륨의 향연을 보고 스며드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뜨악! 문을 열고 들어 오는 낯익은 사람, S를 보고 다시 체한듯 밀려 오는 답답함에 앞에 놓인 물을 먼저 마신다. 아...혹 떼려다가 혹 붙였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S와 함께 라면을 먹고 길을 걷는다. 나는 K에게 했던 똑같은 말을 S에게 다시 한다. 간절함을 더 담아서... “S야.. 난 오늘 엄청 조금 밖에 안 걸어… 그러니 나와 맞추지 말고 제발 너 갈 길을 가. 그게 좋을 것 같아. 빨리 가서 버스로 움직이는 C양 만나야지. Valcarce 간다고 했지? 빨리 가도록 해. 난 쉬엄쉬엄 갈 거야. 나는 혼자 걸어가고 싶어” 혼자 걷고 싶다고 몇 번 말하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S는 Valcarce로 가지 않고 나를 따라 멈추었다. 내 간절함이 부족했나? 도대체.. WHY...

나는 정말 혼자 가고 싶다고ㅠㅠ
그래... S는 나와 걸음을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거겠지. 나는 혼자 가고 싶으나 S는 같이 가고 싶은 거겠지. 그래서 내가 분명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볍게 무시를 한 것이겠지. 그래 그런 것이겠지. 라고 이해를 하려고 해도 마음이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내가 그룹으로는 도저히 감당을 못하니 이제 한명 한명 보내 주시어 감당을 해 보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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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솔직한 내 마음은, 나는 오늘 Ambasmestas 가 아닌 Vega de Valcarce에가야 맞는 거다. 그런데 어제 밤에 나는 꾀가 났다. 많은 순례자들이 Valcarce로 들어갈 거고 어쩌면 나는 K를 Valcarce 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이 적은 그 전 마을에서 쉬기로 한 거다. 그런 나는 결국 K를 걷는 길에 만났고, 먼저 가라는 나의 냉랭함에 그 아이는 아주 고맙게도 나를 자유롭게 두고 갈 길을 갔다. 그런데 Valcarce로 가려는 S를 중간에 만나게 되고 Valcarce에서 쉬려고 했던 S는, 나를 만나 Valcarce까지 가지 않고 Ambamestas에서 멈춘 거다.

아… 한의쌤은 이걸 알까? 난 요즘 매일 한의쌤에게 어디가 사람이 적나요? 어디가 조용한가요? 라고 매일 묻고 있는데…사실 그 물음은 어디로 가야 K나 S군 C양을 피할 수 있을까요? 라고 하는 것이 정직한 내 마음일거다. 요즘 Y언니는 중간의 예쁜 마을에서 쉬면서 관광을 하고 있어서 나와 만나지지 않고 있다. K를 피하려 했는데 S를 만나다니…피하려고 꾀를 부려봤자 다 소용이 없구나…어차피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나 보다.

S군에 C양의 소식을 들었다. 많이 좋아졌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S는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참 복잡한 관계다. 커플인듯 커플이 아닌 커플. 복잡하다.

S는 계속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S가 어떤 큰 오해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려 하는데… 잘 안된다… 사실 그동안도 계속 반사 대화 경험을 했었지만, 오늘은 그게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나는 오해를 풀어 주려고 계속 자세한 설명을 하다가 지쳐서 포기 하고 말았다. 다른 이야기가 또 나왔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 또 뭔가 풀리지 않는 오해가 계속 생긴다. 찜찜한 기분을 남기고 다시 포기한다.

왜지…몰까?... 내 나이를 반으로 나눈 K랑도 소통이 되는데… 왜...나는 지금 왜! 어째서! S와 소통이 되지 않고 있을까… 나는 또 무엇을 또 놓치고 있는 거지? 내가 S의 부정적 마인드에 벌써 선입견이 생겼나?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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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amestas 마을은 “ 두 물이 모이는 곳' 이라는 이름이라고 한다. 그 이름답게 마을을 감싸고 Balboa 강과 Valcarce강이 이곳에서 합쳐져 흐르고 있다. 알베르게는 시설은 별로 였으나 호스피탈로가 너무 친절하다. 저녁때가 되니 건조대도 안으로 들여서 옮겨 놔주고..
아주 편안하게 쉴 수 있는곳이다. 부엌에서 요리는 할 수 없으나, 티는 끓여 마실 수 있다. 뭐 가게도 없어서 간식거리도 살 수 없는 작은 마을이다. 레스토랑 두 개. 알베르게 두 개 뿐이지만 작고 아담하니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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