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기웃1] 성인용품 판매하는 아가씨

jhani(61)
Published in
#kr
Words
1386
Reading
7 min
Listen
Play
8y

“아…이러다가 위장 빵구나서 피토하고 죽던지, 아니면 간땡이가 부어 폭발해서 죽던지, 암튼, 진짜 이러다 죽을 것 같다”
입사 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쟈니는 사실 맥주 한잔에도 얼굴이 터질 듯, 벌겋게 부어 올랐고, 술은 그저 분위기 맞추는 정도로 홀짝거리는 맛대가리라곤 계륵보다 못한 것이라 여기던 20대 후반이었다.

개인 사생활 보단, 집단의 동조에 잔소리 말고 무조건 응해야만 했던 회사. 일 마치고 운동하러 간다면, 핀잔을 주고, 선배들도 가기 싫은데, 공장장이 술을 좋아하니, 다 따라 가야 한다면서, 10명정도의 직원들은 그렇게 매일 밤, 술을 마시러 가야만 했다. 공장이다 보니, 부산 인근의 도시에 있었고, 젊은 직원들은 다들 자취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깨지도 않은 술에, 커피한잔으로 해장을 하고, 화학약품, 특히 솔벤트 류를 혼합한 제품을 생산 하다 보면, 그 알코올 냄새에 구토는 반사적으로 나왔고…

“이렇게 몸 버려가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관두려 거든 빨리 관두자. 그래도 의리상 딱 1년은 채우고…”

alt

그렇게 퇴사를 염두에 두고, 이런 저런 거짓말을 해 대며, 사회초년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장사)거리를 찾아 헤매게 되었다.
그때 당시 받던 월급이 130만원 정도. 상여금 등을 포함해 연봉이 2,000만원 대였던 것 같다.

“월 순수익 200만원만 벌면 혼자 먹고 살만 할 텐데…” 라는 생각으로, 대학가 주변의 장사하는 곳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나에겐 아주 큰 돈이었던 200만원)

아직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이. 어설펐지만, 제 입에 풀칠할 것이라도 찾아야 했고, 무엇보다, 직장생활은 생각지도 않았던 대학시절부터, 장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자본금이며, 경험이 전무했던 쟈니었다. 순수하다면 순수했고, 어리숙하다면 어리숙했던 그 시절…


.
.
.

요즘은 거의 사라졌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인적이 살짝 드문 도로 가에 “성인용품”이란 간판과 함께 이런 봉고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신문에도, 이 장사로, 퇴직 후 나름 돈을 벌어, 아이들 학교 잘 보내고 있다는 어느 아저씨의 기사를 읽은 기억도 난다.

alt
(대략 이런 느낌...아시죠?)

퇴근 길이면, 어김없이 늘 서있던 그 봉고차.
신문 기사도 떠올랐고, 퇴사 후, 뭐 먹고 사나를 고민하던 차, 용기를 내어 찾아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겁이 났을까?

난 성인이고, 성인이 사용하는 용품을 파는 곳에 가는데, 그리고, 한적한 도로라,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조폭의 똘마니가 판매하는 건 아닌지, 괜히 삥 뜯기는 건 아닌지, 불법 상품을 파는 건 아닌지, 괜히 주변 얼쩡거리다가 경찰에 잡혀가는 건 아닌지,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며칠을 주변만 맴돌다가, 용기내서 찾아 갔다.

.
.

덩그러니 서있는 봉고차.
사람은 보이지 않고,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안을 보니, 조수석에서 한 여자가 뜨개질을 하고 앉아있었다.
“뭐지…? 사람인가? 귀신인가?”

한적한 도로... 덩그러니 서있는 성인용품 판매 봉고차.... 조수석에서 뜨개질 하는 여자….주변은 이미 어둑어둑 해졌고, 인적 드문 도로는 귀곡 산장을 방불케 하는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기웃거리던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여자.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멀뚱거리며 쭈뼛거리다, 운전석 문을 살짝 열고,
“저…여기 사장님 좀 뵈러…..왔…습니….”
“아…타세요”
누군진 모르겠지만, 밝게 웃으면서 타라고 한다.
내가 타면, 풀 숲에서 덩치들아 나타나서, 새우잡이 어선에 팔아 넘기려고, 이 여자를 미끼로 앉혀 놨나….

