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아시다시피 @realmankwon님께서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여하시다가 큰 사고를 당하셨지요. 그 와중에서도 포스팅을 통해 어깨 인대 파열로 수술을 하셨다는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오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왼쪽 넷째 손가락 인대가 끊어져 접합 수술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요. 접합이라고 해서 끊어진 부위를 잇는 수술을 하는건가 했더니 그냥 손가락을 반듯이 고정시키기 위해 철심 하나 박아 넣고 인대가 자연적으로 이어질 때까지 놔두는 식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간단한 수술이었는데도 명색이 태어나 처음으로 하는 수술이었고 부분 마취인지라 수술하는 소리(드릴 소리 같은 ㅋ)도 현장에서 듣다보니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한 달 반정도 후에 박아두었던 철심을 빼고 나니 답답했던 것에서 벗어난 기분이 어찌나 상쾌하던지. 그렇지만 아직도 추운 겨울이 되거나 하면 가끔 접합 부분이 간질간질 거리곤 합니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은 그 때 폭발하는(?) 감수성 좀 살려보려고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고 있던 터였는데, 다른데도 아닌 손가락을 다쳤으니 피아노 수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막상 손을 다치니 의기소침해져 이후 손가락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피아노와의 인연은 더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정말 이 녀석이 계속 야구와 같은 운동의 길을 제2의 박찬호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어깨가 강한 녀석이 있었는데요.
초등학교 때부터 공이 묵직하고 던졌다 하면 주변 사람들이 탄성을 지를 정도로 멀리 날아갔는데. 하도 어깨가 강하니 중학교 때는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투포환 대회에 보내버렸는데 지구 대회에서 1등을 하고 돌아올 정도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기도 하고 함께 야구를 하던 사이라 얼마나 많은 코치들이 이 친구를 야구 선수나 던지기 선수로 데려가려고 애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냥 '우리 아니는 공부를 시켜야해요' 하는 부모님의 만류로 운동의 길을 걷지는 않았죠. 본인도 운동엔 별 미련이 없었구요.
그래도 공을 잘 던지니 야구는 즐겨하는 취미였던지라 직장인이 된 후 어느날 갑자기 사회인 야구팀에 가입하더군요. 본인이 정식으로 야구를 배웠던 것도 아니고 그냥 외야에서 조용히 포지션 하나를 맡으며 분위기 적응중이었는데, 한 번은 송구를 한다는 것이 또 강한 어깨를 드러내는 바람에 팀 주장이 대번에 투수 재능을 알아보았던가 봅니다.
맨날 연습만 하다가 드디어 첫 공식 경기에 나서게 되었는데, 평소 연습했던 것처럼 외야수로 나가서 경기에 임하던 중 갑자기 투수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친구가 느닷없이 투수로 등판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공식 경기의 첫 투수 등판이었지요.
서너 차례 연습구를 던진 후 드디어 첫 피칭!
그리고 그 순간! 놀랍게도 '뻐억~~'하는 소리와 함께 공은 바닥을 굴렀고 친구의 팔을 축 늘어져 버리고 말았답니다. 사람들은 경기장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몰라 얼굴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고, 심지어 친구도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몰라 잠깐 어리둥절 했는데, 이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듯한 오른팔을 보게되어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더랍니다.
바로 오른팔 뼈가 부러져 버린 것이죠.
친구의 첫 피칭은 야속하게도 포수의 미트에 제대로 한 번 꽂혀보지도 못한 채 끝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실려갔고 엑스레이 촬영 결과 우측 팔의 뼈가 완전히 골절이 되어 접합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원인은 충분한 준비운동과 근육이 예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비틀림이 일어나니 뼈가 버티기 못하고 부러져 버린 거랍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친구를 병문안하러 동네 친구들이 왕창 모여 방문을 했는데 부러진 뼈와 철심이 박힌 영상이 찍힌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나름 자랑스럽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하더군요.
친구는 그 철심을 영원히 빼지 못합니다. 그래서 해외 출국을 할 때마다 한동안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다녔지요. 검색대를 통과하면 매번 '삐~'하는 경고음이 들려 그 때마다 팔 안에 철심이 박혀있다는 설명을 해야 했으니까요.
비록 운동의 길을 걷진 않았지만 아직도 친구들이 모이면 우리 시대 최고의 어깨를 자랑했던 녀석에 대한 얘기를 하곤 합니다. 최동원이나 박찬호와 맞먹는 강철어깨였을텐데 정작 본인이 취미로라도 즐겨보려 했던 사회인 야구에서 예정에 없던 등판에 앞으론 영영 야구다운 야구는 할 수 없게 되었지요.
본인은 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이후엔 운전 같은거에 오히려 재미를 붙인 듯 하여..) 왠지 친구로서 생각해 볼 때 본인에게 많이 아쉬운 마음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부상 자체는 나으면 되고, 또 재활로 이전만큼 최대한 끌어내면 됩니다. 그러나 더 큰 것은 정신적 충격인 것 같아요. 일단 본인이 놀라고 의기소침할 수 있고요, 주변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많이 걱정하게 되니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고, 또 큰 부상은 회복이 되어도 이전 만큼의 아웃풋을 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까 강한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자신의 꿈이나 열정을 낮춰야 할지도 모르고, 또 즐겁게 지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점들이 심정적으로 더 힘들게 만들지 않을까 합니다.
@realmankwon님도 철인3종까지 도전할 정도면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극한의 단계까지 자신을 시험해드는 모험가의 기질이 있으신가 봅니다. 그 에너지를 활활 불태울 수 있는 기회를 다시 갖거나 비슷한 영역을 다시 찾으려 할텐데 주변분들의 걱정에 조금은 움츠려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니 뭐든 무리는 하지 않는 쪽으로 이참에 방향을 잡아가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완쾌가 최우선이니 수술 이후 회복 기간 동안 푹 쉬시고 잘 드시고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해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