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 앉은 자리에서 여행을 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을 보는 것이다. 독서를 하다보면 어느새 책 속에 깊이 빠져들어 현실을 잊고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기 좀 특별한 독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책이 있다. 여행 작가 허한나 저자 에세이 <십 년 카페>이다.
이 책은 1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과거 단골집을 비롯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까지 서울 곳곳에 있는 십 년 넘은 카페들을 탐방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느낀 점과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페이지를 하나씩 채워나간다.
<십 년 카페> 속 카페들은 각자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 인간적인 ‘정’과 주인의 마음이 담긴 ‘정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네일 카페, 동물 카페 등 다양한 이색 카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십 년 카페>에 나오는 카페들은 이러한 카페들과는 거리가 멀다. 이 카페들은 오직 손님을 향한 마음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메뉴로 승부를 본다. 비엔나커피, 오렌지쿠키 등 특색 있는 메뉴를 내세우고 고유의 맛을 잃지 않음으로써 오랜 세월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해가 바뀌면서 주인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 카페에 있던 고즈넉한 분위기와 특색은 변하지 않는다. 새로 카페의 주인이 된 이는 작은 장식품 등 아주 작은 것만 바꾸고 나머지는 카페가 갖고 있던 모습 그대로 유지한다.
오래된 만큼 <십 년 카페>에 나오는 카페에는 다양한 역사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문인들의 명작이 탄생하기도 하고, 지금은 마냥 칭송받는 예술가들의 고뇌의 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책에 이것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서 평소 존경해왔던 인물이나 작품과 관련된 장소가 등장하면 직접 찾아가 볼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카페는 그저 휴식을 취하러 가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의외로 카페에서 다양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평소에 까다롭게 가게를 찾아다니는 미식가는 아니지만, 이 책을 보면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카페가 제법 많았다. 이것은 제각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카페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친근하고 매력적인 저자의 필체도 한 몫 한 듯 하다.
최근 ‘커피’에 관심이 생겨 제목에 ‘카페’가 들어간 것만 보고 무작정 읽은 책인데, 처음에는 예상한 내용과 달라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니 커피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카페를 지켜온 주인, 그리고 그러한 카페를 잊지 않고 계속 찾아주는 손님 등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까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보통 특정한 주제를 잡고 진행되는 책은 자칫 딱딱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십 년 카페>는 그렇지 않다. 카페를 소개하는 중간 중간 문학과 비문학의 요소가 적절히 섞여 있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