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김정은과 트럼프의 게임이론

jaehyunlee(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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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은 국제 외교에 있어서 게임이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혹은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체험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국제 무대에서 이 정도로 균형점equilibrium에 대한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진 건, 흐루시초프와 케네디 간의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로 매우 드문 경우다(그 이후로 국제 긴장은 미국의 압도적 무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결되곤 했다).

북한이 미국의 도발을 막아 달라며 유엔에 서한을 보낸 것은, 미사일 발사 이후, 평창 올림픽을 통한 출구 전략을 쓰는 그들이, 남북의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제 사회의 논점을 자신들이 아니라 미국으로 돌리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평창을 통해서 평화 공세를 하는 북한의 또다른 숙제는 '우리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만방에 과시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고려의 일환으로 개막식 직전의 '열병식'을 굳이 고집하고 있다(작게는 현송월을 하루 늦게 보낸다든가, 금강산 공연을 취소한다든가 하는 행동에서도 보여져 왔다).

트럼프 정부는 클린턴이나 오바마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그런 전략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고, 그런 전략이야말로, 북한을 압박하는 데는 최선이라고 보여진다. 트럼프가 외곽에서 강하게 압박하면 할수록, 북한은 무대에서 핀조명을 받게 되고, 그들의 일관성없는 행동 하나하나가 국제 사회에 노출되기 때문에, 운신은 갈수록 힘들어 진다.

북한에게 있어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같은 개념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다룰 수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그런 전략적 인내 아래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쉬지 않고 매진해 왔다.

북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그들이 내미는 손은 달콤하고, 현송월은 예쁘고, 렴대옥 선수는 귀여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페르소나persona에 눈이 멀어 있을 때, 그들은 그 시간동안 자신들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이 지금의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을 때, 어떤 경우에도 전쟁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미국도 여러가지 이유로 전쟁을 망설이고 있는 형편이다. 결코 그럴 수 없으며, 그런 결정을 하는 순간, 상황은 빠른 속도로 정리될 것이고, 북한이라는 나라는 지도 상에서 더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로 미국과 극한의 대치를 하다가, 남한의 정권 교체를 틈 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열병식같은 걸 포기할 정도로 평화로운 종족들도 아니다. 아마도 대화가 임박했다고 생각하고, 한껏 몸값을 높이려 할 텐데, 트럼프와 같은 비즈니스 맨이 북한을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북한은 유엔에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은 과연 얼마에 자기를 팔 수 있을까? 부도에 직면한 기업이 매각 협상 중간에 부도가 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트럼프는 부도를 내려고 할 것이고, 북한은 버티려 할 것이다.

이럴 때 우리가 어느 한 쪽을 편드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들이 흥정을 끝낼 때까지, 양쪽으로부터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붙는 순간 '서울 불바다'론이 다시 나올 것이고(북한의 몸값이 높아질 것이고), 북한에 손짓하는 순간, 그야말로 국제 호구가 될 뿐더러, 정권도 위기를 맞을 것이다.

남북문제는 애초에 북미간의 문제였다. 그들이 해결해야 한다.

P.S. 트럼프는 미국 국내와 같은 다자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질이 없지만, 북한같은 나라와의 일대 일 협상에 있어서는 확실히 대체 불가의 능력자임엔 틀림없다. 트럼프를 좋아하진 않지만, 남북문제의 근원적 해결에는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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