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 중에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보통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곧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응원이나 격려를 해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지금은 좀 힘들어도 좋을 날 올꺼야, 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좋은 뜻을 가진 말이죠.
그런데 요즘은 이 속담에 어쩌면 또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삐딱선을 타서 그렇게 틀어서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ㅎ) 그리고 그 뜻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뜻과는 정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보통 쥐구멍이란 매우 작고 잘 보이지 않는 곳, 혹은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곳까지도 언젠가는 햇빛이 비춰줄 것이니 힘을 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비슷한 예로 쥐구멍에라도 숨고싶다 라는 말은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든간에 숨고 싶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쥐구멍은 사람들이 잘 발견하지 못하는, 쉽게 지나치는 조용하고 어두운 작은 공간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쉽게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 앞에서는 차마 보일 수 없어 억눌러왔던 나의 본능을 , 은밀한 욕망을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풀어놓는 것이죠.
자신이 가진 힘으로 상대적 약자 위치에 놓인 여성들에게 강압적으로 성적 행위를 강요하거나, 내 소유임을 숨기고 회사를 세워 몰래 비자금을 조성하는 통로로 이용한다거나,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고 무시한 채 자신들의 사익만을 챙긴다거나, 경영권을 승계 받기 위해 불합리한 방식으로 특정인/단체를 후원하고 또 반대로 후원금을 받고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등의 행위가 모두 쥐구멍에서 이루어지는 부조리하고 불법적인 행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 마음대로 행동했던 그 '쥐구멍'에도 언젠가는 '햇빛'이 비추기 마련입니다. 언제까지나 어두움의 비호 속에서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민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부끄러움을 당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이런 행태를 오랫동안 숨기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날이 갈수록 기술의 발전과 고양되는 시민 의식, 또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시행을 통해 나의 추태가 드러나기 쉬워졌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모든 순간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행동을 삼가야 할 것입니다.
좋아하는 책 중에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 앞에 있을 때는 '가면'을 쓰고 행동합니다. 좀 더 성숙한 사람인양, 좀 더 지혜로운 사람인양, 그리고 좀 더 정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기 쉽습니다. 또 사람들은 그의 드러나는 모습과 말을 듣고 그 사람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진정 어떤 사람인가는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그 순간에 드러나게 됩니다. 대중 앞에서 썼던 '가면'을 벗고 진짜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서 하는 말과 행동이 진짜 그 사람의 모습입니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그것이 바로 나의 진짜 모습입니다. 간혹 나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마치 더 나은 사람인양 착각하며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물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지향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진짜 내 모습이 다른데도, 그에 대해서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고 또 그 상태를 방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 자신의 뿌린 씨앗은 언제고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미래를 준비한 사람에게는 분명 세상이 그를 알아주는 기회가 올 것이고, 또 우리 모두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반대로 남들이 알지 못한다고 해서 어두움 속에서 자신의 유익만을 추구하는 사람 또한 세상이 그의 참 모습을 알아보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속담은 우리가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명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힘들 때는 좌절하지 않고 잘 나갈 때는 타락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