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인 관계의 패턴

megaspore(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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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서점에 갔다 오는 길에 지인을 만났다.
나는 갑자기 지인에게 안부를 몇 초 정도 묻고는,
곧바로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더니
그러고서는 바로 요즘 나의 생활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지인은 여느 때처럼 나의 불평을 잘 들어주었고,
밤이 늦은지라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발견했다.
그 지인을 만나면 나는 거의 매번 비슷한 고민거리의 불평을
늘어놓게 된다는 것을..
참으로 신기한 것은
불평을 늘어놓을만큼 내가 불평거리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을 때도
그 지인을 만나면 예전의 내가 많은 불평거리를 가지고 있을 때처럼
마음 속 불평을 갑자기 꺼내어 예전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그 지인에게
불평을 늘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나란 무엇인가'의 책에 '분인'이란 개념이 나오는데,
우리 모두는 타인에 따라 우리도 그 각자의 타인을 대하는 여러 인격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을 만나면 나는 이런 인격으로 변하고, 저 사람을 만나면 나는
또 다른 인격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책을 읽고 나는 큰 공감을 했었는데,
오늘 지인을 만났을 때 변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이 책의 '분인'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지인을 만나기 전에 나는 분명 그렇게 불평할 거리가 많은 마음의 상태가 아니었으며
나름 지금 상황에 그럭저럭 만족하는 상태였는데, 그 지인을 만나자마자 예전 힘들었던,
그 지인을 만나 나의 고민거리를 털어놓던 그 시절의 나로 곧바로 돌아가게 된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내가 이런 인격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내가 다른 인격이 되는 것.
그것 자체로는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특정한 타인을 대할 때 나오는 나의 인격이
진정 내가 원하는 나의 인격의 모습인가 하는 것이다.

특정한 타인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인격, 즉 '분인'의 모습을
띄게 되는데, 우리에게서 나오는 인격은 너무나 자연스레 무의식적으로 나오게 되어
스스로도 내가 그런 모습으로 변했는지 그런 인격으로 그 사람을 대했는지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같은 경우, 오늘 만났던 지인을 만나게 되면 갑자기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불평을
갑자기 털어놓으며 내 삶이 마치 계속 힘들었던 것 같은 태도를 보이게 되며,
어떤 다른 지인을 만나면 나는 그 지인에게는 조언자가 된다.
그 지인은 나에게 본인의 힘든 생활을 털어놓고, 나는 그 지인에게 조언을 해주며
그래도 괜찮아. 하며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불평거리는 서로 비슷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불평을 하게 되고
누군가에게는 나는 따뜻한 조언자가 되는 것이다.

오늘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또 다시 느낀 것은 엄마와 통화를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자꾸 퉁명스러운 인격이 나온다는 것이다. 퉁명스러울 주제도 아니었고 마땅히 그럴
이유도 없는데 이상하게 내가 또 퉁명스러워 진다는 것이다.

타인을 대할 때의 나의 인격이 과연 내가 맘에 들어하는 나의 인격의 모습인가
가끔은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어떤 타인과 습관적인 관계의 패턴을 가지게
되는데, 그 타인과의 관계의 패턴이 과연 내가 원하는 패턴인가. 아니면 내가 결코 원하지
않는 관계의 패턴인가 한번쯤은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관계의 패턴이라면, 그대로 유지하고
사실은 그것은 내가 바라지 않는 나의 인격의 모습이라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그 인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 타인을 만날 때 내가 가지고 싶은 나의 인격의 모습을 의식적으로
다시 새로 만들어보아도 좋겠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듯이, 그 타인을 만날 때 내가
원하는 나의 인격의 모습으로 다시금 관계의 패턴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나는 남편을 대할 때의 나의 분인의 모습이 꽤 맘에 드는 것 같다.
남편은 나의 애교를 (거북하지 않게 ㅋㅋ) 받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평소의 나답지 않게 남편에게는 귀여운 척도 서슴없이 하는 편이다.
평소에 혼자 무표정으로 있다가도 남편이 오면 그래도 미소를 보인다.
억지로 미소를 보여주고 싶다기 보다 남편에게는 왠지 그렇게 된다.(아주 기분 나쁠 때 제외)
아마도 예전 남편을 처음 좋아하게 되었을 때 그때 나답지 않게 여성스럽게 귀엽게 보이고 싶었고
그래서 애교를 부리게 되었고 또 미소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그게 남편과의 관계의 패턴이 되어 자연스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정립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관계의 패턴이, 남편을 대할 때의 나의 분인의 모습, 그때의 나의 인격의 모습이
나는 꽤 맘에 든다.

그리고 엄마를 대할 때의 나의 퉁명스러운 인격은 나는 맘에 들지 않으며,
또 오늘 지인을 만났을 때 갑자기 끊임없는 생활의 불평을 늘어놓는 나의 인격의 모습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갑작스럽게 다른 내가 툭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왜냐면 나는 그렇게 불평거리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고, 내 상황에 나름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지인을 만나자 마자 예전의 고민이 많던, 불평할 거리가 많던 그 예전의 나로 갑자기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끊임없이 늘어놓는 불평쟁이를 좋아할 사람은 없으며 (그 지인이라고 왜 즐거운 대화를 하고 싶지 않겠는가)
또한 자기 자신이 남들에게 불평쟁이로 인식되는 것을 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ㅜㅜ)

나는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나의 모습이 나오는가?
그 사람은 나를 만났을 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

나는 나의 그 인격이 맘에 드는가?
나는 그 사람이 나에게 보여주는 그 인격이 맘에 드는가?

이미 습관적으로 정립된 관계의 패턴이 있다면,
한번쯤은 찬찬히 살펴보아도 좋겠다.

바꾸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패턴을 재정립해봐도 좋을 것이고,
현재가 맘에 드는 패턴이 있다면, 그 패턴대로 좋은 관계, 맘에 드는 나의 인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될 것이다.

인생은 연습이다.
바꿀 것은 바꿔보고,
유지할 것은 유지해보고,
되도 좋고,
안되도 괜찮다.

이것 저것 시도해보는데
의의를 두자.

결과보다
과정에 의의를 두자.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자.

인생을 마음껏 여행하자.

그만 두려워하고.

우리는 두려움 그 자체를
두려워한다.

사실 그 두려움은
실체가 없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려움을 안고 두려운 일을 행하는 것일테다.

눈을 뜨면 하루라는 시간이 또 주어진다.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보자.

되도 좋고,
안되도 괜찮다.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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