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시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다하우수용소.
홀로코스트의 역사가 기록된
제법 큰 규모의 게토인데,
이런 규모의 시설이 대도시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독일 사람들은 정녕 홀로코스트를 몰랐을까.
나치의 통제력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의 겨울은 을씨년스럽다.
영국처럼 눅눅한 추위가 아닌,
바짝 마른 찬 공기가 피부를 뚫고 뼈로 스며드는 느낌의 추위.
드넓게 펼쳐진 대지 위로 키를 자랑하듯 나무가 솟아있고
그 사이로 칼바람이 피부에 생채기를 내며 스쳐지나간다.
그 추위 속에서,
한 쪽은 죽이고
한 쪽은 죽음을 당했다.
지나고 나서야 잔인함을 깨닫게 되는
전쟁의 참혹함.
이제는 거의 터만 남은 그곳에
고개를 숙이고 단정하게 걷는
군복을 입은 한 무리가 열을 맞춰 지나간다.
자국의 역사를 배우기 위해 게토 수용소를 방문한,
장차 독일군의 미래를 짊어질 사관생도들이라 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한 연설에서
마음의 빚이 있다 는 발언이 뉴스에 올랐던 것이 떠오른다.
이미 지나간 역사는 어찌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지울 수 없는 상처받았고,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다.
돌이킬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두 어깨에 짊어지고 나가야 할 뿐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시절, 수용소의 존재조차 몰랐던 대다수의 독일 국민처럼
우리도 두 눈과 귀를 가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총 칼이 아닌, 다른 것으로 누군가를 핍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내 발 아래 펼쳐져 있다.
내가 선 이곳이
어쩌면
다하우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