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소영은 가난에 시달리면서 등록금은 물론 방세조차 내지 못해 힘겹게 하루를 여대생이다. 그런 그녀에게는 소설을 쓰는 취미를 가진 친구 희숙이 있다. 그리고 희숙에 의해 소영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
희숙은 소설 관련 자료를 찾다 국회의원 최림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것을 보며 최림의 딸이 소영과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영에게 ‘최림을 찾아가 네가 딸이라고 해보라‘는 제안을 한다. 소영은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점점 악화되는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최림을 찾아간다. 그 일을 계기로 소영은 최림의 딸로 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영의 순탄한 생활에 장애물이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최림의 아내. 한참 소영을 의심하던 최림의 아내는 결국 소영이 최림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소영의 착하고 성실한 성품과 여성 권리 신장을 주장하며 변호를 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을 묻어준다. 그렇게 소영은 계속 최림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이 영화는 중간 부분에서 관객들의 생각을 뒤집어버린다. 초반만 보면 영화의 주된 내용은 ‘가난한 여학생의 팔자 고치기’이며 주제는 ‘착하게 살면 힘든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간에 남성에게 버림받은 여성 순이가 나오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국 착하고 가난한 여학생의 인생이 바뀐 것은 단지 배경일 뿐이고 이 영화가 진짜 전하고 싶었던 내용은 여성을 하대하는 사회 비판과 여성 권리 신장인 것이다.
현대 사회에는 여성의 권리가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 영화가 나왔을 당시인 1950년대에는 아직 여성 권리 신장이 활발하지 않았다. 신상옥 감독은 그 사실을 날카롭게 꼬집었고 그것을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센스 있게 표현 했다. 또한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결말을 내놓으며 관객들의 예상을 깼다. 보통대로라면 소영의 잘못이 들키고 최림의 아내에 의해 모든 게 밝혀지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최림의 아내가 소영의 성품을 보고 잘못을 덮어준다. 또한 소영의 재판 대상인 순이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것이다.
영화를 보며 가장 좋았던 점이 있다. 바로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영화가 아니라 2시간짜리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고전을 보면서 찾은 재미가 있는데 바로 지금은 흔하게 쓰이지만 그 당시에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소재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 영화 같은 경우에도 ‘가난한 대학생의 인생 변화와 역경 극복’이라는 소재는 지금은 아침드라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만들어졌던 당시에는 이 소재가 사람들에게 무척 참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