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물 속엔 물고기가 살까

godknows(65)
Published in
#life
Words
186
Reading
1 min
Listen
Play
9y

물은 그 주변의 빛을 반사해서 자기 색을 가진대. 파란 하늘 아래 있는 물은 파란 색으로 보이고, 주위가 온통 녹색 식물들로 가득한 물은 초록빛으로 보이고 그런 거래. 가끔 녹조류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만은. 어떤 색의 물이든 나는 그 안에 물고기가 살거라고 믿어. 다만 안 보일 뿐이야. 파란 물엔 파란 물고기가, 초록색 물엔 초록색의 물고기가 사는 거야.

나는 그런 물고기가 되고 싶어. 남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중요한 물고기. 남들의 눈을 굳이 신경 써서 아등바등 살아가지 않고 그저 내가 나라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흘러가듯 살아가는 물고기가 되고 싶어. 그럼 아마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좀 더 남들 눈치 안 보고 울 수 있는 울보가 될 수 있을거야. 아아,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일은 참 힘든 일이야. 정신적인 힘이 너무 많이 들거든. 다른 이의 기준, 다른 이의 규칙, 다른 이의 취향, 다른 이의 가치관. 그런 것들에 나를 맞추다 보면 어느샌가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닌 것이 되어 버려. 그런 걸 나는 원하지 않아. 굳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나는 나일 수 있는, 초록색 물의 초록색 물고기가 되고 싶어.

저 물 속엔 물고기가 살까 | Ecency