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선한 사람이 죄가 되는 세상이다. 우연히 발견한 분실 휴대폰을 주인에게 돌려주었는데도 오히려 도둑으로 몰리고, 길을 잃은 어린아이나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노인을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어도 생명의 위협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의 선을 죽이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정의를 지키며 사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야기, 영화 <보안관>이다.
주인공인 형사 대호는 그야말로 착해 빠진 남자다. 억울하게 마약 밀매범이 된 종진에게 순대국밥을 먹이고, 그를 빨리 연행하려 하는 동료들에게 정이 없다며 쓴소리를 한다. 이 뿐 아니라 교진이 어머니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하자, 봉투 안에 손수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 넣어 보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정작 마약 밀매의 우두머리에 있는 범인은 잡지 못하고 대호의 후배 또한 공범의 칼에 맞아 죽고 만다. 이 사건으로 대호는 좌천되어 부산의 ‘보안관’이 된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보안관 일을 하던 대호는 어느 날 부산에서 ‘비치시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는 마을에 자칫 손해가 될 수 있었기에 대호는 주민들을 모아 프로젝트에 반대한다. 그러던 도중, 대호는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담당자가 종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종진을 달갑지 않아하는 대호와 달리 종진은 드디어 은인을 찾았다며 덜컥 절부터 한다. 전과자가 되어 삶을 포기하려 했던 종진에게 대호의 따뜻한 말과 순대국밥이 삶의 의지를 주었다는 것이다. 종진의 친절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호는 계속해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
사실 영화를 보고나서 좀 당황했다. 단순한 B급 코미디 영화를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만큼 가볍지 않은 영화였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그 안에 철학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주로 사용된 소재는 ‘마약’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아마 ‘인간애’가 아닐까 싶다. 앞서 말했듯이 대호는 사람을 좋아하고 인간애가 투철한 인물이다. 주변 사람들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직위가 많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 위기에 처한 동료를 솔선수범하여 도와주려든다. 그러나 대호가 아끼던 사람들은 현실 앞에 무너지고 만다. 당장 내가 살아야 하기에 그저 의리 때문에 눈앞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대호를 배신하고 만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대호는 아무 일없었다는 듯이 받아준다.
드라마 <또 오해영>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왜 정 많은 것들은 죄다 슬픈지...” 어쩔 수 없다. 사람에 울고 사람에 우는 사람들이 아쉬운 사람이 된다. 흔히 사용되는 ‘권선징악’이 이 영화에서 가장 반가운 이유는 선은, 즉 정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실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선한 사람이 정의를 지키고, 선한 사람이 승리한다고.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