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
어느 날인가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어머님 댁 부근에 벚꽃이 예쁘게 피는 곳이 있다며
나들이 가자고 한다.
그래서 지난 주말
어머님 댁에 다녀왔다.
벚꽃보다는 막연히 어머님이
그리운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
군말 없이 가기로 마음 먹었다.
어머님 댁에 가기 전에는 항상
‘가면 이번에는 맛난 것 좀 해드려야지.
근처라도 좋은데 모시고 다녀와야지.
맛있는 음식 많이 사드려야지‘하고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어머님 댁에 도착하면
숨어있던 귀차니즘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님보다 항상 늦게 일어나는 건 고사하고
애보느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빈둥대기 일쑤다.
이번에도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어머님 댁에서 보내는 며칠은
왜 그리도 짧은 것인지..
하는 것도 없이 시간은 잘만 간다.
집에 돌아와서 두 녀석을 재우고
책을 읽다가 이 글귀를 보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지금의 생각을 반복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자식에게 많이 하게 됩니다.
자식은 그 이야기가 지겹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동의가 안 되어서 더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왜 나이드신 부모는 자신의 이야기를 되풀이해 자식에게 할까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분신에게,
부모 자신의 삶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알아달라는 뜻입니다.
내용을 떠나 한 사람의 인생을 그저 긍정해준다면,
그것이 최고의 효도일 수 있습니다.
자식만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있을 날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이 그리 중요할까요?
하나의 존재로서 내가 하는 말을 또 다른 존재가 들어주고 인정해준다면
그것이 최고의 행복일 것입니다. 말의 내용이 중요하겠습니까?
쉽지 않아도 한 번이라도 더 이야기를 들어주면 됩니다.
때로는 말하는 것 자체, 들어주는 것 자체가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 이근후의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젋은 날입니다.’ 중에서 -
“세상에 있을 날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이 그리 중요할까요?”
......
이 글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시부모님이 먼 곳에 사셔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니
뭐라도 필요한 것들을 사드려야 그나마 효도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으니
그저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면 좋아하실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글귀를 읽으니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어머님 댁에 가서
대화란 걸 많이 안해본 것 같다.
어쩌면
나이 드신 부모님도
첫째녀석과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눈을 바라보며 말을 들어주는 것.
그 말에 반응을 해주는 것.
그리고 옆에 있어주는 것.
오히려 좋은 옷, 맛있는 음식보다는
이런 걸 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다음에 찾아뵐 때는
일부러라도 옆에서 말을 걸어봐야겠다.
지금 곁에 있을 때,
그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때
잘해드려야겠다.
★ 책 속의 글귀
공기가 있어 숨을 쉴 수 있고
땅이 있어 생명이 자라고
물이 있어 메마르지 않지만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우리는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부모님의 사랑처럼>
- 글배우의 ‘걱정하지 마라’ 중에서 -
★ 아직 살만한 세상
다음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며 퍼지는 글 한 편입니다.
간병인이었던 어느 네티즌의 글에 달린 베스트 댓글인 듯 보였습니다.
3년 전에 올랐던 댓글이지만, 아픈 사람 곁을 지키는 수많은 이들에게
또다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나도 뇌출혈 이후로 애기가 되버린 울어매
집에서 몇년간 간병해었다.
어느날 밥먹이다가 너무 울화가 치밀어서
포크를 밥상에 던졌는데 튀면서 엄마 허벅지에 상처를 냈지.
외할머니 집에 오셔서 왜 이리 됐냐고 물어보니,
잘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벌레가 물었다고 하시더라. 생
각해보면 보내드렸던 날보다 그날 훨씬 더 울었던 거 같다.”
<기사원문 http://naver.me/GsiWFcrr>
마음 속에 가시가 돋아났을 때마다
일부러라도 따뜻한 글이나 기사를 찾아본다.
그런 글을 읽으면 다시 좋은 마음을 가지게 되니까.
아픈 부모의 이야기는 항상 마음을 적신다.
이 글을 보고 또 어찌나 울었는지..
아파도 부모는 부모인가 보다.
아파도 내 자식 만큼은 지켜주고 싶은
내 자식이 남에게 욕먹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부모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