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표절은 안 된다고 했잖아
@jjy
본시 양반이라고는 해도 어려서부터 가난이 몸에 밴 처지에 입에 풀칠을 하는일이 우선이었다. 붓을 잡기 전 호미를 잡고 낫질을 배웠다. 책보를 메어 보지도 못한 어깨로 지게를 지고 논두렁을 깎고 개울가 풀섶을 깎는 법을 먼저 배웠다. 게으른 아버지를 둔 덕에 어머니를 따라 논밭으로 따라다니며 온갖 일을 하며 살다보니 어느 정도 가난을 면할 정도가 되었다.
일 잘하고 애 잘 낳게 생겼다는 여자와 얼굴도 못 보고 결혼을 해서 아들딸을 낳고 살다보니 밥은 먹고 살게 되었지만 못 배운 한은 점점 커갔다. 아들만큼은 까막눈을 면하게 해 주고 싶어 서당엘 보냈지만 아들놈은 도무지 공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농사일이나 하라고 하면 어느새 서당으로 도망을 쳤다. 탐탁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침이면 서당으로 가는 걸 내심 다행으로 여기며 언젠가는 배운 값을 하겠지 하며 꾹꾹 눌러 참았다.
어느 날 사돈이 상을 당해 문상을 갈 일이 생겼는데 갑자기 병을 얻어 하는 수 없이 서당이라도 몇 해를 다닌 아들을 대신 보내기로 했다. 그것도 동네에서 문자도 제일 많이 알고 예범에 밝은 어른이 가시는 길에 딸려 보내게 되어 한 시름 놓이지만 그래도 상주에게 인사말이라도 제대로 하려나 싶어 아들에게 타일렀다. 무엇이든지 그 어른 하시는 대로 하라고...
상가에 도착을 해서 문간을 지나는데 워낙 키가 커서 그랬는지 윗중방에 머리를 부딪었다. 아들은 그것도 예법인줄 알고 작은 키에 점프를 해서 박치기를 했다. 순간 이마에 불이 번쩍했지만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도 억지로 참았다.
상청에서 분향을 한 뒤 상주와 절을 하는데 어른께서 이번에는 요염한 소리를 내며 방귀를 뀌시는 게 아닌가,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속으로는 별난 예법도 다 있다고 투덜거리지만 어쨌거나 아버지의 당부를 생각해서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아뿔싸! 순간 따뜻하고 묵지근한 이 느낌은...
예상치 못했던 신체의 변화와 복장으로 인해 정신이 혼란해진 틈에 어른께서는 뭐라고 문자를 쓰시며 상주에게 인사 말씀을 하시는데 도무지 뭐라고 하셨는지 알 길이 없었다. 탕 뭐라고 했던 것 같아 그냥 무턱대고 외쳤다. 탕, 탕, 탕...
일어나 기미도 보이지 않고 계속 해서 탕 소리만 치고 엎드려 있는 사돈을 보다 못한 상주가 부축을 해서 일으킨다는 것이 바로 그 따뜻한 덩이라 뒤도 안 돌아보고 한 달음에 집으로 도망을 치고 한 동안 사돈댁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