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살면서 알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알게 되는 순간 인생을 망쳐버리는 것들. 그 중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도박’이다. 도박에 빠지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게 되고 인생은 순식간에 뒤바뀌어버린다. 여기, 살기 위해 도박에 뛰어들었다가 목숨까지 걸게 된 이들이 있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타짜>다.
고니는 가구 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에서 화투를 치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 호기심에 뛰어든다. 그러나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고, 고니는 집에서 누나의 위자료를 훔쳐와 다시 게임에 참여한다. 그 때부터 고니는 화투에 깊이 중독된다. 고니는 집에서 훔쳐온 돈을 다시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화투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화투계의 우두머리라는 평강장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자신을 스승으로 받아 달라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고니는 평강장의 밑에서 화투를 배우게 되고, 함께 도박을 다니며 실력을 쌓는다. 그러면서 고니는 평강장의 소개로 설계자 정마담을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강장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고니는 스승의 복수를 다짐한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가치는 ‘돈’이다. 모두가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박에 참여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화투를 치면서 감히 생각지도 못한 액수의 돈을 얻게 되면, 점점 더 큰 욕망이 생긴다. 더 큰 판에서, 더 많은 돈을 따기 위해 사람들은 점점 포악해지고 비인간적으로 변해간다. 인생에는 주인공이 정해져 있다지만, 도박판에서만큼은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기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딴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는 누리지 못한 것들을 접하면서 점점 더 도박에 깊이 빠져든다.
영화에는 여러 개의 소제목이 있는데 이는 주로 도박판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는 도박판이 아닌 실제 삶에서도 적용된다. ‘영원한 친구와 원수는 없다’, ‘낯선 사람을 조심해라’ 등의 말은 실생활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따라서 <타짜>는 ‘도박’이라는 소재 안에서 우리네 삶을 축소시켜 보여준다.
영화를 상영할 당시에는 잔인하다는 말이 많아서 섣불리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직접 보고 난 후 느낀 영화의 잔인한 정도는 무난한 수준이다.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 추상적으로 보여줘서 폭력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물론 오함마로 손가락을 자르거나 칼로 찌르는 장면 등이 있지만 별로 자극적이진 않다. 수위를 매기자면 요즘 범죄, 추리드라마에서 나오는 액션의 수위와 비슷하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계속 변해가는 고니의 감정이다. 처음에는 ‘정’이란 게 남아있어서 도박에서 진 사람에게 돈을 주고, 애인과 사랑하는 감정 하나로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나 도박판에 깊게 빠져들며 점점 난폭해지고, 무자비해진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렇다고 완전히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고니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다. 한 남자의 흥망성쇠가 궁금하다면, 망설임 없이 <타짜>를 보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