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카이폴을 보고

gtk09y(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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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 오프닝 테마곡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옛날 에스턴마틴과 본드걸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덩치 좋은 본드는 기억하지 않고 있다.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는 비로소 다니엘 크레이그가 새로운 본드로 등장하면서부터 007이라는 시리즈가 내 마음에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 /퀀텀 오브 솔러스 /스카이폴에 이르면서 비로소 007 시리즈가 마음에 들었다.
과하지 않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액션과 심플하지만 세련된 영상미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웃기지도 않는 특수무기를 내려놓으며 진정한 첩보원이 된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본드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카지노 로얄과 다니엘 크레이그는 참 좋았다.

새로운 007 시리즈를 보며 느낀 것은 도입부가 상당히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영화 초반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단단하게 다잡아주고, 몰입도를 높여 관객들의 멱살을 확 휘어잡는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특히 퀀텀 오브 솔러스의 도입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몰입도가 높았다.

물론, 이번 작품인 스카이폴도 인상적인 도입부를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영화 '세븐'의 그것이 생각 날 정도로, 이 영화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진하다.

영화 전반에서 이처럼 충격적이고 진한 장면은 없다. 진하게 가라앉는 보컬과 반주, 그리고 모든것이 가라앉고 사라지는 붉은 영상이 주는 충격적 감동은 깊히 강렬했으며,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본편이 오프닝에 비에 힘이 모자라는 영화의 결점도 포장해주었다.

제임스 본드, 전부터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이 인물을 보면 충분히 강하지만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도 함께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남자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요즘 극장가를 휩쓸고간 다른 영화의 주인공(어벤져스, 익스펜더블2, 본 레거시 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빠진다는 느낌을 주며, 상대적으로 이 영화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심심하게 된다.

본드는 확실히 이들만큼 파격적이고 극에 달하는 강력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우리와 닮은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이는 본드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영화의 설정 그리고 아직도 영화 전체에 여운을 남기는 오프닝 테마곡과 함께 영화 전체 분위기를 잡아준다. 바로, 과거의 영광과 몰락하는 현실, 그러나 너무나 분투하는 주인공.

마치 이러한 것을 잘 보여주려는 듯 영화는 관객을 극적인 요소의 끝까지 몰고가는 긴장감과 통쾌함보다는 노련하고 농익은 베테랑이 가진 안정감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본드는 확실히 늙고 지쳤지만 '테이큰2'의 브라이언 밀스처럼 터무니없이 늙고 지치지 않았다. 그는 신식이 넘치는 현실에서 조잡한 특수 장비를 내려놓았다. 그는 총을 쏘고, 달리고, 몸으로 뛰어드는 고전을 고집하며,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분발하고, 분투하는 강한 기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은 클래식은 어디에나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듯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과하거나 모자람 없는 영국인의 늙어감,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고, 그러한 의미에서 나 또한 제임스 본드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 의미 있는 영화였다. 첩보 영화고 액션 영화지만 현장이 아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가 주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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