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isang 입니다. 오늘은 산전진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산부인과 전문의 @bingepumpkin 선생님의 의견으로 보완된 글입니다. ***
생명의 시작은 참 경이롭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두 개가 만납니다. 그들은 하나가 되고 점점 자라서 초음파에서 보이고, 5-6주 정도가 지나면 그 때부터 생명이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뛰는 심장이 발달합니다. 팔다리가 돋아나오기도 합니다. 쑥쑥 자라서 엄마의 배를 불러오게 하고, 발길질을 하기도 하죠. 그리고는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산부인과 실습을 돌면서 보았던 출산의 순간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기들은 임신하고 순식간에 뿅-! 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산모는 조심해야하는 것들이 많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해 진찰 및 검사를 받아야합니다. 일반적으로 LMP(Last menstrual period, 마지막 생리시작일)로부터 37주 0일에서 40주 6일에 태어난 아이를 만삭아라고 하는데, 만삭이 되는 약 40주의 긴 기간 동안 뱃속의 태아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전부를 다룰 순 없지만 알아두면 좋을, 중요한 내용 위주로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임신 가능성이 있어 병원에 내원하면 알아볼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자세한 문진이 필요하겠죠.
1. LMP와 규칙성
가장 먼저 물어볼 것은 마지막 생리시작일 입니다. 그리고 평소 생리를 규칙적으로 했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정확한 임신 날짜와, 그에 따른 임신 주수 및 출산 예정일을 구해볼 수 있습니다.
2. 피임 및 호르몬제 복용 여부
혹시 피임 중이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콘돔 등을 사용하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궁내 장치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면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내 장치를 제거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임약은 대개 여성호르몬 성분이기 때문에 태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임신이 확인되면 반드시 끊어야합니다.
3. 이전 산과 병력
이 전에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지(분만 경험), 있다면 임신 중에 이상 결과라든지 질병은 없었는지 확인합니다. 첫 아이 출산이 가장 힘들고, 둘째부터는 쉽다고들 하죠. 분만 경험이 있으면, 다음 분만 시 실제로 출산 시간이 짧아지게 됩니다.
조산이나 유산의 경험도 중요하게 알아볼 내용입니다. 조산이나 유산 경험이 있는 경우, 다음 임신 때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되겠습니다.
4. 기저 질환, 유전병, 선천기형 병력
혹시나 아기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질병이나, 아기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유전병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그리고 TORCH라고 알려진 감염병은 태아에게 전달되어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TORCH는 Toxoplasmosis, Rubella, Cytomegalovirus, Herpes simplex, and Other organisms including syphilis, parvovirus, and Varicella zoster의 앞자를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각각 톡소플라즈마, 풍진, 거대세포바이러스, 헤르페스, 매독, 파보바이러스, 수두바이러스 입니다.)
*** @bingepumpkin 선생님의 조언에 따르면 산전진찰에 TORCH를 모두 검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증상도 비특이적이어서 다른 질병과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임신 중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한 소견이 관찰될 경우 양수검사나 탯줄검사 등으로 확인합니다.
5. 약물 복용 여부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 여드름치료제로 쓰임), 와파린(warfarin, 뇌경색 예방약으로 쓰임), 그리고 항간질약(anti-convulsunt) 중 일부는 임신 중 태아에게 전달되어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입니다.
그 외에도 임신 시에 복용하면 위험하거나, 그 결과가 잘 알려지지 않은 약물들이 많기 때문에 미리 이야기해 주시는게 좋겠습니다. 술과 담배는 태아에 굉장히 정말로 진짜로 해롭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부터 꼭 끊으시길 바랍니다!
그에 반해 엽산은 임신 한달 전부터 미리 드시길 권장합니다. 태아의 신경계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임신 4개월 까지 엽산을 복용하면 되고, 철분은 임신 4개월부터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문진을 마치고 나면 바로 해보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검사는 임신 반응검사입니다. 소변 또는 혈액에서 hCG라는 호르몬이 증가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임신테스트기도 비슷한 것입니다.)
