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동안 경이롭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용이 좀 지루하고 난해하긴 했지만 그 당시에 이러한 발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놀라웠다.
감독이 관객에게 영화를 이해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죽음’과 ‘종교’라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이고 유머러스한 요소가 섞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경계에 두어 무조건적인 두려움 아닌 심리적인 것에서 우러나오는 공포를 느꼈다. 이렇게 다소 비현실적이라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인위적이지 않게 풀어낸 것을 보며 감탄했다.
영화를 보며 무언가를 상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숟가락 살인마>를 떠올리게 했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죽음’의 모습을 보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때에 불쑥 찾아오는 죽음을 형상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체스 게임에 사용하려 했던 전술을 죽음에게 들킨 장면에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보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인 광대 가족의 경우에도 죽음을 보는 남편과 그것을 환상이라 부정하며 외면하는 아내의 모습이 죽음에 관한 인간의 감정을 담고 있는 듯 했다. 이처럼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게 스쳐 지나가는 듯 보이는 장면들이 대부분 ‘죽음은 운명’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태도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두 개 있었다. 먼저 결말 부분이 그랬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외부에서 죽음을 피해 다니다 안정적인 내부에서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어떠한 저항도 없이 겸허히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숙연해졌다. 또 하나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남자가 죽은 장면이었다. ‘내일 공연이 있다’고 말하며 죽음을 피하려 하는 남자와 ‘넌 오늘 죽을 운명이다’라고 말하며 나무를 베는 죽음을 보며 삶이란 정말 허무하고 앞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를 봤던 친구에게 정말 재미있다는 말을 들어서 기대했는데 기대한 만큼 재미있진 않았다. 평소에 종교를 다룬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잔잔하고 교훈적인 영화보다 극적이고 동적인 영화를 좋아해서 더 그랬다. 그렇지만 죽음을 의인화했다는 사실과 심오한 주제를 재치 넘치게 풀어간 영화의 스토리 구성은 충분히 인정 할만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영화의 제작기간은 35일로 매우 짧았다.
35일이라는 촉박한 시간에 이러한 대작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사실이다. 이 영화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바로 마지막 장면을 배우가 아닌 스텝들이 찍었다는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결말 장면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직접 보고 나면 이 사실이 더욱 놀랍게 느껴질 것이다. 자칫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번 쯤 보면 좋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