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에 보통 산후조리원이나 산후 도우미와 함께 몸조리를 하게 되는데, 나는 산후 조리원을 나온 후에 산후 도우미 아주머니와 한달간 몸조리를 했다.
엄마들 카페에 들어가보면 산후조리원 후 그냥 혼자서 몸조리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특별한 몸조리 없이 친정 엄마나 남편과 함께 몸조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주된 이유는 돈을 아끼려는 이유보다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불편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은 남의 신세를 못 지는 스타일이라 돈 주고도 도움도 못 받고 오히려 눈치 보게 될 것 같아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후에 그 온몸이 쑤시는 관절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그 모든 것을 감내하며 '그래도 불편하게 남의 도움 받느니 차라리 힘들어도 이게 낫지'하고 위안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게 몸조리한 산모들은 한참이 지나도 몸이 회복되지 않아 결국은 크게 후회하더라.
남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아무리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에게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예외는 아니고 오히려 그 사람 신경쓰다가 정신적으로 더 피곤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때가 많았다.
빌 게이츠였던가? 암튼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이 있는데
그것은
"성공의 비결은 우리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
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해야할 일들은 산더미인데 그 중에서는 정말 나만이 할 수 있는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혹은 내가 해야 제일 효율적인) 일이 있고 내가 해도 되지만 남이 대신 해주는 게 더 효율적인 일들도 있다.
사실은 내가 해야 제일 효율적인 일과 내가 해도 되고 남이 해도 되는 일을 내가 에너자이저라서 모두 내가 다 하면 아마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남의 도움 받지 않고 내가 다 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남한테 정신적으로 신경 쓰거나 물질적으로 돈을 쓸 일도 없으니.
하지만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는 딱
한정되어 있다.
우리 모두가 다 경험해봤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내가 계획한 일을 모두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침 햇살을 보고 밖에 나가서 걸으면 기운이 넘친다. 모두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가 저물어갈수록 우리는 우리의 에너지가 점점 소진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참 피곤하단 느낌이 든다.그러면서 우리의 의지는 점점 약해진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에너자이저인 그 하루에 주어진 단 몇 시간의 시간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 내 스스로가 해야 가장 효율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그 황금시간대에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남의 손을 빌려도 되는 일을(남의 손을 빌리면 오히려 더 효율적인 일)하느라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할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대부분 말은 안 해도 완벽주의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해서 효율적인 일은 물론이고 그닥 효율적이지 않다고 인정하는 일도 모든지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린다.
내가 다 해내지 않으면 내가 의지박약아 같다. 강한 의지만 갖고 있으면 그까짓거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다 해내지 못 하는건 내가 의지가 약해서 인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일 그저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의지만 충만하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의지력의 재발견' 이라는 책에서는 의지력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말해주는데
우리는 마음으로 의지력만 굳건히 세우면 모든지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무엇을 해야지 라는 의지력만 자꾸 키우려는 정신적인 노력만도 에너지를 계속 소모한다는 것이다.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다이어트 해야지 다이어트 해야지 하고 자꾸 다짐하고 의지력을 키운답시고 하는 생각들이 계속 우리의 에너지를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이미 너무 다짐만 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려 막상 실행할 힘이 없어지는 것이다.
책의 결론은 우리가 어떤 일을 꼭 이뤄야 한다면 해야지 해야지 하고 자꾸 다짐하고 강한 의지력에 기댈 것이 아니라 그 해야 할 일을 습관으로 만들어 아예 의지력 없이도 저절로 그 일을 하도록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양치질을 하고 옷을 입을 때 어떤
의지력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듯이.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와 밤낮으로 24시간 내내 붙어 있으면서 한달동안 몸조리를 했는데, 물론 대부분 산모가 우려하는 것처럼 모르는 남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아주 맘 편한 일은 아니었다.
음식을 좀 짜게 만들어서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다가 "조금 짜게 된 것 같네요^^" 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기분 안 좋아지시는 것도 목격했고,
아기를 자꾸 엎어 재우시길래 돌연사 위험으로 그렇게 재우시지 말라고 진짜 아주머니 기분 안 상하게 여러번 주의를 해드려야 하는 일도 있었다.
모유수유하는데 굳이 앞에서 지켜보셔서
마음 속으로는 참 비켜주셨으면 하고 부담스러운 적도 있었고,
관절이 안 좋아 아주머니가 바쁘게 다른 일을 하시는 와중에도 아주머니께 아기 좀 안아서 침대에 눕혀달라고 부탁 드려야 하는 일도 많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도움을 하루종일 받으면서 당연히 나 혼자 있는 것만큼 마음 편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도움 받는 것도 자꾸 하다보니 나중엔 아주머니 기분 덜 상하게 예의 바르게 도움이 필요할 땐 당당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도움을 주고 받는 와중에 알게 모르게 정이 쌓여 아주머니가 가시기 전날에는
"참 헤어짐이란게 항상 아쉽네요.." 하고
뭔가 산후도우미 아주머니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친구를 떠나보내듯 진심으로 아쉽고 참 잘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우리 친정엄마한테 참 딸이 상냥하다고 하는 칭찬까지 하시더라.^^
사실 한달 내내 상냥하게 계속 요구를 해왔다...ㅎㅎ
나는 남의 도움 못 받는 스타일이야.
하고 단정 짓고 쓰러질 것 같은데도
혼자 모든걸 다 해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각자 장단점이 있고 각자 잘 하는 것이 달라서 어떤 일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훨씬 수월하게 풀리는 일도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이 다 해내야 한다고,
그저 의지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자책하지 말자.
의지력을 높이려고 자꾸 다짐할때마다
우리가 막상 실행할 때 써야할 에너지는
야금야금 없어진다.
그러니 자꾸 의지력을 탓하지 말고
도움 받아야 훨씬 수월한 일은 돈을 좀 써서라도 도움을 받자.
그리고 내가 해야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가장 에너지가 충만한 시간대에
집중해서 하자.
우리는 슈퍼맨이 아니다.
한정된 인생을 최대한 알차게 살아내려면
'집중'
그것 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