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밤] 할 말이, 많은데 -7-

lekang(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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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지평선을 벗어나 하늘이 하늘색으로 변했죠. 알람이 울렸어요. 'AM 8시부터 아르바이트입니다.' 아차. 3주 전에 신청해놓고 까먹은 아르바이트였어요. 저는 방으로 돌아가 고물 노트북과 옷가지를 가방에 챙겨넣었어요. 깨진 발톱이 걸리지 않게 조심히 양말을 신고 모자를 쓰고 문 밖으로 나서자 눈이 부셨죠. 터덜터덜 걸어 산 아래 정류장으로 내려갔어요.

20번 버스.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았어요. 이어폰을 귀에 꽃고 내 노래 리스트를 돌렸죠. 못. 쏜애플. 로빈이 토끼란 걸 알고 있었니. 몽니. 누나가 들었다면 왜 그렇게 우울한 노래만 듣냐고 타박할 만한 노래리스트였죠. 난...음. 누나 노래 리스트는 너무 발랄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곡은 많지만.

버스는 금방 왔고, 20번 버스 노선에 누나의 가게가 있었죠. 나는 모자 챙 아래로 가게를 슬쩍 훔쳐봤어요. 누나는 남자 손님과 이야기하고 있었죠. 똑같이 밝게 웃고 있었어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평등하게 웃는 그 얼굴. 뭔가 조금 불쾌해졌죠. 사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더 불쾌하긴 하지만, 그 때 느낀 감정은 진짜로 기분이 나빴으니까요. 꽃다발의 마지막을 리본으로 장식하는 누나를 잠깐 봤는데, 신호등은 내가 맘에 안 들었나 봐요. 금세 버스를 통과시켰죠. 학교에 갈 땐 빨간 불에 꼬박꼬박 멈춰 세우더니.

그래서 제가 도착한 곳은... 그... 병원이었어요. 병원. 네. 생동성 알바에요. 제가 하던 거. 원래대로라면 3개월에 한번씩인데, 주운 민증이랑 선불폰으로 해가지고. 네. 한달에 한 번씩 그렇게 알바를 했죠. 누나가 무슨 알바 해 봤었냐고 물어봤을 때 좀 버벅거렸잖아요. 제가 항상 알바 잘리고, 쫓겨나고. 그래서 이 알바밖에 할 게 없었어요. 그래서 말 못했어요. 미안해요.

아직도 누나에게 말해야 할 게 많아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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