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명절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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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재구성 jjy@jjy

유례없이 길었던 한가위 연휴도 지나간다. 오늘 오후부터 고향과 부모님을 찾았던 사람들이 다시 자신들의 삶터로 돌아간다. 열흘간의 황금연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일터에서는 종전대로 추석 앞뒤로 하루씩 사흘간의 연휴가 주어졌다.

늘 그날이 그날인 정체되어 있던 시골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고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인사를 해도 몰라보겠고 골목은 주차장이 되었다. 명절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은 고운 한복 차림에 잠자리채를 들고 달린다. 편의점에 어린 손녀를 데리고 오신 할아버지와 서로 차를 닦아주는 형제들이 연출하는 한가위는 보는 사람의 마음도 풍성하게 한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부모님들은 바빠지셨다. 명절차롄 준비보다 자식들 오면 차에 실려 보낼 양념거리 밑반찬 거리 챙기시느라 밤낮이 없으시다. 고추 말려 빻고 참깨 털어 손질하고 고들빼기김치 담그고 늦지 않게 나박김치 익히고 알밤 주워 모아 삶아서 냉동하고 미처 추수를 하지 못한 집에서는 방아 찧을 때 갚기로 하고 정미소에서 햅쌀을 몇 포대 빌려오기도 한다. 포도 농사하는 집에 가서 좋은 송이로 가득 담아 한 박스씩 맞추고 식구들 오면 먹으려고 바람포도도 넉넉히 사왔다. 그리고 며느리들이 오기 전에 제사 음식 한 가지라도 더 준비를 하시려면 없는 정신에 두 번 걸음 하지 않으려고 쪽지에 커다란 글씨로 적어 가방에 넣고 장엘 가신다. 며느리들이 오면 이것저것 사서 하자고 하는데 편하기는 하지만 쓸데없이 비싸기만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수족 한 번 더 놀리면 되는 일이라고 하신다.


조상님들이 무슨 복을 얼마나 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새벽부터 출근준비에 아이들 챙기고 하루 종일 업무에 황금연휴를 앞두고 연장근무에 시달리다 명절에 교통지옥을 뚫고 시댁에 도착하는 순간 시부모님께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되면서 낯선 환경과 평소에 구경도 못 해본 제사음식은 가짓수도 많고 손도 많이 가는데 막상 먹을 건 변변치 않았다. 고기라도 넉넉히 재고 전이라도 푸짐하게 부친다고 벌써 몇 시간을 오금도 한 번 못 펴고 부쳐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재료도 떨어져 가도 채반은 아직도 빈자리가 넉넉하다. 철모르는 남편은 여보만 부르면 저절로 술상이 차려지는 줄 아는지 목청이 가을 하늘처럼 드높다. 내 몸에서도 카페인 부족 싸인을 보내는 지가 언제인데...

명절이 돌아오기 전부터 여기저기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고 명절 당직을 자청한다는 말도 있다. 심지어는 제사 지내기 싫어 교회 나간다는 말이 있으니 일찍이 산 제물이셨던 예수께서 이제 와서 남의 집 제사에 핑계거리까지 맡아주시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명절의 재편성도 생각해 볼 일이다.


흔히들 말을 한다.
호수 위를 미끄러지는 백조의 우아한 자태를 위해 수면 아래 숨 막히는 발놀림에 대해서...

한 마리의 백조에게 있어 머리도 날개도 발도 결국은 한 몸이다. 그렇다고 발이 날개가 될 수는 없다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부응하고 존재 자체로 행복을 이루는 관계라야 하지 않을까
명절도 온 가족 구성원이 한 사람도 소외 됨 없이 더불어 행복할 때 진정한 가족이고 화목하다고 할 수 있다. 보름달도 어느 한 쪽이 떨어져 나가면 이미 보름달이 아닌 것처럼...

서로 얼굴을 붉히는 제사가 조상님께 흠향 하실 리 만무하다.
어쩌면
‘얘들아, 그렇게 싸우지들 말고 너희들이나 잘 먹고 잘 놀아라.’ 하고 계실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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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내주신 tata1@tata1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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