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ta1님 멋진그림 감사합니다.
날이 잠깐 따뜻했던 토요일.
신랑이 집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달리기를 한다고 했더니 2호가 따라가겠다고 한다.
1호한테 물었더니 귀찮다고 갔다오라고 한다.
예전엔 아빠가 어디 간다고만 하면 따라나서겠다던 1호였는데 8살이 되더니 벌써 귀찮다고 한다.
1호가 하던행동을 2호가 그대로한다. 다 그 시기가 있나보다.
아빠랑 사이좋게 운동장에 갔다오고 나서 이번엔 신랑이 머릴 자르러 미용실에 간다고 하니깐 2호가 또 따라간다고 나선다. 가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건 없다고 미리 일러주고 보냈다.
갔다오고 나서 신랑이 가는길의 에피소드를 말해주었다.
집에서 미용실 가는 길에 시장이 있다.
신랑이 2호를 안고 시장을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자오옥아~ 자옥아~~" 노래가 들렸다고한다.
그래서 2호에게 "2호야 2호야~"를 불러주니,
2호가 아빠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데,
"이 아저씨가 뭐라는거야..."
싫진 않은데 뭔가 자기 이름을 노래로 부르니 쑥쓰러웠나 보다.
갔다오고 나서 2호가 1호에게 자랑을 한다.
거기에서 엄청 예쁜 책을 봤어. 그래서 신발 벗고 의자에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었어~
신랑한테 슬쩍 무슨 책이었냐고 물었더니, 그냥 미용실 책이란다.
잡지나 머리모양 사진 찍어놓은 책인것 같은데.. 2호 눈에는 그게 그렇게 예뻐 보였나보다. 글씨도 아직 못읽으면서.. ㅎㅎ
아이들은 어른들이 예상치 못한 것에도 즐거워하고 좋아하는것 같다.
2호랑 둘이 데이트아닌 데이트를 하고 나서 신랑이 쓴 글 퍼옴.
모처럼 2호와 단 둘이 걸었다.
작고 몰랑한 손을 잡고 걷다보니
행복하다해야할지...뭐라해야할지...
1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재래시장을 지나다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유학생 신분으로 대가족을 부양하던 아버지.
LA의 어느거리에서 악세사리를 팔다가,
점심 시간 손잡고 붐비는 거리를 지나 맥도날드로 걸어가던 기억이 났다.
내가 지금의 2호 나이였을 것이다.
그 때 아버지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까.
지금의 2호가 나에게 그러하듯,
치열한 삶을 살아가던 그 시절의 아버지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었었으면 한다.
1,2호가 어릴 땐 저사람이 아빠가 맞는지...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넘 젊어서 아빠가 되서 그런가...
다른 애기 아빠들은 애들이 이뻐서 죽던데.. 영~ 시큰둥한 반응이라 애기가 싫은가? 란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리고 본인이 애기를 안좋아한다고도 말을 했었다.
물론 이뻐 죽는 모습은 잘 안보였어도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였기에 그냥 표현을 못하나보다라고 나 좋게 해석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요즘 4호 5호를 보면 귀여워 난리다. 그리고 애들이 이쁘단 말을 종종 한다.
저도 8년을 아빠로 살아오면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하다보니 진짜 아빠가 되었나보다.
기특해. 신랑.
(2호가 아직 막내일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