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마카오 친구가 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친구의 한국 여행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지요.
3월이던가.. 친구가 제게 미리 부탁을 청해왔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께서 여름쯤 한국에 여행을 가니 준비를 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함께 갔으면 좋겠는데 사정상 그렇지는 못할 것 같아 두 분 여행에 조금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당시 친구의 어머니는 동생(친구의 이모님)에게서 암 판정을 받았다는 당혹스런 소식을 접하게 되었나 봅니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친구의 어머니는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친구의 이모가 이렇게 얘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 언니, 우리 오랜만에 함께 여행이나 좀 다녀오자.
그러면서 딸이 아이들에게 하얀 겨울 눈을 보여주고 싶어 다녀왔다는 한국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하셨답니다. 친구의 어머니는 '사드' 문제로 인해 한국에 대해 꽤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차였는데, 이제 병마와 싸워야하는 동생이 가고 싶은 여행지라고 하니 흔쾌히 약속을 하였더랍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두 분이 함께 손을 잡고 한국으로 여행을 올 상황이었고, 그런 사정을 들은 친구는 꼬박꼬박 일년에 한 번씩 왔던 자신의 가을 한국 여행 계획을 접고 경비를 두 분에게 보태어 오붓한 추억을 만들어 드리려고 했었습니다. 마음씨가 참 곱죠?
친구의 어머니가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이모의 소식을 전해주며 펑펑 우셨다고 하니.. 하긴 어느 딸인들 그런 상황에 마음의 배려를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어쨌든 그 날 부터 친구는 두 분의 여행 계획을 잡아드리고 항공표를 알아보는 등 열심히 준비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뜻밖의 일이 펼쳐졌습니다. 제 친구의 배려를 듣게 된 친구의 사촌 동생(이모님의 딸)과 그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서 거국적인(?) 가족 여행 계획을 잡아버린 것이죠. 사촌 언니의 고마운 마음 씀씀이에 보답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나중에 어찌될지 모를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딸과 사위가 본격적으로 나섰지요. 사위 쪽 가족 어르신들, 아이들, 그리고 친구까지 포함에 총 10명의 식구를 결성하여 대대적인 한국 여행을 추진한 것입니다.
사촌 동생 부부가 나서 친구의 여행 경비를 포함해 지원 사격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어르신들이었지만 손주가 되는 꼬마 아이들 둘이 포함되어 있으니 모든 여행 일정은 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나 봅니다. 놀이동산, 캠핑장 등등 특별히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스케줄로 가득차 있더군요.
사실 친구가 한국 땅을 밟을 때까지 저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급작스럽게 변경 확장된 여행 계획이기도 하였고, 친구도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여행에 참여할 수 있을지 애매했던 상황이라 말을 아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정을 잘 아는 제게 부담을 주기도 미안해 했던거 같고요. 무엇보다 두 가족 만의 즐거운 추억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지요.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와 곧장 KTX를 타고 서울로 입성, 이후 서울과 주변 경기-강원도까지 참으로 아이들과 함께 한국의 멋진 여름을 잘 만끽하고는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이틀을 보낸 후 귀국을 하였습니다. 바로 한 달 전 일이네요.
조금 걱정했던 것이.. 종종 친구가 있는 곳 주변의 괜찮은 식당을 좀 알아봐 달라고 했을 때인데, 워낙에 '맛집' 검색을 믿지 못하는 저로서는 직접 가보지 않은 곳이라 추천에 확신이 서지 않고 했을 때이지요. 그래도 나름의 노하우를 살려 '이정도면 실패하지 않겠다'는 식당들을 추천해 주었는데, 정말 대만족 하더군요. 그래도 고마운 것이 식당 사장님들도 참으로 친절하고 해서 외국 관광객 입장에서도 너무 좋았나 봅니다. 맛도 최고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친구에게 추천했던, 그리고 제가 직접 통화도 해보곤 했지만 인심 좋고 친절한.. 정말 누구에게든 믿고 추천해 줄 수 있는 좋은 식당들을 여기에 소개도 해볼까 합니다.
친구가 이런저런 맛난 한국 음식 사진들을 많이 보내줬는데 ㅎㅎ
아이들과 함께 농장도 방문해 재미있는 활동도 많이 했나 봅니다.
특히 부산에 방문해서 여러 맛난 음식 사진들을 많이 보내줬는데, 이 분들 모두 부산을 너무 좋아하더랍니다. 부산 분들은 자긍심 크게 가지셔도 될 듯 ㅎㅎ
친구가 미칠듯이 좋아하는 식혜도 마셨나 봅니다. 해운대에서 말이죠. ㅎㅎ외국 친구들이 은근히 식혜를 좋아하더라구요.
여행 마지막 날 찍어 보내준 부산의 멋진 하늘 사진입니다. 하늘이 너무 높고 멋있어 흠뻑 빠져들었나 보네요.
여행 내내 너무 너무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친절한 한국 사람들도 많이 접하며 한국에 대한 인식도 더 좋아졌나 봅니다. 그리고 친구가 한국어를 좀 해서 한국어로 이것 저것 주문하고 사장님들과 얘기도 나누고... 그런 친구를 자랑스러워 했다고 합니다. 정작 친구는 어르신들과 아이들 끌고 다니느라 꽤 힘들었다고 하는데..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픈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하네요.
모두들 마카오로 돌아가 한동안 한국 여행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구의 이모님은 하시던 일에서 은퇴를 하고 고향에 돌아가 요양을 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그래도 암 진단 초기에 가까운 편이라 마음 편하게 잘 관리하시면 금방 쾌차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이 한국 여행이 비록 한 분의 안타까운 소식으로 부터 시작된 것인긴 하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계기로 여러 집안 식구들이 한데 모여 즐겁고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게 되었네요. 그리고 그 여행지로서 한국이 좋은 음식과 쾌청한 날씨, 친절한 이웃의 마음을 전해줄 수 있었으니 저로서는 그보다 더 기쁜일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번에 한국까지 온 친구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예쁠 가을 단풍을 보지 못하게 된 점이 되겠네요. 그런데 마침 아이들을 위해 갔던 에버랜드 동산에서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빠알간 단풍을 보게 되었다고 자랑합니다.
신기하지요? 당시 8월이었는데도 이런 경치를 볼 수 있었다니 말입니다. 일행 중에 단풍을 평생 본 적이 없는 분들도 많아서 이렇게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는 순간 모두들 할 말을 잊었다고 합니다. 이러다 이분들 한 번 더 '대동단결'하여 한국으로 가을 단풍을 보러 오는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직도 친구는 메신저로 그 맛나던 삼겹살 BBQ 라던가 여러 음식 타령을 하곤 합니다. 늘 자신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행지가 있는 법인데, 친구에게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런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 자신이 사는 현실로 돌아간지 한 달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 추억이 영원히 새록새록 간직되길 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 잘 돌아가게 친구. 그리고 또 한 번 놀러오게나. 네가 좋아하는 한국으로 말일세.
그리고 친구 이모님의 쾌차를 기원해 봅니다. 다음 번에는 더욱 건강한 몸으로 신나게 한국 여행을 하실 수 있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