진짜 심장 터지는 듯했다.

주변을 다시 한번 두리번 거리고는, 밖에서 이야기 하면 안되냐니까, 추워서 자기도 안에 들어 와 있는 거라고, 괜찮다며, 빨리 타라고 했다.

그렇게, 처음 보는 두 남녀는 뻘쭘한 인사를 나누고…

난 빨리 내 용건만 보고 가야겠다 싶어, 대뜸 물어봤다.

“본론부터 말씀 드릴께요. 장사 잘 됩니까? 저도 이 장사 한번 해 보려구요”

사실 이 장사 해볼 마음은 없었다. 그냥 이런 물건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장사에 눈을 뜨게 됐는지, 돈은 잘 벌리는지, 주변사람들은 이런 장사 하고 있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이 그저 궁금했을 뿐이었다.

사실, 돈 벌이가 괜찮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는 그저 시장 조사 차원에서 용기내어 찾아가본 것이었다.

찬찬히 내 사정을 들어본 그녀는, 손님도 오지 않아, 심심하던 차라며,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네, 장사는 생각보다 되네요”

“아니, 손님이 이렇게 없는데, 수입이 괜찮나봐요?

그랬다. 이건 나름 마진이 상당한 아이탬들이라, 사흘에 하나만 팔아도 짭짭한 수입이 난다고 했다. 지금에야 온라인이나, 아예 프랜차이즈화 해서 가격도 공개 되고, 비교도 해볼수 있고, 후기도 볼수 있다고 하지만, 그 때만 해도, 부르는 게 값이고, 경쟁도 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alt

Q. 아직 미혼이신 듯 한데, 이런 곳에서 혼자 장사 하면 안 무섭나?

A. 처음엔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하다보니 괜찮다. 순찰 중인 경찰들도 한번씩 들러주고.

Q. 이 장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A. 졸업 후 직장 생활 하다가, 고졸의 한계와 직장내의 더러운 짓거리(무시, 갑질)에 쥐꼬리만한 월급으론 안되겠다 싶어 장사할 것을 찾다가, 직장 선배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개인 무역업자(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물건을 수입해오는 업자)를 알게 되어서, 장사 거리를 물어 봤는데, 수입이 괜찮은게 있다며, 성인용품을 소개 받게 되었다. 처음엔 망설였는데, 마진도 좋고,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을 것 같아서 결심했다.

Q. 찾아오는 손님들 부류는 어떠냐?

A. 생각보다 연령층이 다양하다. 인근 대학생 커플들도 구경오고, 동네 주민분들, 특히 아주머니들이 많이 오시는데, 정작 물건을 사가는 건 아저씨들이 많이 사간다.

Q. 무섭지 않나? 성인용품이다 보니, 행여 성적으로 노골적인 말이나, 추행은 없나? 이렇게 한적한 도로에서 무서울 것 같은데.

A. 나도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다 젠틀했고, 어떤 분은 어린 나이에 열심히 산다면서, 일부러 들러 음료수도 주고 가신다.

Q. 주로 판매되는 상품은 어떤 것들인가?

A. 진열 해 놓은 건 성인용품(기구)들인데, 젊은 사람들은 주로 그런 걸 구경하고 가고, 중년들은, 은근슬쩍 물어 보는게, 영상이나 발기보조제에 관해 많이 물어 본다. 그런데 알다시피, 영상이나, 약은 판매 불가 상품이라 숨겨 놓고 파는데, 경찰들도 한번씩 와서 그런 거 팔다 걸리면 잡혀간다고 이야기 하고 가긴 하는데, 사실 몰래 팔고 있다. 어떤 사람은 구체적으로 어떤 영상을 구해 달라고 까지 부탁하기도 한다.
아직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이 주로 그러는데, 주면 사갔다가, 고맙다고 인사하러 와서 또 사가고 그런다.

Q. 그래서 수입은 괜찮은 편인가?

A. 장부를 한번 훑어 봐라.

그녀가 내민 매출 장부에는 모든 기록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암호처럼 적힌 글자는 영상이나 약품이었고, 나머지도 상품명이 적혀 있어,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살펴봤다.


(살펴 볼까나....)

