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cianos to Mansilla de las Mulas
뒤를 돌아보면 아름다운 일출이.. 매일 아침 이렇게 태양을 등지고 걷는다.
사랑스럽다. 이 시간이 짧아서 더 아름다운 걸까?
한의쌤은 León까지만 걷고 비야프랑카로 이동 하신다. 한의쌤 이었나? Y언니였나? 아님 나 였나?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의쌤과 헤어지는 레온을 끝으로 나머지 사람들도 각자 걷기로 하였다. 즉 레온을 끝으로 팀은 분리된다. 모두 동의를 했고, 난 이 결론이 아주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Mansilla de las Mulas 알베르게에서 미겔을 다시 만났다. 로그로뇨에서 이메일 주소를 알려 달라고하여 아침에 나오기 전에 이메일 주소를 적어 가방 위에 놓고 나왔는데 못 보았다고 한다. 어제 느낀 건데...언제 부터 인지 미겔의 얼굴은 생장에서 처음 봤을 때와는 너무도 다르게 밝아져 있다. 다행이다...
같이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그는 생뚱 맞게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나? 왜? 라고 묻는 나의 물음에 그는 대답한다.
"명상을 하는데 네가 했던 말이 자꾸 자꾸 생각이 나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너가 알려준 데로 계속 해봤어. 처음엔 조금 어색 했는데 나중엔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차분해 지고 꽤 편안해 지더라고. M~ 네가 나에게 해준 말들이 많이 도움이되. 많은 위로가 되었고, 덕분에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즐거워" 그래서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하게 되네”.
아… 나는 말한다. “글쎄….그건 내가 해준 말들 때문이 아니고 미겔 네가 이 길을, 이 여정을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이 드는데…”
우린 그동안 생각한 것들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이 길이 끝난 뒤 다시 사회로 돌아가 우리가 이 길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스며 나오기를 서로 간절히 바랬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잊지 말고 기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며 이야기를 계속해 간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태극권을 통한 명상을 할 거라며 저녁에 태극권을 할 만한 장소를 같이 찾아다녔다. 그렇게 발견한 조용하고 공기 좋은 장소에서, 같이 앉아 노래도 부르고 각자 앉아 명상도 하였다.
(미겔은 생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일 명상을 하고 있다고 했었다. 미겔이 매일 명상을 한다는 말을 듣고 르단이는 미겔에게 단전호흡하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였었다. 그렇게 유럽 순례자들 사이에서 미겔은 매일 명상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나도 가끔 그들과 함께 그룹으로 명상을 하기도 했다.)
슈퍼에서 간단히 장을보고 돌아 오는 길에 미겔이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내가 알아야 할 가정 하나. 뭐 사실 확인은 할 수 없으나 미겔은 99% 확신한다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어디까지나 가정. 미겔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정을 브르고스에서 나를 우연히 만났을 때 말해주고 싶었으나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못했다고 했다. 글쎄... 내가 좀더 일찍 알았으면 뭐 좀 달랐을까? 잘 모르겠다. 물론…조금은 더 이해하려 했겠지.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아무것도…
세상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은 듯하다. 모두 이 길에서 치료받고 행복해졌으면... 이미 까미노를 떠나 더 이상 순례길을 걷지 않는 사람도….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Y언니가 산책하러 가자고 한다. 방금 미겔과 마을을 돌고 왔다고 했으나 어느새 언니는 내 팔을 끌고 나가고 있다. 미겔과 산책한 길을 그대로 Y 언니와 걷는다. 조금 지나서 언니에게 다시 들려오는 똑같은 불평들… ‘언니 나는 더 이상 언니의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아요’ 라고 조용히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더이상 이 길에서 언니가 만들고 있는 그 어떤 드라마에도 끼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나에게 불만을 말하면, 나는 왠지 그 불평을 해결해 줘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생긴다. 하지만 내가 지금 Y언니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위로”가 전부다.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위로는 지금 당장은 나아지는 듯하지만, 결국 Y 언니는 언니의 드라마속 사람들에게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친절함과 대우를 받아야만 이 불평이 조금은 사라지리라는 것을...
그때까지, 내가 Y언니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그녀의 불평을 듣고 위로해 주는 것뿐, 그 어떠한 것도 할 수도, 해 줄 수도 없다. 그리고 난 이렇게 일기를 끄적이며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할 뿐이다.
그래도 오늘은 K의 짜증과 화가 조금은 덜해서 다행이었다. 작은 공원에서 K는 미겔과 팔굽혀 펴기 시합도 했었는데, 승리는 미겔에게로 갔다.
늦은 밤 미겔은 같이 동적 명상 태극권을 하자고 나를 불렀다. 나는 몇 년전 미국에서 친구를 따라 태극권을 한다고 갔다가 뜨거운 태양 아래 쓰러질뻔한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심하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밖은 이미 너무 어둡고 시간을 보니 너무 늦은 시간이라 K에게 같이 갈 수 있냐고 물으니 재미있겠다고 함께 따라나선다. 엄청 재미있어하는 K. 한번의 명상으로 K의 화가 당연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기쁨을, 평화로움을 조금은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미겔 일행들과 나 그리고 K는, 별이 쏟아지는 달 밝은 밤, 조용한 숲에서 태극권을 하고 돌아와 고요히 잠이 들었다.
(나는 Mansilla 이후로 미겔을 다시 만날 수 없었고, 한참이 지나서 미겔은 산티아고까지 무사히 잘 여정을 마쳤다고 소식을 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