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을 6월에 시작해서 지금은 12월.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여름과 겨울, 계절의 변화와 같이 내가 글을 올리는 빈도도 변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에서, 차가운 겨울처럼. 글을 쓰는 일에 지친건 아니다. 나는 여름에도, 지금도 매일 카페에서 글을 쓴다. 나는 글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확히는 고민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고민이라는게 내 삶에 대한 고민이라기 보다, 주제 넘게도 인간 세상에 대한 고민이다. 고민은 아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행위다. 아마도 적절한 휴식 없이는 탈진할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은 나에게 휴식이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민을 주는 주제에 대해서도 풀어놓고 나면 글의 수준과 관계 없이 진정이 된다. 아마 글이 특별한건 아니고, 다른 일을 하며 잠시 고민을 멈추었기에 있는 효과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글과는 전혀 관계 없을 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던 꾸준히 글은 쓰는데 스팀잇에 글을 올리는게 뜸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매일 매일 접속은 하면서도 글은 쉽사리 올리지 못 하는 이유는 사실 거창하지 않다. 내가 고갈된 것이다. 한동안 손가락과 두뇌가 경쟁하듯 글들을 풀어냈다. 그래서 내 정수는 고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 두는 것과 마치는 건 다르다. 아마도 이 경우에는 "마쳤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평생에 걸쳐 형성된 기반 사상을 풀어놓았으나 이 곳에서는 3일만 지나도 글이 생명력을 잃는다. 나름 지속적으로 생명을 불어넣으려 노력하였지만 쉽지는 않다. 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반년간 써온 글을 모조리 읽어야 함에도 말이다. 그래서 내 글은 점점 더 매력을 잃어간다.
유유상종이라고, 스팀잇에 찾아왔던 내 취향에 맞는 작가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그래서 그들은 야속하게도 떠나갔다. 스팀잇에 내가 읽고 싶은 글들이 많아지려면 스팀파워가 높아야 한다. 내가 그들에게 높은 보상을 제공할 수 있었다면 Payout이 "유효기간 만료" 대신 "원고료 지급 완료"로 읽히지 않았을까? 쥐꼬리만한 내 파워로는 커뮤니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없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스팀파워가 낮은 것까지도 나와 닮았더라. 우리는 배가 고픈 현실을 멀리 하기 위해, 현실 너머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 너머를 보고 있기에, 현실의 삶에는 비교적 관심을 적게 두는 것일까? 인과 관계는 모르겠으나 상관 관계는 있나 보다. 그들은 떠났음에도, 내가 왜 남아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들과 닮지 않았나 보다.
이런 서글픈 글을 늘어놓고 배가 고파서 집에 갈 생각을 하는 것도 여름 그대로다. 시간을 확인하고, 내가 몇시에 카페에 왔는지 떠올리는 것도 여전하다. '와! 6시간동안 뭘 한거지?' 하는 것도 그대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고 도서관을 갔다가 친구를 만날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내가 변한건 아닌거 같다. 그냥 고갈된게 맞나 보다. "글쓰기"로 바뀐 Posting 버튼을 쳐다보며 한참을 고민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어려운 걸 보니 역할 기대라는게 참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