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예외는 없다.
그것이 아무리 안전한 선택이라도.
대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열심히 하던 게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줄여서 롤(lol)이라 불리는 게임이다.
블루 팀, 레드 팀 각각 5명씩 팀을 이뤄 상대방 본진을 부수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본진에서는 미니언이라 불리는 병사가 나온다.
이들은 탑, 미드, 바텀이라 불리는 공격로를 따라 진격하는데, 이들을 상대방 본진으로 보내면 게임을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때문에 공격로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승리의 중요 포인트였다.
나는 세 공격로 중 탑을 주로 갔는데, 블라디미르라는 흡혈귀 영웅을 좋아했다.
이 영웅은 사용하는 기술의 절반이 No Cost, 비용이 없다는 특징이 있었다.
다른 영웅은 기술을 사용할 때 ‘마나’와 같은 특정한 소모 값이 있는데, 공짜라니?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공짜 기술을 난사하며 승승장구 하다, 고수들이 모이는 ‘다이아’ 구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수들 앞에선 공짜 기술을 난사할 수 없었다.
모든 기술에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는데, 고수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었다.
No Cost라 했지만, 상대방을 억제할 수 있는 시간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실력이 올라감에 따라 커졌다.
시간이 흘러 취직을 하고, 평범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다.
남들처럼 적금, 청약저축, 연금 등을 가입하고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1년이 지나고, 동기들은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 지 얘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생각보다 적금이나 연금을 넣는 동기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월급의 반 이상을 주식, 펀드 등의 상품에 투자하고 있었다.
많이 번 동기는 1년만에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운이 좋았다는 말도, 그만큼 잃을 수도 있었다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3년을 꼬박 넣어야 3%대의 이자를 주는 적금이, 투자 얘기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내 모습이 초라했다.
이어, 불안해졌다.
어쩌면 내가 가장 큰 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원금보장이라는 말에 묶여 남들 다 성장할 때 홀로 정체되어 있는, 기회비용.
이 비용은 나이 들수록 커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
그때부터 난 투자를 시작했다.
펀드, 주식에 이어 코인까지.
그리고 지금은 회사가 주는 안정보다 기회비용이 크다는 생각에, 퇴사하고 모든 시간을 ‘나’에게 투자하고 있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예외는 없다.
그것이 아무리 안전한 선택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