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식당의 역사는 2018년 올해 로 67년이 되었다.
처음부터 식당이었던 것은 아니다. 동네 가난한 일꾼들을 상대하는 선술집이었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가져와 탕을 끓여 달라고 해서 그 탕을 안주로 술을 마셨다.
술 안주가 다양하거나 솜씨가 특별하진 않아도 집에서 차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술 손님들은 서서히 밥을 부탁하기 시작했다. 술 손님은 거친 손님이 많던 차에 서서히 밥집 즉 식당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할머니 식당은 할머니 혼자 운영하신다. 한꺼번에 40여명도 치뤄내신다.
일찌기 10세 미만의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할머니 형제자매들은 뿔뿔이 흩어져 생존해야만 했다. 할머니는 10살때 식모살이를 시작하셨다. 주인네가 연년생의 아이를 낳아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안고 살림을 도맡아 했다. 수 년 후 서울로도 식모살이를 하러 갔었다.
20세에 고향인 연미정에 내려와 선술집을 차렸다. 고향에서 선술집을 차린 이유는 뿔뿔이 흩어진 형제자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할머니는 이곳에서 형제자매들과 해후하셨다.
오랜 식모살이로 몸에 밴 할머니 밥상차림이 몇 가지있다.
할머니 식당은 주문한 그때부터 밥을 한다. 이름하여 냄비밥이다, 처음부터 냄비밥을 낸건 아니다. 솥밥으로 시작했으나 밥맛이 좋지 않아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금방해내는 냄비밥이 되었다. 서리태가 듬뿍 들어간 냄비밥은 넉넉하게 뜨고, 여분의 그릇에 덜어 놓고 나면 누룽지를 끓여 낸다. 밥맛이 좋아 과식은 필수이다. 배불리 양껏 먹고 있으면 누룽지 냄비를 들고 오신다. 누룽지는 밥 소화제이니 아무리 배가 불러도 한 그릇 가득 먹지 않을 재간이 없다.
두 종류의 찌개가 나온다. 생선찌개와 김치찌개.
생선찌개는 조기, 동태, 두부가 들어간다. 1인당 조기 한 마리와 동태 한 쪽이 정확하다. 두부는 조금 여유가 있다. 살짝 짭조름한 간이 밥 맛을 돋군다. 약한 연탄 난로 위에서 밥 먹는 내내 뜨겁게 냄비를 데워가며 먹게 된다.
김치찌개는 옛날 할머니 시대 김치찌개 맛이다. 이 맛의 김치찌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이 김치찌개 맛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다.
나물무침 역시 금방 간해서 따듯하게 상에 낸다. 냄비밥을 불에 올리고 콩나물을 삶아 무치고, 묵나물을 뜨거운 냄비에서 익혀 간한다. 따듯한 나물을 식당에서 먹다니 ... 행복한 밥상이다,
콩자반은 딱딱하지도 푹무르지도 않고 적당하게 물러 부드러운 식감이다,
멸치 역시 적당한 무르기다. 비리지 않고, 짜지 않다.
개복숭아, 고들빼기, 마늘쫑 등을 매실설탕추출액과 간장으로 담은 장아찌는 묘한 감칠 맛이 매력적이다. 장아찌를 살 수 있냐는 물음이 줄을 잇는 묘한 감칠 맛이다.
짜지 않은 깻잎도 판매 요청을 받는 반찬 중에 한 가지이다. 오늘은 제철 반찬인 냉이무침이 향긋, 상큼하다.
할머니 식당은 인천 강화 연미정에 있다. 해군 초소 앞 주차장에 연해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화장실은 공용화장실을 거저 사용한다.
연미정(燕尾亭)은 풍류를 즐기거나 학문을 공부하던 정자이다. 한강과 임진강의 합해진 물줄기가 하나는 서해로, 또 하나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데, 이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고 해서 정자 이름을 제비 꼬리 - 연미정이라 지었다고 한다.
언제 지었는지는 정확히 않다. 다만 고려 고종(재위 1213∼1259)이 사립교육기관인 구재(九齋)의 학생들을 이곳에서 공부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어 강화 사람들은 연미정을 고려의 정자라고 한다.
조선 중종 5년(1510년) 삼포왜란 때 큰 공을 세운 황형에게 이 정자를 주었다고 하니 사유물이기도 했다.
인조 5년(1627년) 정묘호란 때에는 강화조약을 체결했던 아픈 역사의 자리기도 하다.
연미정은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다.
연미정에서 보이는 북쪽 저 건너는 북한 땅이다.
할머니 식당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몇 명이 밥을 먹을 건지 주문을 한 후 연미정에 올라 구경을 하고 식당에 도착하면 상에는 갓 지은 냄비밥과 따듯한 나물이 난로 위에는 생선찌개와 김치찌개가 차려져 있을 것이다. 1인당 앞접시는 2개씩이다. 긴 접시엔 조기 한 마리와 동태, 두부를 덜고, 동그란 접시엔 김치찌개를 떠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