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한평생 같은 길을 걸어가겠다 서로간에 약속한지도 벌써 6년이 넘었다. 서로 좋아 죽어 이 사람이면 평생을 같이 해도 좋겠다 싶어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우리도 신혼 초에는 참 많이도 싸웠던 것 같다.
아이를 셋이나 낳고 살면서도 가끔 싸울 땐 내가 왜 이 사람이랑 결혼해서 이렇게 속상한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요즘엔 이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다 싶을 때가 더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 사람과 결혼하기를 잘 했다 생각이 드는 때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이럴땐 평소 서운한 감정이 들다가도, 눈을 흘기다가도 이쁜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일에 매사 최선을 다해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는사람이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가정에 두는 남자, 우리 남편이다. 아이를 진짜 많이 좋아해서 가끔은 질투가 날 정도로 아이들에게 지극 정성이시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다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열일 제쳐두고 뛰어 오는 남자. 와이프한테는 가끔 짜증도 잘 내면서 아이들의 요구에는 어찌나 다정다감한지 마치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같다. 본인은 젊을때 해볼 거 안해 볼거(?) 다 해봐서 이제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순간만을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안다나.. 어쨌든 가정을 최우선으로 두는 남자는 나쁘지 않다. 아니 살아보니 최고다.
신랑과 결혼하기 잘 했다 싶을때는 또 신랑의 부모님이자 나의 시부모님을 볼 때이다. 두분도 아이들을 엄청 예뻐하셔서 우리 아이들 셋을 키워주셨고 지금도 키워주시지만 아이들에게 항상 조근조근 합리적인 설명을 해 주시고 진정한 내리사랑이 무엇이신지를 몸소 알려주신다. 가끔 나 스스로도 내가 나의 시어머니라면 완전 짜증이 나고 잔소리를 할만하다 싶은 일에도 어머니는 그냥 넘어가신다. 신랑도 신랑이지만 시부모님 때문에도 결혼을 잘했다 싶다. 그런 이유 때문에 매주 시댁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기 보다는 더 기대되는 것 같다.
누구나 이성에 관해서는 이상형이 있다. 내가 어릴적에 내 이상형은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남자였다. 뿔테 안경에 지적으로 생긴 남자. 내가 그리던 나의 이상형이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우리 신랑은 내 이상형하고는 전혀 다른 타입이다. 강한 인상에 부드러운 이미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꼼꼼하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밀고 붙이는 추진력과 친화력면에서는 내가 과히 존경할 만하다.
요즘 일도 힘들고,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닌데 사실 시간도 부족하고 마음의 여유도 없으니 내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들 재우고 신랑과 둘이 빛의 속도로 설겆이며 빨래를 빛의 속도로 끝마치고 마주 안아 마시는 맥주 한잔에, 싸구려 와인 한잔에 스트레스가 해소될때가 많다.
가끔은 직장상사 뒷담화가 오징어땅콩보다 더 맛난 안주가 되기도 하고, 또 가끔은 아이들에 대한 얘기가 주된 화두가 되기도 한다.
요즘 퇴근하며 신랑과 오늘도 맥주 한잔하고 자야겠다 하면 우리 선배가 엄청 부러워 한다. 와이프가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결혼하고 한번도 둘이 술자리를 같이 한적이 없는데 그래서 아쉽다고 말한다. 내게는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낀다.
아이들이 생기기 전에 신랑과 나는 배드맨튼을 같이 치러다니거나 등산, 수영 등을 같이 즐겼다. 요즘엔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지만 애들 다 키워놓으면 둘이 여가를 같이 즐길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와 흥미거리가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젊을 때는 죽을만큼 사랑하니까, 없으면 못 살것 같은 설레임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나이를 들고 아이를 셋이나 낳고 살려니 이제는 정렬적인 사랑보다 이렇게 끈끈한 애정으로 살아지는 것 같다.
평생을 살 배우자를 택할 때 순간적인 끌림도 중요하겠지만 친구처럼, 때로는 아빠나 엄마처럼 의지하고 함께 시간을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가치관이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런점에서 나는 참 맞는 배우자를 만난 것 같다.
좋은 배우자란 잘 나서, 훌륭해서 좋은 배우자가 아니라 나랑 맞는 사람이라 더 좋은것이 아닐까..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