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들은 너무 느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다. 잠과 게으름 덕분에 재규어와 시라소니, 큰수리, 아나콘다에게 먹히지 않는다. 나무늘보의 털에는 건기에 갈색식물이, 우기에는 초록색 식물이 서식한다. 그래서 주변의 이끼와 나뭇잎과 뒤섞여 흰개미나 다람쥐의 둥지나 나무의 일부로 보인다.
-파이이야기
언제나 남들보다 한 발 늦는 당신에게
당신이 매사에 느리다면 축복받은 것이다. 당신이 나무늘보처럼 게으르다면 더더욱 축복받았다. 나는 나무늘보보다 더 게으른 것 같다. 대학시절, 새벽에 잠들고 오후 늦게 일어나는 버릇때문에 아침 수업을 모조리 빼먹었을 정도였니까.
깨어있는 시간에 특별한 취미에 몰두했다거나 낯선 나라로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었다. 소설 나부랭이를 읽거나 시네마떼끄에서 영화를 보고 연애를 했다. 그 사이에 집으로 학사경고장이 2번이나 날아왔다.
학점이 모자라서 졸업하는데 동기보다 6개월이 더 걸렸다. 성적은 잘생긴 교수님한테 반해서 영미시의 이해에서 받은 A+을 빼고는 더 내려갈 수 없는 바닥을 기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직장에 다녀야 '행복티켓'을 얻는다고 교육을 받았는데 시키는 정반대로 했더니 결과가 좋은 것 같다.
남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인생에 도움이 될까. 무척이나 게을렀던 내가 무리 없이 잘 살고 있는 이유를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을 읽다가 발견했다.
"할 가치가 전혀 없는 일은 잘할 가치가 전혀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하기 싫은 것을 절대로 하지 않았던 것, 딱 하나다.
게으름의 미덕은 투자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나는 너무 게을러서 테스토스테론이 분출하는 상승장에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손가락만 쪽쪽 빨면서 보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고점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주위 사람들의 흥분도를 살피는 것은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는 냉각제가 된다.
작년 겨울에 미용실에서 컷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의 손님이 수시로 휴대폰 액정 속 코인가격을 확인하는 것을 관찰했다. 그 무렵 택시 기사님이 어떤 코인을 사라고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엿듣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내 마음 속에 살고 있는 나무늘보 한마리는 아무 것도 하지말라고 속삭이곤 했다. 왜냐하면 바로 내가 그들의 물량을 받아줄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칼을 받지 말라
이 말은 오래된 주식격언이지만 이 한마디만 지키면 그 어떤 장에서도 당신의 피와 땀으로 채굴한 원화를 지켜낼 수 있다. 씨드머니만 잃지 않으면 당신은 언제든 재기를 할 수 있다. 기회는 넘쳐나니까.
떨어지는 칼을 왜 받으면 안되는가? 당신은 묻고 싶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코인이 100원에서 100만원까지 상승하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코인이 대천장을 치고 50만원으로 하락하는 것을 본다. 당신에게 너무 좋은 가격으로 비춰질 수 있다.
100만원할 때도 사고 싶었는데, 반값이라니! 50만원에 사서 전고점인 100만원까지 가도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반토막 가격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대부분의 세력은 반토막 가격이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이 때 당신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매집했던 세력의 평균매수가격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세력이 만약 100원에 매집을 한 상태라면 그들이 50만원에 매도를 해도 5000배 수익이 난 상태이다. 코인은 10분의 1토막, 100분의 1토막도 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러면 도대체 하락장에서 언제 매수를 해야하는가?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말라
당신이 큰 갈등과 번민,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나무늘보가 되는 것이다. 부탁이다.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라.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한다. 그러러면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잃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할수록 최대한 잠을 많이 자라. 그러면 당신이 돈을 잃을 확률은 제로다. 꿀피부는 덤으로 따라온다. 그리고 아주 느린 속도로 맛있는 것을 먹어라. 날씨가 좋으면 꽃구경도 가는 것이 좋겠다. 당신이 먹고 즐기는 사이에 시장은 가파른 하락을 멈추고 횡보를 한다. 잠깐, 여기서 당신이 고점에서 물려 '존버'했을 불면의 시간과 비교해보라.
당신은 대량 거래량이 터질 때까지 그저 놀면서 기다리면 된다. 대량 거래량은 승리의 여신이 부르는 뿔나팔 소리같은 것이다. 이 매혹적인 소리는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절대 만들 수 없다. 세력만이 만들 수 있다.
대량 거래량이 몇 주, 혹은 몇 개월의 간격으로 터지는 동안 당신은 10회에서 30회에 걸쳐 분할 매수를 하면 된다. 매수 횟수를 늘이는 것은 간혹 장기간의 횡보 후에 지하실 밑으로 내려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세력도 같이 물려있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간혹 못참고 한꺼번에 풀매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면? 한 시간에 4미터 정도만 움직이는 나무늘보를 떠올려보라. 그 느릿느릿한 현자의 우아한 동작을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은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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