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플랫폼 시대 이후 블록체인을 이끌 4가지 큰 흐름

menerva(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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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페이스북이 기업공개를 했을 때가 기억난다. 나는  유저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입을 올리는 사업 모델이 지속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페이스북이 몇 년 안에 망할 거라 단언했다. 마치 닷컴 버블 때 유저 트래픽으로 돈을 벌겠다고 떠벌리던 수많은 회사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철저하게 틀렸다. 한 주당 38불에 공개된 주식은 지금 $185에 거래되고 있다. 무려 6배에 가까운 수익이다. 내가 이런 실수를 저지른 이유는 떠오르는 새 트렌드를 외면한 채 옛 시각으로 페이스북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주식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5개의 기업들을 FAANG이라 부른다. 이는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 (Alphabet)의 약자다. 이중 넷플릭스와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플랫폼 기업이다. 심지어 제외시킨 애플조차 iOS라는 생태계를 구축해 플랫폼 기업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직접 벌기보단 그들을 구축한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데 더 관심이 있다. 정보의 홍수인 인터넷 위에 (1) 고속도로를 짓고, (2) 유저들을 그 길 위로 달리게 한  뒤, (3) 비용은 광고주들이나 물건을 판매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청구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통행량이 늘어날수록 예전의 신문사와 방송사가 그랬듯 사회에서 엄청난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세계를 점령하는 위치까지 왔다. 게다가 이들은 아직도 유저들의 데이터를 수집해가며 갖고 있는 고객 예측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가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경우 해당 유저를 포스팅하는 글이나 사진, 그리고 "좋아요"를 누르는 성향에 따라 몇 백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구글은 검색엔진은 물론 유저들의 이메일까지 스캔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리고 90년대부터 전 세계 유저들의 구매 내역을 차곡차곡 쌓아온 아마존은 유저가 언제 무슨 제품을 사려고 하는지 예측이 가능한 상태까지 왔다고 한다.

음성인식과 AI의 발달을 통해 이 기업들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것이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각 플랫폼을 더 자주 방문하고, 더 오랫동안 머물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신 우리의 정보를 무료로 가져가는, 그래서 우리를 플랫폼의 더욱더 충실한 "개"로 만드는, 어떻게 보면 참 무서운 사업 모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역사가 늘 증명하듯 플랫폼 기업들 또한 왕관을 내어줄 때가 올 것이고 그들을 언젠가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블록체인 일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4가지의 큰 흐름이 우리를 블록체인의 신세계로 이끌 것이라 생각한다.

1. 높아지는 연결성 (Connectivity)

강남 스타일을 기억하는가? 2013년에 떴던 싸이의 노래는 Youtube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퍼져나갔고 현재까지 31억 번 이상 재생되었다. 강남 스타일이 뜬 것은 싸이가  재치 있는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Youtube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 생각한다. 

오늘날의 세계는 인터넷이라는 망을 통해 촘촘히 연결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에서 만든 노래가 플랫폼을 통해 몇 달 안에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 망의 시대가 우리의 삶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고 또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가고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을 더 자세히 쓰고 싶다.

하지만 이제까지 사람들이 플랫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연결이 되었다면 앞으로는 이미 연결된 망을 통해 플랫폼을 통해서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직접 이어지는 시대가 도래할 거라 생각한다. 페이스북이 아닌 스팀잇, Youtube가 아닌 Dtube, 그리고 우버가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왕관을 빼앗을 것이고 블록체인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망의 세계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2. 계속되는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

우리가 블록체인을 접하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바로 탈중앙화 일 것이다. 이런 탈중앙화 현상은 비단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사실 최근 100년 정도의 트렌드는 중앙화였다. 작은 개채들끼리 힘을 합쳐 큰 무리가 되었을 때 규모경제가 실현될 수 있었고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EU가 탄생했고, 중앙정부의 힘은 더 강력해졌으며 기업들은 M&A를 통해 독점을 형성해 나갔다.

하지만 최근에 일어났던 스코틀랜드나 카탈로니아의 독립운동, 그리고 브렉시트와 같은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중앙화 시대의 끝자락에 도달한 느낌이다. 

