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비었다.
손목이 시큰거린다.
마트에 갈 시간이없다.
그건 상관없지.
전화기로 주문하면 되니까.
근데 그럴 마음이 안 생긴다.
있는대로...되는대로 먹고
때가되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먹고싶다.
그럼 돈을 막 쓰게되겠지.
재료를 마트에서 사는 돈이 더 비쌀까.
내가 매일 시켜먹는 돈이 더 비깔싸.
내가 만들어 먹는 것이 살이 덜 찔까.
시켜먹는 것은 살이 펑펑 쪄버릴까.
장을 봐야 아이들에게 끼니마다 먹고싶어하는 것을
먹일 수 있는데.
먹고싶어하는 것만 먹여도 될까.
일주일에 한 번은 된장국을 줘야하나.
장을 봐야 쉽게쉽게 끼니를 떼울 수 있는데.
그래야 또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데.
장을 봐야하는데
그것말고도 해야할 것이 많아.
잠도 자야하고
선풍기도 사야하고.
나는 냉장고가 비었어도 그냥 그래.
뭘 해먹어야할지 모르겠고.
뭘 해줘야할지 모르겠어.
나는 아이의 식습관을 망치는 주범.
그냥 시켜먹으면 맛있어.
뭘 하고 싶지도 않고
만들고 싶지도 않아.
냉장고가 비어서
오늘도 배달책자로 저녁메뉴를 골랐어.
내가 뭘 만들면 맛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남겨서 며칠이나 먹을 수 있을까.
한 번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을
다음 날 또 꺼내 먹을까.
냉장고에 한 번 들어간 음식은
며칠까지 먹을 수 있을까.
아이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남편아. 건강하게 살아다오.
나는 한 눈 팔지 않았어.
다만 신경이 팔렸을 뿐.
글 쓰는데 집중하고 싶었을 뿐.
나의 글을 완성하고 싶었던 것 뿐인 걸.
그러는 동안 돌아보지 못 했어.
글을 매일 써내는 내가 제일 힘든 줄 알았네.
나는 글을 쓰면서
아이들을 잘 돌보는 엄마로,
남편을 잘 챙기는 아내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네.
2018/05/02 스팀잇에 돌아가지 못한 킴쑤
이 글을 새벽에 써내려놓고 그 날 <나.선.결>을 썼습니다.
일주일동안 스팀잇을 켜는 것조차 망설였습니다. 단호하게 누르지 않았습니다. 그냥 들어가면 또 헤어나오지 못할테고 다른 어떤 일보다도 스팀잇에 집중해야한다는 욕심이 커지니까요. 매일 포스팅을 하는 저는....누구보다도 제가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아이 둘을 보면서 글도 써냈다는 그 자체만으로 내가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죠...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 듯 소설 아닌 에세이를 쓰면서 즐거웠으니까요.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더 자극적인 사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욕심이 채워질만한 이야기가 없으니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써봤자 재미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하필 그 날.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피곤에 쩔은 남편과 마주했습니다. 저는...한동안 제 글을 쓰느라 그걸 몰라줬습니다. 글이 잘 안 써진다고 자꾸 남편에게 짜증만 냈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했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더라구요.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스팀잇에 미쳐서 왜 신경써야 할 것에 더 신경쓰지 않고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글이 써지건, 써지지 않건 그건 이러나저러나 남편보다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포스팅에 보니 '유부남은 아내에게 스팀잇을 알려주면 안 된다. 밥도 못 얻어먹는다.' 라고 했다더라구요. 그러면서 "나는 이미 같이하고 있는데 ㅋㅋㅋ 밥은 원래 못 얻어먹었고 ㅋㅋㅋ"하는 겁니다. 같이 웃고 말았는데.... 스팀잇에 들어 오지 않았던 일주일...전 그 쯤에 글을 쓴다는 핑계로 남편에게 모든 일들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네....남편이 일 마치고 돌아와서 거의 죽을똥말똥한데 제가.....그랬더라구요. 겨우 버티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스팀잇을 하기 전에는 그런 남편을 보듬기도, 왜 그러냐고 물어보기도 했던 것 같은데... <나.선.결>, 그리고 댓글...다느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법도 없고 무조건 오빠를 먼저 찾아서 해결하길 바랐죠....
스팀잇에 들어오지 않는 동안 스팀잇이 없는 곳에서 남편에게 "오빠! 빨리가봐!"하기 전에 제가 먼저 엉덩이를 떼려고 노력해봤습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있기보다 아이들 곁에 누워있더라도 곁에 있어봤습니다. 주말에는 답사 때문에 간 것이긴 하지만 걱정없이 주말을 보냈지요.(때문에....김작가님 이벤트에 글을 올리지 못했지만요ㅠㅠ 써놓은 거 있는데....아쉽긴하지요~ 근데 간만에 아이들 안고 돌아다니니 완전 지쳐버렸어요ㅠㅠ)
잘하려고 하는 것과 일로 생각하는 것은 독인 것 같습니다. 그런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내 전부가 아닌데 말이죠. 아이 둘 딸린 애기 엄마가... 몰두할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우울함을 느끼지요. 그래서 '스팀잇'을 만났을 때 더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해야하는 것은 아이를 돌보는 일이고 아이들을 지켜야한다는 것? 정도는 알아도 내가 하고 싶은 건 잘 모르겠더라구요. 포기 하면서 찾아온 무기력....이었겠죠. 그래서 스팀잇에서 더 활기를 띨 수 있습니다.
요즘....사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답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냥 해야한다는 것을요. 그런데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아이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제게 닥친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방황하다가 정착할지...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러리라 제 자신을 믿는 거죠. 제가 흔들리더라도 잡아줄 든든한 남편이 있으니까요^^ (남편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제가 내조를 잘 해야하는데 말이죠...^^;;)
재돌아 비록 집으로 출근하는 거 겠지만....오늘도 힘내랏!! 힘들면 얘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