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밥-영화-커피의 반복인 만남이 지겨워 좀 더 색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색카페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순이네 다락방’을 발견했다. ‘순이네 다락방’은 체인점이었는데 내게 가장 가까운 곳이 구월동에 있어서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가게의 분위기는 대체로 작고 아담했다. 곳곳이 예쁜 파스텔 톤으로 꾸며져 있고 만든 작품을 촬영하기 좋은 포토존도 따로 구비되어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 손님이 있어서 가게 내부를 찍지 못한 게 아쉽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가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귀여운 메뉴판이 테이블 위에 올라온다. 메뉴를 선택하고 나면 컵의 디자인을 어떻게 꾸밀지 고른다. 디자인을 고를 때는 직접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손재주가 없다면 원하는 사진을 새길 수도 있다. 나는 하나는 직접 고른 글귀를 써서 가지기로 하고, 다른 하나는 사진을 새겨 선물하기로 했다. 사진으로 컵을 꾸미려면 휴대폰에서 찾은 사진 파일을 카톡으로 ‘순이네 다락방’ 계정에 보내면 된다. 구워서 모양을 새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만 보내면 사장님이 알아서 해주신다.
직접 새기는 방법은 이것보다 조금 더 어렵다. 먼저 연습용 종이를 받는다. 그리고 종이에 컵에 새길 글과 그림을 연습해본다. 무슨 글을 고를지 고민하다가 음악 예능인 ‘팬텀싱어’에서 알게 된 노래인 ‘조용필 - 슬픈 베아트리체’ 가사의 한 소절을 넣기로 했다. 연습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글의 줄이 삐뚤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글자 하나하나를 심혈을 기울여 써야 했다. 열심히 글씨를 쓰고 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자신의 디자인이 무언가 허전하다 했다. 아무래도 그림이 없어 그런 것 같아 그림을 넣는 게 어떻겠냐 했다. 어떻게 하면 디자인이 살까 고민하다가 평소 즐겨 쓰는 이모티콘을 추천해주었다. 확실히 그림이 들어가니 훨씬 사랑스러워 보였다.
허전한 건 내 디자인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열심히 이모티콘 목록을 뒤졌지만 글귀가 워낙 심오하여 어울리는 걸 찾기 힘들었다. 사장님께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 들어있는 앨범을 보여주셨다. 작게 하트를 넣은 사람, 자신만의 캐릭터를 넣은 사람 등 다양했다. 그러던 중 꽃나무를 그려 넣은 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손재주가 없어 디자인을 망칠까봐 걱정이 되었다. 결국 친구가 대신 그림을 그려주고 마침내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연습이 끝나면 실전에 돌입한다. 이 때는 한 번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글을 옮긴 끝에 다행히 무사히 디자인을 모두 옮길 수 있었다. 완성된 종이는 사장님이 갖고 가셔서 컵을 구울 때 함께 넣는다. 그리고 맛있는 음료를 마시고 수다를 떨며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컵이 완성되어 있다.
평소 워낙 손재주가 없는 탓에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순이네 다락방’을 가기로 결정한 후에도 계속 고민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큰 재주가 없어도 예쁜 컵을 만들 수 있었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