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대부분의 연극이 ‘관객 참여’형이라는 것이다. 좌석마다 금액이 다르고, 관객과 배우가 멀리 떨어져 있는 정통 뮤지컬과 달리 연극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매우 가까이 있다.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와 극의 한 인물이 되기도 하고, 관객의 의사에 따라 극의 흐름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모든 이야기가 관객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한 연극이 있다. 추리스릴러 연극, <쉬어매드니스>다.
이 연극은 배경부터 독특하다. 무대 공연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미용실’이 연극의 유일한 배경이다. 모든 사건과 이야기는 오직 미용실에서만 진행된다. 이 연극에서 관객의 역할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이다. 미용사 호진과 미숙, 형사 우진과 영민, 준수와 부잣집 사모님 보현이 사건의 용의자이다. 관객들은 이들의 알리바이와 극이 진행되는 동안의 행동을 바탕으로 범인을 추리해야 한다. 관객들은 의문점이 있을 때, 용의자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모두가 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추리’ 장르의 창작물의 공통적인 목적은 ‘범인을 밝히는 것’이고 관객들은 범인을 알아맞힘으로써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쉬어매드니스>는 이러한 편견을 깨버렸다. 이 연극은 지목되는 범인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 가장 많은 관객이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이 엔딩의 주인공이 되는데 이는 관객의 특성에 따라 매번 바뀐다. 따라서 운이 좋으면 연극을 여러 번 관람하면서 모든 인물들의 엔딩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서 <쉬어매드니스>는 연극을 재관람 할 때 표를 가지고 오면, 두 번째 공연부터는 할인을 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연극은 전체적인 퀄리티가 매우 높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장치는 없지만 극의 짜임새와 무대 디자인이 무척 훌륭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앞서 언급했듯 모든 내용이 관객과 함께 진행된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극중 인물과 완전히 동화되어 관객들에게 장난을 걸기도 하고, 범인으로 지목됐을 경우에는 분풀이를 하거나 협박을 하기도 한다.
‘관객 참여’형 창작물의 경우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모험이 될 수도 있다. 특정 관객을 지목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경우 관객의 성격이 내향적이면 극의 진행이 끊길 수 있다. 그러나 <쉬어매드니스>는 이를 똑똑하게 피해갔다. 소수의 관객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모든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극을 만듦으로써 변수를 줄인 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관객이 많을 경우 극의 재미가 더해질 수 있지만, 전체 관객의 분위기가 정적이라 해도 극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또한 손을 들어 범인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극적인 관객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쉬어매드니스>는 유머와 스릴, 재미 모두를 잡은 훌륭한 작품이다.
연극은 마니아들만 보는 것이다, 라는 편견이 있는 사람이 보면 특히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