그리고 해볼 수 있는 검사는 초음파 검사이죠. 임신 과정 중에 초음파 검사는 아이의 성장 상태나, 기형 여부 예측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검사입니다.
마지막으로 임신 중 병원에 바로 내원해서 확인해야 하는 증상! 입니다.
질병에 따른 증상들을 묶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질출혈, 질을 통한 액체의 유출
임신 초기에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유산이나 자궁 외 임신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임신 중 질 출혈이 있다는 뜻은 태아를 지탱하고 있는 태반을 비롯한 자궁 내 일부가 손상받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자궁 경부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라면 절박 유산(threatened abortion), 자궁 경부가 열린 상태이면 불가피 유산(inevitable abortion)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죠.
완전 유산(Complete abortion)은 임신 20주 전에 태아와 태반이 배출되는 것으로, 이럴 경우 생존 가능성이 0%에 수렴합니다. 하지만 혈액이나 맑은 액체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100% 유산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초음파와 hCG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자궁외 임신은 좋지 않은 경우입니다. 자궁 내가 아닌 자궁 밖(난관 등)에서는 정상적으로 태아가 자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자궁외 임신으로 진단되면 어쩔수 없이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로 임신을 종결시키는 것이 산모를 살리는 길입니다.
혹은 임신 후기라면 태반조기박리, 전치태반 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전치태반은 태반이 자궁목 쪽에 위치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자연분만은 불가능하고 반드시 제왕절개를 해야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 부종, 두통, 시력저하, 복통, 지속적 구토, 경련
임신성 고혈압-전자간증-자간증(Gestational hypertension-Preeclampsia-Eclampsia)에 해당하는 증상들입니다.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 임신성 고혈압 :
임신 20주 이후에 처음으로 발견된 고혈압 - 전자간증 : 임신 20주 이후 고혈압 + 단백뇨 or 신기능 저하 or 심각한 동반증상(폐부종 등)
- 자간증 : 전자간증의 조건 + 경련
진단은 정의에 따라 내려지지만, 위와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주의깊게 지켜보고, 혈압을 낮추거나, 경련을 예방하는 치료를 해야합니다.
만약 치료를 진행하는 중에도 혈압이 높거나, 심한 단백뇨가 있거나,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바로 분만을 시행해야 합니다.
3. 고열, 오한, 배뇨곤란
질염이라든지 골반내 감염 등은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감염 시에는 염증 반응에 의해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 것은 자궁 수축을 유발할 수 있어 조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행성으로 감염이 진행되어 자궁 내에도 감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죠.
위의 증상과 동반되어 질로 맑은 액체가 나오면 양막 파수를 의심할 수 있고, 산모의 백혈구 상승 및 맥박수 증가, 냄새나는 질 분비물 등이 동반되면 융모양막염으로 진단내릴 수 있습니다. 이 때는 태아에 치명적일 수 있어서 바로 분만하면서 항생제를 써야합니다.
4. 태동의 확연한 감소
태동은 태아가 어느정도 성장한 후에 느낄수 있겠죠. 임신 후기에 체크가 가능합니다. 정상적으로 뱃속에서 놀던 아기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감소되면, 무슨 일이 있구나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병원에 내원하면 태아의 심음을 체크하게 되는데, 비정상적인 패턴이 관찰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태아가 많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제왕절개까지 고려해야겠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주의사항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의료 상식을 전달하고, 실제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방문했을 때 대략 ‘어떤 진단의 가능성이 있고, 어떤 검사를 받겠구나’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만 진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셔서 의사의 상담을 받으세요. 그리고 글의 내용은 대개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며, 실제 임상적 상황과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는 학문이고 교과서 외에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한 학문입니다. 그래서 수련병원은 ‘도제’식 교육이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산부인과는 배울수록 오묘하면서도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생명과 연관이 있어서일까요?
이렇게 산전 진찰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스티미언 분들의 의학상식도 무럭무럭 자라가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