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isang 입니다. 오늘 내용은 가슴통증에 관한 것입니다.
문득 Fly to the sky의 노래가 떠오르는 군요......
가슴 안쪽에 위치하는 구조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요한 기관이 많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목 아래와 횡격막 사이에 심장, 폐, 식도, 대동맥이 있습니다.그리고 이러한 구조물을 갈비뼈가 감싸고 그 위에 피부로 덮여있죠. 이 것들 중 하나에 이상이 생기면 가슴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가슴통증이 있을 때 의사들은 통증의 양상을 살펴보면서 힌트를 찾아나가곤 합니다. 어떤 식으로 아픈지, 정확히 어느 위치가 아픈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떨 때 통증이 악화되는지 또는 완화되는지, 통증이 퍼져나가진 않는지 등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위에서 언급한 기관 별로 각각의 특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심장
여러가지 질환이 연관되어 있고, 또 중요하기도 합니다.
1) 심혈관질환
우리 몸 전신에는 혈관이 분포해있습니다. 모든 기관이 에너지를 내어 활동할 수 있도록 혈액으로부터 산소 및 영양분 공급을 받죠. 심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심혈관(관상동맥)이 심장을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심혈관이 정체되거나 막힐 경우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고 큰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슴통증 시 가장 주의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협심증(angina)과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협심증을 안정형 협심증과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최근 불안정형 협심증은 심근경색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협심증은 심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생긴 것입니다. 혈관 내부가 기름때로 가득 끼어있는 셈이죠. 기름때와 각종 염증세포들이 뭉쳐서 혈관 벽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혈관이 좁아지게 되고 혈류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흔히 추운 날, 운동 시에 가슴 깊은 곳에 꽉 조이듯, 뻐근하게, 짓누르듯이 아파오곤 합니다. 날이 춥거나 운동할 때는 심장이 더욱 많은 활동을 해야해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혈류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심장에 부담이 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턱이나 어깨, 왼쪽 팔로 다양하게 통증이 퍼질 수도 있습니다.
이와 비교해서 심근경색은 혈관 벽의 기름 때가 불안정하고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다 퍽하고 터지면서 떨어진 물질(thrombus)이 혈관을 타고 가다가 좁아지는 부위에서 탁 하고 틀어막는(embolism) 것입니다. 퍽 하고 터지는 순간은 예상치 못하게 일어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혈관을 완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심장이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 혈관이 먹이던 심장 근육은 점점 죽어가게 되죠.
협심증은 휴식하거나 혈관을 넓혀주는 니트로글리세린에 반응하여 증상이 괜찮아지지만, 심근경색은 휴식이나 니트로글리세린에 반응 없이 30분 이상 지속되는 가슴통증이 유발됩니다. 심근경색 부위가 넓으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부정맥이나 심정지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응급으로 심폐소생술 및 제세동, 혈압을 올려주는 승압제 주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심장막염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이 있는데, 여기에 염증이 생길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때 나타나는 가슴통증의 특징은 앉거나 숙이면 완화되고 누우면 악화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흡을 크게 했을 때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바이러스나 결핵 감염, 신부전, 자가면역질환 등이 있습니다.
3) 심근염
심장막염과 비슷하게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긴 경우입니다.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흔합니다. 약간 조심해야할 것은 심근경색과 비슷한 심전도 소견(ST elevation) 및 심장 효소(트로포닌, 크레아틴키나아제) 가 증가하는 소견이 있을 수 있기에, 심근경색과 감별하는게 필요하겠습니다.
2. 대동맥
대동맥은 심장에서 전신으로 나오는 혈액을 처음으로 받는 기관입니다. 심장의 압력을 버텨야하기 때문에 튼튼하고 두껍고도 탄성이 좋은 여러 겹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혈압이 너무 높거나, 유전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 대동맥 내부가 찢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대동맥 박리라고 부릅니다.
대동맥 박리가 있을 때도 가슴 통증이 유발되곤 합니다. 이때는 갑자기 매우 심한, 찢어지는 느낌의 통증이 발생합니다. 박리의 진행 양상에 따라 가슴의 앞과 뒤, 어깨까지도 통증이 퍼질 수 있습니다. 영상학적으로 찢어진 위치를 보는 것이 좋은 진단 방법이기 때문에 가슴 CT나 초음파로 확인합니다.
3. 폐
1) 폐렴, 흉막염
심장 뿐만 아니라 폐에도 염증 반응이 있으면 가슴통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장성 통증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겠죠. 심호흡이나, 기침, 재채기 등에 의해 통증이 악화됩니다.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심하면 흉막액이 고여 있는 수도 있습니다.
2) 폐색전증
폐색전증은 전신을 순환하면서 더러워진 피가 심장을 거쳐 폐로 향하는 혈관(폐동맥)이 막힌(embolism) 경우입니다.(위의 심혈관질환과 비교해보세요.) 폐는 워낙 지원받는 혈관이 많아서 폐 자체가 죽어가는 현상은 없습니다만, 혈액을 받아서 산소를 충전하고 다시 심장으로 넘겨주어야 하는 과정이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산소를 충분히 담은 혈액이 부족하기 때문에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빨리 뛸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도 나타날 수 있죠.
3) 기흉
폐의 바깥쪽 공간은 음압이 항상 걸려있기 때문에 폐가 최대한 팽창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마치 공기압이 매우 낮은 밀폐공간에 있는 풍선과도 같죠. 그런데 이 풍선에 구멍이 뚫리게 되면 외부의 압력과 같아지면서 풍선은 푸쉬식 쪼그라들게 됩니다. 같은 현상으로 폐가 쪼그라들어서 작아져있는 것을 아래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슴 X-ray는 좌우를 반대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왼쪽이 오른쪽 폐입니다. X-ray 찍힌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왼쪽 폐는 (지저분해 보이게) 폐혈관과 기관지가 분포되어 있는데, 오른쪽 폐는 쪼그라든 풍선처럼 작아져 있고 경계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4. 식도
위식도역류질환(GERD)에서 가슴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상복부 통증과 뚜렷하게 구분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슴이 쓰라리 듯이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앞의 포스팅에서 다루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5. 갈비뼈
갈비뼈 또는 갈비뼈에 붙어있는 연골에 염증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갈비뼈나 연골을 눌러보았을 때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 특징이죠.
6. 피부
마지막으로 뜬금없이 웬 피부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가끔 대상포진으로 가슴쪽 통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왼쪽 가슴이 아픈데 심장이나 폐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Herpes 바이러스는 오래전 감염되어 수두 증상을 일으킨 후에 신경절에 수년~수십년을 숨어있다가 면역력이 약할 때 튀어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신경절은 아래와 같이 Dermatome을 따라 분포하죠. 왼쪽-오른쪽이 딱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Dermatome을 따라한 쪽으로만 통증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대개 통증 후에 수포와 동반된 발진이 올라오기 때문에, 초기에 통증만 있을 때는 감별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주의사항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의료 상식을 전달하고, 실제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방문했을 때 대략 ‘어떤 진단의 가능성이 있고, 어떤 검사를 받겠구나’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만 진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셔서 의사의 상담을 받으세요. 그리고 글의 내용은 대개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며, 실제 임상적 상황과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는 학문이고 교과서 외에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한 학문입니다. 그래서 수련병원은 ‘도제’식 교육이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슴통증의 원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참 다양하면서도 중요합니다. 심근경색의 경우 수시간 내로 생명이 왔다갔다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있을 때 의심해보고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저녁 약속이 많아서 밖에 자주 돌아다녔더니... 목이 칼칼한게 기침이 자꾸 나네요. 추운 날씨에 모두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