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을 수 없던 길
@jjy
향기로운 웃음을 머금고
아직 꽃이라 불리는 동안은
바람을 가르는 나비의 날갯짓도
외로움의 표현이라는 걸 몰라도 좋았다.
흐르는 것이 어디 세월뿐이랴
한사코 보채던 가을비가
남은 은행잎을 다 흔들고 지나간
지금에서야 새삼 눈물일 줄은
반짝이는 물비늘마저 참혹히 잃고
저문 밤 산굽이를 돌아
소리 죽여 울며 떠나는 것이
어디 물뿐이라 하랴
예고 없이 들이민 아픔을 만날지라도
한 손엔 목젖을 가를 쓰디쓴 잔을 들고
한손으로 적어가는 연서(戀書)에
잠시 쉬었다 지나는 행간
조금 앞서다 때론 뒤따르다 돌아보면
나란히 발자국을 새기며 건너온 징검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