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극찬과 뜨거운 성원으로 가득했던 영화 <미녀와 야수>를 드디어 보았다. 극장에 들어가기 무섭게 영화는 관객들을 순식간에 동심 속으로 데려갔다. 러닝타임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딴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미녀와 야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동화와 완전히 같은 내용이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의 스토리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작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 영화를 흥행하게 해준 가장 큰 특징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잊고 지냈던 ‘동심’ 속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관객들의 동심은 스크린을 넘어 극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그래서 텀블러, 엽서 등 <미녀와 야수> 속 캐릭터들이 그려진 상품들이 히트를 칠 수 있었다. 관객들은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이러한 물건들을 구매함으로써 영화 속에서 찾은 동심을 잃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미녀와 야수>의 흥행에 도움을 준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주인공인 벨뿐만 아니라 요정의 저주로 야수가 된 왕자, 벨을 짝사랑하는 게스톤, 그의 동성애자 친구 르푸. 여기서 르푸 역할은 디즈니의 또 다른 히트작인 <겨울왕국>에서 올라프 역할을 맡았던 조시 게스가 열연을 해 영화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야수의 집에 사는 하인들이다. 이 하인들은 야수와 똑같이 요정의 저주를 받아 각자 주전자, 촛대, 옷장 등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데 사랑에 서툰 야수에게 조언을 해주고, 야수의 성에 온 벨을 정성껏 대접하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음악’이다. <미녀와 야수>는 뮤지컬 영화이다. 물론 <레미제라블>처럼 시종일관 노래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영화는 아니지만 중간 중간 적절하게 ost를 섞음으로써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가장 유명한 ‘Beauty And The Beast’부터 시작해서 벨이 부르는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 게스톤과 르푸,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Gaston', 성에 사는 하인들이 부르는 ’Be Our Guest' 등 다양한 명곡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ost는 캐릭터의 성격을 더욱 잘 드러내줄 뿐만 아니라,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에 요정의 저주가 풀려 야수와 하인들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저주에 걸렸던 하인들은 오랜 벗, 연인 등 다양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데 사람으로 돌아오면서 마침내 기존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모습을 되찾은 하인들은 각자 연인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벗과 우정의 눈물을 흘리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뭉클했다. 하인들이 극이 시작될 때부터 저주에 걸린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들의 희로애락을 모두 함께 겪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야수의 모습에서 벗어난 왕자와 벨보다도, 저주가 풀린 하인들의 모습이 더 감명 깊고 와 닿았다.
디즈니의 영화는 언제나 일상에서 벗어나 마법에 빠지게 해주는 힘이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항상 내가 관객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스토리 속에 온전히 빠져들게 된다. 이번 <미녀와 야수> 역시 그랬다.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생각이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폐한 일상에 지쳐 동심을 잃고 산다.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대부분 시간낭비이고 사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때로는 이렇게 어린 아이로 돌아가 마냥 즐거워하며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현재의 삶이 지치고 힘들다면, <미녀와 야수>를 보며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