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 안들이고 큰 만족을 얻는 일은 침구정리이다. 나는 매일 아침 침구를 정리한다. 이렇게 하게된 계기는 10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0년 전 중국펀드로 저축을 모두 잃은 나는 낙담해서 철학관에 간 적이 있었다. 미신이라 치부했던 점집을 내발로 걸어가다니 굉장히 다급했나 보다. 내 사주를 본 나이 많은 술사가 눈을 찌푸리더니 입을 뗐다.
"참 답답한 사주네. 온 천지에 흙이네. 흙."
마음이 불안해져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본인은 나무야. 아주 큰 나무. 흙은 재물인데 사방에 흙만 깔렸다고."
"재물이 많으면 제가 돈을 많이 번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고 독이지. 돈을 오히려 못벌어. 보이는 건 죄다 재물인데 그걸 다 가지려고 하니 몸도 마음도 상하게 돼."
"거기다가 축술미 삼형살이 있어."
"아. 삼형살은 뭔가요? 안좋은 건가요?"
"위장이나 대장쪽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 아니면 큰 사고를 당하거나."
역시 하는 일마다 잘 안되는 데 이유가 있었어. 난 역시 사주도 안좋은가봐. 점점 무서워져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요?
"청소를 해. 뭐든 쌓아놓지 말고 많이 버리고."
해결책이 청소라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술사가 나의 생시만 가지고 과거의 큰 사건을 다 맞추는 바람에 그의 말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나는 그 길로 서점에서 정리에 관한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과연 엉망이었다. 그날만 엉망이었던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엉망인 상태였던 것이다. 티셔츠와 외투가 쇼파 위에 널부러져 있고 침대의 시트는 계절이 바뀌도록 갈지 않은 상태였다. 바닥에는 뭉쳐진 먼지들이 굴러다니고 욕실에는 물때가 끼어서 불결해 보였다.
나는 일이 풀린다면 청소를 하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일 집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운명이 바뀐다면 꼭 해야할 것 같았다.
10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은 술사의 예측과 반대로 잘 풀렸다. 위장병이 나지도 않았고, 수입은 점점 늘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왜 생겼을까. 역학을 직접 공부하고 나서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사람은 태어날 때 7개의 자루를 가지고 태어난다. 7개의 자루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살펴보면 그 사람의 성격, 외모, 생각하는 방식 등등 모든 것이 결정된다. 구성요소는 목-나무, 화-불, 토-흙, 수-물, 금-쇠 이렇게 5가지이다.
나는 자루 5개에 다 흙(흙도 종류가 4개있다. 얼어붙은 겨울 흙, 새싹을 틔우기 위해 물을 머금은 봄 흙, 달구어진 여름 흙, 모든 것을 거둔 가을의 흙)을 담아왔던 것이다. 나머지 자루 2개에는 각각 물과 금을 가지고 왔다. 좀 골고루 담아왔으면 치우치지 않게 잘 살아갈텐데, 나무 한 개가 5개의 흙을 상대하려면 정말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수천평의 논밭이 있고 일할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는 격이다.
흙이 많을 때는 흙을 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흙은 생각을 하고 쌓아두고 두고두고 반추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흙이 많은 사람은 우유부단해서 생각을 행동으로 잘 옮기지 못한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 생기면 해결책을 찾는 대신 남을 원망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지나간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청소를 해야하는 이유는 우선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준다. 책상머리에서 궁리나 하는 사람을 행동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야할 일이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나무를 심는 행위는 친구나 동업자, 목공예, 아이를 교육하는 것, 독서를 의미한다. 나무를 키우려면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정보도 교환해야 한다. 돈은 정보에서 나온다. 정보는 사람이 가지고 있다. 예전의 나는 넓은 땅을 보며 저 일을 언제 다하지 생각하며 시도를 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땅이 많으니 친구들과 힘을 합쳐서 논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곡식을 심고 거두어서 나누면 된다.
나와 반대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나무로 태어났는데, 자루에 흙을 적게 가져온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면 나와 정반대로 하면 된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주변에 친구나 지인이 너무 많고 오지랖 떠느라 자신의 일을 돌볼 겨를이 것이다. 그런 사람의 특징은 늘 약속을 잡고 의미없는 만남만 되풀이한다. 사람이 주변에 많다보니 사기를 당하거나 항상 손을 벌리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일이 잘 풀리려면 만나는 사람을 좀 줄이고 집에 뭘 쌓아두고, 숙고하고 관찰하고 저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청소와 정리정돈을 잘 안하고 쌓아두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부터 당장 청소를 시작해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