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책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가 담긴 매체중에서는 아날로그의 물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을 좋아한다. 책마다 다른 종이의 질감과 활자의 모양새와 눈을 맞추고 손으로 만질 수 있어서 좋다. 이야기를 만지며 읽을 수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빠른 시대속에 책은 천천히 다가오는 것들중에 하나다. 영상은 인쇄된 활자보다 다채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지만 생각할 틈이 없다. 감각을 통째로 자극해서 감각에 여백이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보고나면 머릿속에 단어와 느낌으로 잔상이 남는데 비해 영상은 동영상 또는 캡쳐된 이미지 형태로, 생각보다는 이미지가 남는 것 같다. 그래서 매체로 따지면 종이책을 좋아한다. 10대들은 검색엔진으로 유튜브를 가장 즐겨 쓴다는데 나는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중에 하나 일지도.
원래 한 권을 다 읽어야만 새 책을 사곤 했다. 나름 스스로 정한 룰이었다. 그렇게 하면 무언가 깊은 성취를 얻을 수 있었다. 한 권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출판사의 마케팅에도 잘 넘어가주고, 관심사가 여러분야로 자라나고, 예전보다 인내심이 줄어든탓에 책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한 사람의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관심사를 알 수 있다. 문학, 역사, 과학, 예술 등의 분야 중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카테고리의 책을 많이 사는지 보면 관심분야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책 읽는 습관, 놓는 방식 등을 통해서도 성격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자국을 내는 것을 싫어해서 좋아하는 문장을 발견하면 노트에 따라 적어놓는다. 책 귀퉁이 접는것도 싫고, 책 날개를 북마크로 활용하는 것은 더욱 싫다. 그래서 북마크가 없을때에는 연습장의 종이를 찢어 끼워놓는다. 반면에 내가 아는 지인중에서는 교과서처럼 밑줄을 그으면서 공부하듯 책을 보시는 분도 있다. 책에 깊게 들어갔다 나올 것 같은 방법이다. 책을 보는 방법에도 성격이 베어있다.
현재의 욕망과 과거의 욕망이 만들어낸 책장 절대적인 양으로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침대에 스탠드를 비춰놓고 오늘 끌리는 책을 이어서 읽어나가는 시간을 좋아할 뿐이다. 지어낸 이야기와 실제 이야기 둘 다 무척 좋아한다. (소설과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써야 전달이 빠를것이다.) 더 알고싶은 분야가 있을 때 비소설 분야의 책을 사는 것 같다. 비소설 분야에 지식이 많이 담겨있으니까. 책을 쭉 쌓아놓고 보니 비소설 분야 책의 비율이 높았다. 다양하게 관심사가 뻗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막상 책장사진을 보정하다보니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관심사를 훵하니 내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책장을 한 번 바라보자. 나의 책장에는 어떤 책이 모아져 있는가?
현재 읽고 있는 책들
➊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 디자이너 출신 귀농 성공사례라서 바로 구매.
➋ 무엇이든 쓰게 된다 : 글쓰기에 대한 감각적이고 유쾌한 이야기들.
➌ 한 권으로 끝내는 책쓰기 특강 : 문학이 아닌 책쓰기에 대한 팁들
➍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 그것이 알고싶다의 '이수정'교수님이 참여하신 책이라 구매! 평소 그것이 알고싶다와 출연하시는 프로파일러들의 팬이다!
➎ 나무 : 요새 나무에 관심이 많은데,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중 마침 나무를 읽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읽는 중
➏ 새의 감각 : 동물 다큐멘터리에 빠진 후로 구매. 신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➐ 자존감 수업 : 마음이 힘들때마다 읽는 책 1
➑ 열두 발자국 : 올해 첫 과학책. 트레바리 선정도서였다.
➒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 소설쓰기에 대한 노하우전수
➓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마음이 힘들때마다 읽는 책 2
책밍아웃 이라 해도 될 듯 하다. 책장에 쌓인 책들은 나의 욕망을 이루기위해 수집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관심사는 직업으로서의 글쓰기, 나무농사, 심리학이다. 5년 후를 대비해서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10년 후를 대비해서는 나무를 심고싶다. 그래서 관련책들을 읽는중이다. 여전히 나의 욕망은 '자유' 에 대해 집중되어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서 일을 해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것. 마음에 드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하루의 일부는 자연속에서 보내고 일부는 좋아하는 공간에서 일을하고 싶다. 그 중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가장 진도가 안나간다. 이야기를 듣는다기 보다는 공부한다는 느낌이라 그럴 것이다. 공부처럼 느껴졌다는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확실한건 '하고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재미없는 것'을 잘 해냈을 때는 보너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책은 노력해서 읽고 있다. 나머지는 시간을 할애하면 훌훌 읽어나갈수 있는 잘 읽히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책이 너무 쌓인듯하여 어디까지 읽었는지 체크해보았다.
차트충같은 이미지가 되어버렸...
올해 내가 읽은책 리스트를 다시 둘러보면서 내가 조금은 자랐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달에 책장에 남아있는 것은 열권이지만, 지난 1월부터 읽어온 책들을 다하면 20권은 더 될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생각이란 것을 하고는 살았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최고의 책이라 할 순 없어도, 인연이 된 책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었노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열권의 책에 각기 다른 북마크가 끼워져있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들을 펼치면서 올해 남은 두달동안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에 대해 또 기록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