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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에 가입해서 뉴비 가이드를 읽어보며 스팀달러와 스팀파워의 차이를 배우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날짜로는 52일이 됐고 달로는 2달이 돼간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시간 참 빨리 간다. 그리고 스팀잇은 배우고 익힐수록 즐거움이 배가 되는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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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12일이나 됐다. 최근 회사일이 조금 바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스팀백서 길잡이 (하) 편을 마무리하느라 다른 글을 올릴 여유가 없었다.
나는 일을 하나 시작하면 붙잡고 늘어지다 다른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언뜻 보면 좋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 다니시는 분들은 피식하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할 듯싶다. 때문에 상사들에게 지적을 받은 적도 몇 번 있었다. 자기 계발 서적을 읽어가며 좀 고쳐가고 있기도 한데 (실제로 많아 나아지긴 했다) 습관이라는 건 쉽게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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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백서를 읽게 됐던 결정적인 계기는 1달 전 어뷰징에 대한 여러 글들이 올라올 때였다.
스팀잇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이 플랫폼에 대한 장밋빛 희망으로만 가득 차 있던 시기였는데 여기가 유토피아라는 환상이 그때 조금 깨졌던 것 같다. 다들 사이좋게 보팅 해주며 으쌰하는 곳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여기도 사회의 축소판이라 각자 다른 철학이 있다는 것을 그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며 분열되는 커뮤니티를 보자 왠지 가족들끼리 싸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고 과장을 좀 보태자면 희망이 보이지 않아 약간 우울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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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인터넷에서 사람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끼리 그러는 것 갖고 넌 또 왜 우울하냐. 오버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여기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본 적도 없고 대부분은 뭘 하는 사람인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만나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글을 보며, 그들의 생각을 읽으며 왠지 그들을 조금은 알아갔다고 생각하면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갑자기 영화 [후아유]가 생각났다.
물론 인터넷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그 사람의 실체와 일치하리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다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이 곳에서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나만 하더라도 지인들에게 쉽게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들과 생각들을 이 공간에 배설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는 현실의 지인들보다 스팀잇의 사람들과 더 가깝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관계라는 것은 늘 정의하기 어려운 듯하다.
어쨌든 논란이 있었고, 많은 대화가 있었다. 떠나간 이들도 있고, 보고 싶은 이들도 있고, 새로 만나게 된 이들도 있었다. 사회의 특성상 합의는 어렵지만 양측 다 서로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기는 하다. 그것만으로도 큰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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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한 백서였는 데 오히려 거기서 스팀잇의 희망을 봤다.
설계자들의 의도를 이해할수록 모든 현상들이 조금 더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고, 시스템이 이해가 될수록 이 곳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 그래서 백서를 읽으라고 많은 분들에게 권유를 했었고 급기야 백서에 담긴 내용을 내가 직접 요약해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남들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했다. 백서를 쓱 읽었을 때는 대충 이해가 되던 것들도 글로 설명을 하려니 머리가 꼬이기 시작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남들에게 설명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나는 전문가라면 해당 지식을 남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인터뷰를 할 때도 "내가 5살이라고 생각하고 나한테 설명해봐"라고 질문을 많이 한다. 마음속으로 이해했다면 그게 가능하고 어설프게 이해했다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해하지 못한 것을 억지로 설명하려 했더니 길잡이를 쓰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고 나중에는 회사 보고서를 쓰는 것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백서 길잡이를 다시 적는 나의 야간 근무가 매일 이어진 것이다.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그냥 멈췄으면 되는 데 한 가지에 매달리는 몹쓸 습관 때문에 2주가 넘게 새로운 글을 작성하지 못하고 이 작업에만 몰두했다. (상) 편은 그나마 조금 쉬웠는데 테크니컬 한 부분이 가득한 (하) 편은 더 어려웠다.