월 150만원 정도의 매출이었고, 순수익은 100만원 내외.
(대체 얼마나 남겨 먹는건지..)
오후 늦게 나와 밤 11시까지 하는 것 치고는 괜찮은 수입이라고 한다.
낮에는 요리학원을 다닌다는데,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이렇게 뜨개질을 하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Q. 물건 주문은 어떻게 하나?

A. 앞서 말한 그 개인 무역업을 하시는 분께 전화를 해서 소포로 받는다. 그 분은 이런 것 외에 많은 것들을 수입해오는데, 나 말고, 전국에 많은 고객이 있는 걸로 안다. 따로 매장도 몇 개 운영하면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데, 그 사람 밑에 가서 일을 배워볼까 생각도 들지만, 일단, 요리 자격증부터 따고, 향후 진로 결정을 할 생각이다.

Q. 만약 그만 둔다면, 남은 재고 처리는 어떻게 할 건가?

A. 혹시 이거 할 생각이 있다면, 넘기겠다. 당신 말고 다른 누군가가 하겠다면, 원가로 넘길 생각인데, 안된다면, 제공해주는 사람에게 넘겨주면, 그 사람이 다른 루트를 통해 뿌린다며, 재고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해서, 그 걱정은 없다.

Q. 가족이나 친구들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나?

A. 독립한 지 몇 년 되어서, 혼자 살고 있는데, 굳이 이 일은 알리고 있지 않다. 낮엔 공부하고, 밤엔 아르바이트 하는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만 이야기했다. 솔직히, 이런 걸 취급한다는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너그럽게 바라보지 않으니까…

그렇게 처음 본 아가씨와 봉고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덧 1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성인용품이라는, 어쩌면 내 생각에 금기시 되어있는 음지의 성상품을 20대 아가씨가 팔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 사람 역시, 나름 최선을 다 해 살고 있는 젊은이었고, 다음의 계획까지 만들어 놓고 노력하는, 배울 게 많은 사람이었다.

몇 개월 후 부터는 더 이상 이 봉고차를 볼 수 없었다.
정리하고, 다른 일을 하는건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나 역시,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퇴사에 대해, 한번 바람이 든 마음은 쉽사리 가라 앉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
.
.

대학을 가야 하니,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라 해서 갔고, 재수는 했지만 대학교를 갔고, 남자니까 군대도 가야하고, 제대 후엔 취업을 하라 해서, 취직을 했지만, 돌아보면, 내가 진짜 뭘 하고 싶어 했는지 이젠 막연해져만 간다. 뭘 하고 싶은 지 알더라도, 그 일이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면,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고, 주위에서도 한심한 인간으로 바라보기도 했을것이다.

그렇게 버려지고 찢겨진 꿈으로만 남아, 지금은 기억 저편 어느 구석탱이에서 희미하게 빛이나 내고 있는지, 이미 꺼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장사….?

과연 난 장사할 준비가 되어있는 걸까?

보기에 돈 잘 벌릴 거 같으니까, 나도 하면 잘 벌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인걸까?

아니면 그저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피신처로, 막연히 나도 장사나 해볼까?
라며 이렇게 기웃거리고 다니는 걸까?

돈을 대체 얼마를 벌어야 만족할까?

돈 번다고 바삐 지낸 시간 동안, 잃어버리게 될 소중한 것들은 뭘까?

가족과의 추억? 젊은 시절의 낭만? 건강? 꿈?

뭐가 되었든, 어차피 각자의 선택이고, 자유이며, 책임 역시 그러하다.

지금 나는, 지나간 시절에 선택하며 살아온 나의 결과물이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본의 아니게, 그 누구도 어찌 할 수 없었던 일로 일해, 결코 원치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희망이니, 꿈이니, 계획이니 하는 어찌보면 평범한 단어들을 품는 것 조차 사치일 수 있는 힘든 상황의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내가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다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alt

어찌됐든,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그리고 꿈꾸는 삶을 위해, 지금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지난 날을 통해, 나 자신도 들여다보게 된다. 희망이니 꿈이니 하는 단어를 품고 살수 있는 지금이 어쩌면 행복을 느껴야 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타 수정이나, 문맥 흐름 등등,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막 적어 내렸습니다. 읽기 불편한 부분이 있으시면, 그냥 그러려니..하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

alt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쟈니의 기웃1] 성인용품 판매하는 아가씨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