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과 남이 생각하는 나의 행복

megaspore(68)
Published in
#kr
Words
369
Reading
2 min
Listen
Play
9y

나는 게으르다.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딱히 노력해본 일이 없다.
(수포자였지만 수학을 잘 하기 위해 한번도 노력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것들은
(이루어내었다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라 인연에 따라 그렇게 되었다.
(중국어를 싫어했지만 매일 중국어를 하며 산다.
공부도 안 하면서 홍콩에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노력하지 않았다. 경고문까지 집에 왔다.)

게으름 유전자가 있다고 책에서 봤다.
쥐를 실험했는데 몇대에 걸쳐 게으른 쥐는 후대도 게을렀다. (엄마 말씀으로 아빠가 게으르다고 했다. 난 분명 유전이다. 내 탓이 아니길..)

예전엔 게으른 나를 자책했다.
이런 내가 싫었고 노오력 하면 평범한 사람도 성공한다는
자기계발서를 수십권을 사들이며 그렇게 20대를 보냈다.

30대 중반이 되었다.
이젠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싶다.
이러다 죽겠지 싶다.
딱히 누구한테 크게 피해주는건 아니니
죄책감은 안 갖고 싶다.

게으르니 나의 하루를 잘 조정해야 한다.
게을러서 못하는게 (느리게 하는게) 많은 만큼
진짜 좋아하는 진짜 중요한 일만 해야 한다.

우선 순위가 나에겐 필수이다.

우선, 시간이 없으니 (하루종일 아기를 쫓아다녀야 한다)
사람들을 덜 만나야 한다. 중요한 사람(남편)만 만난다.
중요한 사람(엄마&친언니)과만 통화한다.

시간이 없으니 화장을 안 한다.
옷은 위아래 트레이닝복 아니면 원피스다.
(원피스는 위아래 맞출 필요 없어 시간절약이다)
가장 중요한 일(아기 이유식) 위주로 하고 그 다음 중요한 일(글쓰기&독서&산책)을 한다.
필요하지만 아주 중요하지는 않은 일 (집안 정리)은
시간이 되면 한다.(시간은 항상 되지 않는다)

게을러서 옷도 항상 신경쓰지 못하고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일회용 렌즈가 있는데도) 나는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이 더
불만이다. 머리가 부시시하다. 옷은 이거 입으니 더 좋다는 둥 나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괜찮지 않다.

나는 이대로 행복한데 주위에선 넌 이대로는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주입시킨다.
이렇게 하면 더 행복할거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행복은 다르다.

하지만 다른 사람 역시 본인 기준으로 나에게 행복의 기준을 얘기하기에 그 사람 기준에선 나에게 진실을 얘기한거다.
날 생각해준거다. (별로 고맙진 않다..)

언제쯤 되면 나는 내 식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오로지
나의 영혼으로 내 삶을 꾸려갈 수 있는걸까?

아직은 어려서 (30 중반) 다른 사람의 간섭
(그 사람의 입장에선 조언)을 들어야 하는 걸까?
60,70 아니 90쯤 되면 나에게 관심 가져주는 이 없을테니
그때쯤엔 온전히 내 뜻대로 살 수 있나?

내 인생인데..
내가 누구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여기 저기서 태클이 들어온다.
이건 이래서 아니고 저건 저래서 아니야...

넌 이래야 행복할거야...
널 위해 하는 말이야...

휴...

어제 산 책에서 본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구절,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싸울 쟁, 얻을 취

싸워서 얻어내는 것이다.

자유는 쉽지 않다.

싸워서 얻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