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먹고 살기 힘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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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들어서 jjy@jjy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생일이었다. 때가 때인지라 다른 식구들에게 알릴 것도 없고 그냥 우리끼리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손님이 줄줄이 이어진다. 서둘러 문을 닫고 어머니까지 셋이 길을 나선다. 예약을 할까 했으나 잘 가던 집이 그날따라 주인장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업장을 갔다고 해서 다른 집을 찾았으나 자리가 없었다. 이번에는 하며 다른 집을 찾았으나 그 곳도 자리가 없었다. 메뉴를 바꾸어 고깃집을 가도 여전히 자리가 없고 우리는 여기 저기 헤매는 신세가 되었다. 가까운 거리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걸어갔는데 점점 시간도 늦어지고 배는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하는 수 없이 집 앞에 있는 축협 다한우 매장을 찾았다.

무조건 식탁 밑으로 다리를 뻗고 철퍼덕 주저앉았다. 기본 상차림이 나오자 샐러드부터 한 접시 해 치우고 물김치 한 그릇 후루룩 하고 사또가 고기를 굽는데 어머니 눈엔 그것도 안쓰러우신지 집게 달라고 하신다. 내가 고기접시를 당겨 굽고 자른다. 모자는 소주잔을 비우고 나는 맥주 한 병을 홀짝 거린다. 소주잔을 내려놓던 사또가 아차 싶었는지 뒤늦게 건배를 하잔다. 건배사는 잘 먹고 잘 살자! 크리스탈의 여운이 아닌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가 울림 없이 지나간다. 준비되지 않은 식사자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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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는 한적한 시골에 사람이나 차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느낀다. 골목마다 주차 행렬이 이어지고 보기 드물게 젊은이들의 무리가 지나간다.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군것질거리나 장난감을 구경하시는 어른들이 보이고 마트에도 손님이 늘고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밤이면 축제나 다른 행사가 없어도 폭죽 터지는 소리와 불꽃놀이를 하는 빛이 창문을 비춘다. 수산물의 마귀의 임시 배달맨의 오토바이가 곡예를 하며 지나간다. 그리고 우리 집에도 식구들이 몰려올 시간이 다가온다.

그 날만 먹으면 두 번 다시 가족들이 함께 밥 먹을 기회가 영영 사라지기라도 하는지 온갖 식재료들이 냉장고 안에 자리를 잡기도 힘들다. 과일이나 마른 재료는 냉장고 앞에도 못 가고 일단 박스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시원한 곳으로 간다.

우리 식구들은 명절 전날이면 고기 파티를 한다. 남자들은 술도 한 잔 하면서 한 참 먹을 동안 내 눈과 귀는 여전히 밖을 향한다. 아들은 생각보다 늦는다. 거의 다 왔다는 전화를 받고 난장판이 된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준비를 하자 아들이 들어온다. 실로 오랜만에 아들과 밥을 먹는다. 얼굴에 조금 살이 붙어 걱정을 덜어준다.

밤이 되자 올빼미 본능을 발휘해서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친구 만나러 나갔던 아들이 돌아와서 옆에 서서 이것저것 거들어 대견스럽기도 하고 어릴 적 엄마랑 김치 한다고 꼬박꼬박 옆에서 부닐던 추억을 떠올려 흐뭇한데 아들은 혼자 밤이 깊도록 일하는 엄마가 측은한지 볼멘소리를 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가도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른 새벽 문밖을 보며 마시는 커피는 내게 남은 몇 안 되는 사치다. 안드로메다를 건너 샛별을 안고 있는 하늘은 아직 바이올렛 빛이다. 꼬리를 무는 몽상을 떨치려고 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불을 켠다. 주방은 순식간에 수증기로 가득하고 온몸이 열기를 느낄 때 식구들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연도를 드리고 성묘를 다녀와서 점심때가 지나자 다들 서둘러 떠난다. 식구들에게 명절음식을 싸서 보내고 다음날 가는 아들에게도 뭐라도 싸주려 했지만 막무가내고 싫다고 한다. 연휴가 길다고는 하지만 바쁘다며 떠나는 아들딸이 서운하신지 차에서 손을 못 떼시던 어머니나 밥상 차릴 때마다 제때 밥도 못 먹고 빈손으로 간 아들 탓을 하는 나나 두 마음을 저울에 올리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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