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었다.
가까운 사람끼리는 너무 편하다보니 오히려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이해하겠는데 나는 그것도 아닌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나는 중국 사람과 결혼 후 중국으로 건너오면서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따고 아이를 갖기 전까지 내내 파트타임으로 한국어 강사를 해왔다.
인생을 살며 대부분 부정적인 피드백만 받아왔던 나는 한국어 회화 강의를 처음 맡았던 그날부터 학생들에게 환영의 눈빛을 받았고 나중에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 중에 최고라는 한 학생의 피드백을 받고 나서는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 직업을 좋아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끊임없이 주어지는 피드백>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2tycyg
그러던 어느 날,
홍콩대학교에 한국어 강사로 온다는 어떤 여자분을 한국어 강사 카페에서 알게 되었고 홍콩에 사는 나는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저는 홍콩에 사는 한국어 강사라는 댓글을 남기고 서로 카톡 연락처를 주고 받아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의 카페 닉네임이 여섯 글자였는데 나는 부르기가 너무 길기도 하고 또 장난 삼아 앞글자만 따서 두 글자로 그 분을 불렀는데 (예를 들면 메가스포어를 메스라고 부르는 식이다. 편의상 이후 그분 닉넴을 메스로.)
메스님~ 메스님~ 했더니 그 분이 자기는 그렇게 불리는 게 싫다고 하시길래 나는 친구들끼리 서로 이름 갖고 장난 치는 식으로 그렇게 유치하게 그 분을 계속 그 분이 싫다는 그 닉넴으로 불렀다..
나는 정말 장난이었고 오히려 그 분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그렇게 계속 부른 거였는데 그것이 그렇게 화근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카톡을 주고 받았는데 갑자기 그 분이 이런 메시지를 남긴 것이었다.
“정말 심장이 바운스하네요”
......??!
엥?! 심장이 바운스 하다니 이건 무슨 말??
갑자기 심장 운운하는 것도 생각지도 못 했던 단어였고 바운스라는 말은 내가 어릴 적 유행했던 디제이덕이란 그룹의 런투유라는 노래가사에서밖에 들어본 적이 없다.. (외로울 땐 나를 불러 뭐가 니 맘에 걸려 바운스 위드 미 바운스 위드 미 바운스 바운스 뭐 이런 노래였다..)
나는 급당황스러워져서 마치 친구처럼 장난치는 모드에서 갑자기 급거리를 두며 예의를 갖추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답문을 보냈고 그 분은 내가 그렇게 싫다고 얘기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부르는 것에 너무 놀랐고 자기는 항상 사람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말 그대로 내가 심장이 바운스하기 시작했고 그 분에게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렇게 들리셨다니 너무 죄송하다고 제가 말실수를 한 것 같다고 그렇게 사과를 하고 대화를 끝맺었다.
나는 그 카톡 대화를 끝맺은 후에 혼자 방 안에서 방금 오해를 받았던, 내가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심장을 바운스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고 생각할수록 너무나 억울해졌다..
나는 진짜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나는 진짜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
내가 사람에게 상처를 주다니.....
이러한 생각들로 마음은 점점 우울해졌고 퇴근하여 돌아온 남편은 방 안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나를 보며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는 그 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던 중에 갑자기 울컥 하고 울음이 터졌다.
“나는 진짜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엉엉.. 나를 그렇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나를 그렇게 오해하고..엉엉..”
암튼 이렇게 상황은 일단락 되었고 그 분하고는 당연히 연락을 안 하게 되었다..
이 일은 훗날 나에게 아주 큰 교훈을 남겼다.
나는 언제나 피해자 의식을 갖고 살았으며 언제나 나는 착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항상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는 선, 세상은 악 이런 식으로 보았던 듯 하다.
그래서 세상은 항상 나에게 상처를 주는 악으로, 나는 세상에게 상처를 받는 가련한 선한 영혼으로 굳게 믿으며 살아왔는데
나도 결국은 사람에게 상처를 (심장이 바운스할만한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 사건 이후로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그 사람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마치 내가 모욕을 당한 것처럼 느껴질 때 내가 겪었던 이 심장 바운스(?) 사건을 떠올린다.
‘그래 저 사람도 악의는 없을 수도 있어. 저 사람도 그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이러는 걸 수도 있어.’
이렇게 한번 생각해본다.
내가 그때 그런 의도가 아니었으나 나쁜 의도로 받아들여졌던 것처럼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저 사람도 어쩌면 나쁜 의도가 아닌데 내가 나쁜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교훈을 얻었다.
내가 왜 그렇게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람에게 친한 척을 하며 장난을 치고 오버를 하다 이런 봉변(?)을 당했는지 생각해보았는데 원인은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그 사람을 대할 때 순수하게 대해지 못 했던 것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나는 그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 했으나 나는 홍콩대학교에 한국어 강사로 온다는 그와 친해지고 싶었고 그와 친해져 그에게 많은 정보를 얻고 싶었다.
이 말인즉슨, 나는 그에게 처음부터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무언가를 얻고 싶다는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록 나 조차도 인식 못 했지만) 접근했고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평소와 다르게 오버를 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그 후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는 이 두가지 교훈을 명심한다.
첫째, 상대방의 언행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것이 꼭 그가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지금 오버(!)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즉, 그는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닌데 나 혼자 상처를 받는 걸 수도 있다.
둘째, 사람을 만날 때는 정말 사람 대 사람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콩고물을 바라고 사람을 사귀면 나의 그 의도는 내 언행 전체에 전해져 이상하게 평소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고 그래서 친해지기는 커녕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지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할 때, 누군가를 만날 때 내가 나도 인식하지 못 하는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목적이 오히려 나와 그를 더 멀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한번 생각해봄직하다.
그리고 상처 주는 사람은 없는데 상처 받는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다.
같은 언행을 여러 사람에게 해보면 각자 반응이 다른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언행을 재밌게 생각하는 사람,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냥 아무 생각없는 사람.
그러니 내가 누군가의 언행에 상처 받았다면 그것은 나의 무의식에서 온, 내가 만들어낸 상처일 가능성이 많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무조건 그를 탓하는데 에너지를 쏟기 보다는 내가 왜 저 사람의 저런 태도와 말에 이토록 상처를 받는 것인지, 이것은 나의 과거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나에게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도,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는 존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삶이 조금은 편해졌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살았을 때는 세상이 참 억울하기만 했다. 하지만 억울할 것도 날 가련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은 내가 만든 감옥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만들었기에 내가 부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내가 만든 감옥에서 탈출하여 좀 더 넓은 세상을 훨훨 나는 그런 자유로운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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