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남자 기질이 있는 나쁜여자다. 나쁜남자의 기질 중의 하나가 약속을 하고도 그 약속을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다. 약속 자체를 잊거나 약속 시간을 늦는 것에 미안함이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는 내가 언제 약속을 했었나? 하고 시치미를 뗀다. ‘약속했잖아’ 하고 따지면 약속한 것은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그 나쁜남자가 모든 면에 나쁘다면 논할 가치조차 없는 인간이지만 유독 한 사람 내지는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에게만 나쁠 경우가 있는데 그때 그는 나쁜남자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그 타이틀을 즐기는 남자도 있다.
율리시스 필사를 하겠다고 했지 반드시 매일매일 하겠다고는 하지 않았고 의미 없다고 생각되면 하지 않을 것이고... 뭐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나쁜여자 기질 때문일까. 성실한 사람은 하지 못할 일을 공식적으로 말하지도 않고 일단 내뱉은 말이라며 반드시 지키려고 하겠지. 그렇지 못하기에 나는 나쁜여자다.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진짜 나쁜여자는 아니다. 진짜 나쁜여자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다만 신중하지 못하고 _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_ 다소 기분파적인 기질이 있을 뿐. 그게 나쁜여자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소심한 나쁜여자다.
필사의 흔적은 저작권 문제로 삭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