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글을 쓴다.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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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he writer





   V의 날 마감을 위해 댓글을 잠시 중단하겠다 했는데 이렇게 다른 글을 끄적이게 되었다. 이 못난 사람을 용서해 주시길. 아마 날씨 탓이리라.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 때문에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엊그제인가부터 비염으로 고생했다. 비염이 처음 생긴 건 한 7-8년 전이다. 감기가 낫지 않고 코에서는 락스 냄새 비슷한 게 나서 동네 내과에 갔는데 냄새의 원인에 대해선 의사도 모른다 했다. 감기 때문에 예민해진 게 아니냐고. 그 뒤로 코감기에 걸릴 때마다 락스 냄새를 느꼈는데 몇 년 뒤 우연히 들른 이비인후과에서 그게 비염이라고 알려 줬다. 딱히 감기가 아닌 이상 콧물이 줄줄 나거나 재채기를 하는 게 아니라서 다른 사람보단 낫지 싶다. 다만 안경을 오랫동안 못 쓰는 게 문제다. 안경을 쓰고 있으면 두통이 밀려온다. 일상 생활에선 안경을 안 써도 되는데 (독서나 태블릿을 쓸 땐 전혀 문제 없다) 컴퓨터를 쓸 땐 안경이 꼭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집필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응당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으니 댓글을 달고 싶어졌다. 허나 댓글을 달려고 해도 안경을 써야 하니 참을 수밖에. 대신 여러분이 달아 주신 감사한 댓글을 읽고, 여러분의 포스팅을 둘러보고, 돌아다니며 큐레이션을 하는 것으로 갈증을 풀었다. 이 역시 안경을 써야 하지만 안경의 브릿지가 코에 닿지 않게 한 손으로 밀어올릴 수 있으니 두 손을 써야 하는 것보단 낫다. 다행히 어제부턴 상태가 좀 나아져서 댓글을 좀 달고 다시 집필에 들어갔다. 전날보다 많이 썼다. 그 안도감 덕분인지 오늘은 다시 좀 헤이해졌다. 하루만에 나태해진 자신을 꾸짖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걸리는 게 있었다. 마지막 휴가를 즐긴 게 언제더라?

   작년... 아니 재작년이다. 재작년 12월. 그 후 1년 3개월 동안 휴가가 없었다.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다. 이제 보니 수입이 없던 기간과 겹친다. 수입이 없다는 게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은...ㅋㅋㅋㅋㅋ) 그러니 마음만 먹었다면 휴가를 즐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못했다.

   혹시 노동과 자본은 지속적으로 들어가는데 수입이 0인 상황을 겪어 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여긴 비교적 많은 분이 겪어 봤을 것 같다. 예술가에게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니까. 가령 스타트업을 해 본 분들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분명 일은 남들처럼 혹은 보다 많이 하는데 수입은커녕 지출만 있는 상황. 사업이 실패로 이어지면 노동 가치는 제로가 아닌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노동력의 흑화!) 4대 무보험 따위에서 비롯되는 불안정이 문제가 아니다. 나는 분명 무가치한 일을 한 게 아닌데 사회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 문제다. 이익은 고사하고 회사에 손해만 끼치는 인간도 라인만 잘 타면 월급 도둑질을 할 수 있는 마당에 내가 한 일은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는 판정. 아, 그래서 <말죽거리 잔혹사>의 아버지가 그렇게 잉여인간 타령을 한 거구나.

   작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얘기하려고 한 게 아닌데, 의식의 흐름이 참 무섭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징징거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작가 특히 드라마 작가가 주역으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스킵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뭔 놈의 자의식을 그리 투영하는지.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런 작가들의 이력을 보면 죄다 작가로의 한 길만 걸었더라. 그것도 사회 생활이라면 생활이겠지만 글쎄...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조직 생활도 좀 해 보고 사회에서 좀 더 부대끼고 나서 징징거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해 봐서 그런 소리 하는 건 아니고ㅋㅋ 내가 이명박도 아니고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드니까 다 같이 볼멘 소리 하지 말자는 건 아니고. 이렇게 따로 징징거리면 차라리 괜찮은데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이상화된 자기 분신을 넣어서 징징거리니까 꼴 보기 싫다는 얘기다. 공사 구분 못하는 것 같아서.

   아무튼 자신의 노동, 그로 인해 창출한 가치를 오랫동안 인정 받지 못하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런 상황이면 보통 주변에서 더 난리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차라리 이걸 해라 저걸 해라... 이러면 인간이 몹시 삐뚤어진다. 나를 보라 여행? 휴가? 사치도 그런 사치가 없다. 내가 그걸 누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애교다. 나라는 인간의 존재 의의까지 스스로 부정하기 쉽다. 모든 부분에서 여유가 사라진다. 그렇게 물 건너간 것이다. 내 지난 휴가들은...

   그래서 방전된 건가 싶었는데 지금 이렇게 줄줄 헛소리 늘어놓는 걸 보니 또 그런 것 같진 않다. 아마 스팀잇 덕분이겠지. 지금까지처럼 쓰고 있을 뿐인데 반응도 있고 보상도 있다. 내가 한 일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준다. 바깥 세상에서 도모하는 건 그거대로 굴린다 쳐도 애정은 이쪽에 훨씬 많이 쏟게 되는 이유다. 어떤 희망을 품게 해 준달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은 잠시 접어두고 싶어진다. 다만 그냥 갑자기 한국에 있는 어머니 생각이 났다. 읭? 아버지 연금 있으니까... 그런 핑계로 병원비 한번 제대로 못 드린 게 마음에 걸린다. 자의식 강한 성격 탓에 어릴 때부터 상처를 많이 드린 것도 많이 걸린다. 여기 나오고 한 번도 못 찾아뵌 것도 걸리고. 그냥 다 걸린다. 이 역시 스팀잇 때문인 것 같다. 스팀잇을 발판으로 성공해서 언젠가는... 그런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랄까.

   나는 보통 생활 패턴이 깨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 내가 의도치 않은 일로 깨지면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는 편이다. 같은 이유로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안 좋아한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대부분은 내 의도와 무관한 일들에 영향을 받았다. 올해는 내가 원하는 쪽으로 움직여 보려 한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그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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