다행히 이번 주말에 시간이 좀 나서 (하) 편을 거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제 편집만 해서 올리면 된다. 무슨 대형 프로젝트라도 끝낸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 기념으로 왠지 좋아하는 스코틀랜드 위스키라도 한 병 사야만 될 것 같다.
그 와중에 SMT 백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나 저건 왠지 작업을 시작하면 더 큰 삼천포로 빠질 것 같아 차마 열어보지도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더 쉽게 풀어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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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하면서 삶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첫째로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내려오는 일을 열심히 처리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스팀잇과 마찬가지로 커뮤니티의 관점에서 내 일을 보려고 노력한다. 회사 내에서 우리 팀이 KR처럼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을 때 "스팀파워"가 상대적으로 적은 내가 어떻게 하면 팀에 공헌을 할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게 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업무를 접근했더니 사람들도 더 고마워하는 눈치였고 피드백도 더 좋아진 느낌이다.
두 번째로 길을 오가다가 지하철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이나 구걸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그냥 보고 지나쳤을 텐데 이제는 "업보팅" 기능이 있다면 내가 쉽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스팀잇 폐인 다됐다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스팀잇이라는 시스템이 그만큼 엄청난 사회적 포텐셜을 지니고 있다는 말도 된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 접속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하루에 한 번쯤은 온 메시지가 있나 확인하러 들어가긴 하지만 글도 올리지 않고 다른 사람 포스팅에 좋아요도 잘 누르지 않는다. 간혹 가다 좋아요를 누를 때마다 옆에 달러 표시가 올라가지 않아서 당황하는 것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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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일 동안 많은 분들에게 이쁨을 받은 덕에 글을 자주 쓰지 않았음에도 나름 높은 명성도를 얻을 수 있었고 (우연의 일치로 명성도도 52!) 보상도 130 스팀 정도 챙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간에 스팀에 투자를 하려고 코인베이스에 돈을 좀 넣어뒀었는 데 (비트나 이더를 먼저 산 다음 스팀으로 변경할 계획이었다) 저점을 잡으려고 기다리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지금은 닭 쫓던 강아지처럼 나무 위만 쳐다보고 있다.
요즘 암호화폐가 다시 봄을 맞아 활기를 보이고 있는 데 찬물을 끼얹는 게 조금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반등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왠지 $10,000 쯤에서 200일 이평선을 맞고 다시 내려올 느낌이다. 물론 나는 차트도 볼 줄 모르고 트레이딩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막연한 내 느낌일 뿐이다. 오직 시간만이 판단해 줄 듯하다. 틀릴 확률 80% 맞을 확률 20%.
어쨌든 스팀 구입도 못해서 파워가 낮은 덕에 다른 분들에게 보팅을 해도 금액이 올라가지 않아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가격 때문에 당분간 구매하지 못할 것 같기에 (마음이 쫓겨 투매하는 행동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하지 않겠다는 주의다) 내가 유일하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좋은 글을 써나가는 것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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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백서 (하) 편을 올린 다음 새로운 미니 시리즈를 써보려 한다.
예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면 내가 뉴욕의 투자은행에 취업한 이야기를 수필로 각색해 보고 싶었는 데 스팀잇보다 글을 올리기 적합한 장소가 있을까 싶다. 글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고 싶고 혹시라도 금융권에 도전해 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글을 통해 "카더라"가 아닌 정확한 정보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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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할수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신이 스팀잇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수익. 명예. 권력. 여러 가지 답변이 있을 수가 있겠다. 정답은 없다. 다만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나중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얻고 싶은 것은 영향력이다. 나중에 이에 대해 더 글을 쓸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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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백서 번역이 아닌 내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자유롭게 내뱉으니 정말 가슴이 홀가분하다. 산 정상위에 올라가 크게 "야호~!!"를 외친 느낌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5월이 다가오고 있다. 내 인생에서 5월은 늘 좋은 일로 가득했던 것 같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행복 가득한 5월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