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순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대로 가정에서 충분한 애정을 느꼈던 소위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린 시절의 환경이 성인이 된 후까지 영향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상담가 조안 루빈-뒤취는 그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맺었던 ‘계약’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그녀의 저서가 바로 ‘착한아이 콤플렉스’이다.
이 책에서는 모든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떠한 계약을 맺는다고 말한다. 그것은 가정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의견을 존중해주고 귀기울여주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경우,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소중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는 계약을 맺게 된다.
반대로 의견을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항상 비난만 받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경우에는 ‘사람들은 내 의견을 원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계약을 맺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책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내담자가 된다. 이 책은 현재의 삶을 발목 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계약’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것이 생겨나고 자라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계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진 후에, 마침내 그 계약을 철회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에는 저자가 상담했던 실제 내담자들의 사례가 중간 중간 등장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다. 그리고 계약을 철회한 후에는 다시 새로운 계약을 맺는 법을 안내한다. 무의식 속에서 맺은 계약이 아닌, 나의 성장을 위해 오로지 나 자신의 의지로 맺는 계약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마지막 30페이지 정도가 다양한 응원의 글로 꾸며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계약에 대한 내용으로 끝났어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약간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반복되는 말들을 써넣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혹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끝까지 읽지 않고 새로운 계약을 맺는 부분이 나오는 240페이지 정도까지만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 더 긴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것만 제외하면 구성도 신선하고, 충분히 누구나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계약 철회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통하지는 않겠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활용해보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설령 계약 철회에 실패하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다스린 뒤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해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내면에서 울고 있는 어린 날의 자신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