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식시장과 가상화폐시장이 폭락했다. 돈을 풀어도, 풀어도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던 '물가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릴 기미가 보이자, 금융시장은 '그럼 그렇지'라는 만족한 표정이 아니라 공포에 휩싸였다. 궁금하던 게 풀렸는데 공포라니. . .
5일 미국 다우지수는 무려 4.6%, 포인트로는 1200 가량이나 폭락했다. 지수 수준이 높은 탓이지만, 어쨌든 포인트로만 본다면 블랙 먼데이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주식시장 폭락의 단초가 됐던 미국 국채금리는 되레 하락했다.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자,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투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이 오래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물가 수수께끼'가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주가지수의 기록적 폭락은 '알고리즘 매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알고리즘 매매란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어떤 변수가 정해놓은 조건에 도달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정해놓은 방향으로 자동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니까, 기계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폭락이 폭락을 부른다. 일정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면, 손절매하라고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입력해 놓았다면, 그 수준에 도달하는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대매매를 해버린다. 이는 또다른 손절매를 촉발하게 하고, 시장은 더욱 급락한다. 이 결과 폭포처럼 지수가 하락하게 돼, 케시케이드 효과가 발생한다.
이날의 트리거는 흔히 공포지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30을 돌파하는 순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변동성지수의 급등은 지수의 폭락을 초래해 왔기 때문에, 일정 수준으로 변동성지수가 치솟자 컴퓨터가 곧바로 투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0이 되나요?라는 극도의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판단되면, 다시 매수하라는 명령이 입력된 프로그램이 반대방향으로 알고리즘 매매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다시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변동성이 극도로 상승하고, 공포심은 극에 달해, 바닥에서 던지게 되는 것이 인간 심리다. 폭락 공포에 휩싸여, 투매하고 싶을 때, 내가 교묘한 컴퓨터의 농간에 희롱당하고 있는게 아닌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