탈중앙화가 가능해진 것은 망의 발달을 통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고 또 망을 통해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신문사나 방송사들이 사회에 전달될 메시지를 직접 큐레이션 했다. 하지만 SNS가 발달된 요즘은 누구나 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미디어 기업들이 오히려 이런 판도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다. 또 예전에는 거대한 금융기관을 통해서만 자금조달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크라우드 펀딩이나 ICO와 같은 형태로 기업이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권력이 중앙조직에서 개인에게로 돌아올수록 탈중앙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블록체인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플랫폼 기업들의 힘을 약화시킬 것으로 본다.

3. 콘텐츠 생산자(Contents Creator)의 성장

역사적으로 인류는 산업혁명을 거칠 때마다 노동 배분의 큰 변화를 겪었다. 1-2차 산업 혁명을 겪으며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는 대신 공장을 돌리기 위해 노동자와 자본가를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3차 산업 혁명을 통해 정보 산업이 발달하자 노동자보다는 서비스 직종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AI의 발달과 함께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마 지식 노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서비스 직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결정권을 가진 위의 포지션들은 그대로 있되 정보를 모으거나 정리하는 주니어급 포지션들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긍정적이라 본다. 회사에서 일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화이트 칼라 직종에 들어가서 처음 접하는 많은 일들이 정신적 노가다가 다수고 실제로 머리를 써야 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종사하는 금융계 직장에서 신입사원은 대부분의 일과를 데이터를 정리해서 여러 형태로 기록하는 데 보낸다. 물론 이런 기본적인 일들이 숙련돼야 나중에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가공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지만, 이런 노가다성 잡일은 사실 인간보다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마치 계산기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셈에 능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컴퓨터로 저 신속하게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 직업을 잃게 될 사람들이 다 어떻게 될 것인지는 큰 문제다. 사회의 붕괴를 우려하는 학자들부터 기본소득을 제시하는 정치인들까지 많은 토론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여러 토론이 있지만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contents creation에 몰입할 거라 예측한다.

예술을 창작하고 글을 쓰는 것과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는 가장 인간다운 것이고 또 AI가 빠른 시일 내에 따라 하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언젠가는 이것마저 따라 잡힐 것이다). 무엇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나중에 따로 다뤄보고 싶다. 

지금도 플랫폼 기업들이 만든 인스타그램이나 Youtube 등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이들의 비중이 현저히 더 높아질 것이다. 또 그럴수록 플랫폼 기업이 만든 미디엄이 아닌 자체 보상 시스템을 구축한 스팀잇과 같은 시스템들이 인기를 끌 것이고 블록체인이 이 혁명을 완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

4.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발달

르네상스 시대에 주식회사라는 개념이 설립된 이후로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한 교리는 "주주가치의 증대"였다. 물론 이는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잘 이용해 대리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시켰지만 엔론 사태나 최근에 일어난 금융위기처럼 큰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제 경제권을 얻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부유하지 않게 될 확률이 높은 첫 세대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경제적 풍요 위에서 자란 이들은 "잘 먹고 잘 살자"와 같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뛰어넘어 "사회 정의 구현"이나 "자아의 실현"과 같이 좀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는 승자독식이나 마키아 밸리적 사고방식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많은 이들이 기업의 유일한 목적이 "이윤을 최대한 많이 남기는 것"이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이윤 외에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사회적 기업의 등장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이제 기업들은 수익을 내는 것 외에도 (1) 정치적인 현상에 동참하고, (2) 인도주의적 가치를 준수해야 하며, (3) 사회적 상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우버의 창업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점이 밝혀지자 수많은 유저들이 우버 앱을 지우고 경쟁사인 Lyft로 갈아탄 것이 좋은 예다.

기업뿐만 아니라 돈을 굴리는 펀드 매니저들도 투자자들이 금융적 수익 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익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런 생태계를 무시할 수 없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가장 강력한 변화 수단이기에 앞으로 사회적 기업의 부상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성장 만능주의 보다는 분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기에 나는 유저들끼리 자체 보상을 나눠갖는 블록체인의 많은 애플리케이션들과 스팀잇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약진할 것으로 생각한다.

원래는 짧게 요약하려 했으나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졌다. 여기서 제시한 4가지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나중에 더 자세히 적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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