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민 시절 자주 찾던 횟집이 있었습니다.
회식이나 손님맞이를 늘 그곳에서 하고, 출출하거나 한 잔 생각이 나면 들르곤 했던 곳입니다.
어느날 그집 주인장에게서 특별한 횟감이 들어와 단골들에게 대접하려 하니 퇴근 후 오셨으면 한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늘 앉던 자리에 앉자 내가 평소 즐기던 따뜻한 술과 도톰하게 썬 회 한 접시를 내놓습니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무슨 회입니까? 묻자,
"먼저 드셔 보시죠. 색다른 맛일 겁니다." 합니다.
술 한 모금으로 입맛을 돋우고 한 점 입에 넣었는데, 색다르고 뭐고 비린내가 확 퍼져 씹지도 못 하고 삼켜버렸습니다.
주인장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어떻습니까? 괜찮지요? 고등어회입니다." 하는 겁니다.
그 당시는 고등어 활어를 서울까지 운반하는 일이 어렵던 시절이었는데, 누군가 그 기술을 개발해 그날 처음 싱싱한 고등어가 도착해서 단골 몇 사람에게 대접한다는 겁니다. 더욱 애용해 달라는 의미로.
너무 비려서 도데체 손이 가지는 않지만 그분 정성이 고마워서,
"대단하군요. 감사합니다." 하고는, 한 점 더 겨우 삼켰습니다. 그리고는 지나는 여직원에게,
"그간 신경 써주셨는데 한 점 맛 보세요." 하고 먹여주고, 사모님께도 한 점 드리고, 물론 사장님께도 맛있다는 말과 함께 한 점 건네도 남은 건 홍보하는 척 옆좌석에 앉은 두 손님께도 권하고 나니 접시가 비었습니다.
물론 그후 회식이나 손님 접대할 때 간간히 고등어회를 주문하곤 했지만 먹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랜만에 부산 송도 바닷가를 찾아왔더니 횟집거리가 모두 휴무입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문을 연 집이라고는 분식집 한 곳과 뼈다귀 해장국집이 전부입니다. 이리저리 헤매다 골목 안에서 단 한 곳 영업하는 집을 찾아냈는데 이게 하필 고등어횟집이군요.
정말 단 한 곳이라도 다른 횟집이 열었다면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허기가 져서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들어서니 손님은 한 명도 없고 주인 내외가 식사 중이었습니다.
내키지 않는 순간 '고등어 도시락'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사장님은 여전히 식사를 하시고 아버님이신 듯한 노인께서 메뉴를 가져오십니다.
"도시락이 맛있어 보이는데 먹을만 한가요?" 하고 묻자,
"괜찮긴 한데 숙성 고등어회가 훨씬 낫지요." 하십니다. 그러자
너무 허기졌던 딸애가
"아빠, 우리 둘 다 먹자." 하는 겁니다.
"비릴텐데 먹을 수 있겠니?" 했더니
"그렇지않습니다. 회 중에 최고입니다." 하고 할아버지께서 권하십니다.
할 수 없이 고등어 도시락과 고등어회와 만약을 대비해서 새우요리, 그리고 평소 즐기던 맥주가 눈에 띄어 함께 주문했습니다.
회가 나오자 고등어회는 제쳐두고 서비스로 나온 한치 몇 점을 먹는데 딸아이가,
"아빠 고등어회 너무 맛있어요. " 하는 겁니다.
"비리지 않니?" 하자, 전혀 랍니다.
용기를 내어 한 점을 고추냉이 잔뜩 발라 입에 넣었는데, 그윽한 여운을 남기며 살- 녹아 사라집니다. 이건 예전에 먹었던 그 고등어회가 아니군요. 다시 한 점 먹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허기진대다 고등어회 맛을 알아버린 아이가 마지막 두 점을 한꺼번에 집어드는 겁니다.
"잠깐! 그거 잠깐 내려놔. 사진 좀 찍자." 하고,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이런 이유로 자세히 보면 고등어회는 딱 두 점만 보입니다. 이런 기막힌 맛인 줄 알았더라면 진작 찍었을 텐데, 죄송합니다.
혹 송도에 가실 기회가 있으면 바닷가에서 조금 외진 골목 안에 있는 이집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입구나 내부 인테리어가 화려하진 않지만 맛 하나는 확실합니다.
먹다 올려서 죄송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고등어회 두 점이 보입니다.
이것도 먹다 올립니다. ㅠ
새우는 꽤 많이 나옵니다.
바로 이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